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울산 폭염쉼터 1,242곳, 시민은 실제로 쉴 수 있나

글로벌이코노믹

울산 폭염쉼터 1,242곳, 시민은 실제로 쉴 수 있나

울산시 무더위쉼터·저감시설 120곳 점검…거리·운영시간·수용 인원까지 따져야
울산 울주군 KTX인도교 일대에서 안개분사장치(쿨링포그)가 작동하고 있다. 폭염 대책은 시설 수뿐 아니라 시민이 생활권 안에서 실제로 더위를 피할 수 있는 위치와 운영 상태가 중요하다. 사진=울주군이미지 확대보기
울산 울주군 KTX인도교 일대에서 안개분사장치(쿨링포그)가 작동하고 있다. 폭염 대책은 시설 수뿐 아니라 시민이 생활권 안에서 실제로 더위를 피할 수 있는 위치와 운영 상태가 중요하다. 사진=울주군
한낮의 더위는 그늘을 찾게 하지만, 열대야는 집 안의 숨을 막는다.

에어컨을 오래 켜기 어려운 집, 밤이 되면 문을 닫는 공공시설, 공원과 거리의 쉼터를 지나치면서도 선뜻 앉지 못하는 노약자와 임산부 사이에서 폭염 안전망은 숫자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울산시가 여름철 폭염에 대비해 무더위쉼터와 폭염저감시설 점검에 나섰다. 냉방기 작동과 시설 파손 여부 등 시설 관리 상태를 확인하는 점검이다.

그러나 시민이 체감하는 핵심은 더 구체적이다.
쉼터가 어디에 있는지, 걸어서 몇 분 걸리는지, 가장 더운 시간에 열려 있는지, 밤 더위까지 견딜 수 있는 운영시간은 갖춰졌는지가 폭염 안전망의 실제 크기를 가른다.

울산시, 무더위쉼터·폭염저감시설 120곳 점검


울산시는 오는 7월 7일까지 5개 구·군의 무더위쉼터와 폭염저감시설 운영 실태를 현장에서 확인한다.

점검 대상은 무더위쉼터 60곳과 폭염저감시설 60곳 등 모두 120곳이다. 지난 6월 19일부터 25일까지 5개 구·군이 자체점검을 마친 시설을 대상으로 울산시와 구·군이 다시 확인하는 방식이다.

무더위쉼터는 실제 위치와 등록 정보가 맞는지, 안내표지판이 설치돼 있는지, 운영시간과 불편신고 안내가 제대로 돼 있는지, 냉방기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를 살핀다.

그늘막과 안개분사기 등 폭염저감시설은 안내표지 설치, 관리자 지정, 정상 작동 여부, 파손 상태, 유지관리 실태가 점검 대상이다.

울산시는 현재 무더위쉼터 1,242곳과 폭염저감시설 1,547곳을 운영하고 있다. 숫자로는 적지 않다. 하지만 폭염은 행정 장부가 아니라 시민의 생활 반경에서 먼저 체감된다.

집에서 가장 가까운 쉼터까지 몇 분 걸리는지, 버스정류장 주변 그늘막이 대기 시간을 버틸 만큼 제 기능을 하는지, 공원형 쉼터가 노약자와 임산부에게 편안한 공간으로 관리되는지가 더 직접적인 문제다.

쉼터는 많아도, 실제 이용권은 다를 수 있다


쉼터가 열려 있어도 좌석이 부족하면 먼저 온 사람만 머무는 공간이 된다.

냉방기가 돌아가고 안내판이 붙어 있어도 폭염이 가장 심한 시간대에 몇 명이 실제로 쉴 수 있는지 확인되지 않으면 안전망의 용량을 알기 어렵다.

무더위쉼터는 위치도 중요하다. 집에서 가까운지, 버스정류장이나 공원처럼 시민이 오래 머무는 곳과 연결되는지, 노약자와 임산부가 무리 없이 걸어갈 수 있는지가 이용 여부를 가른다.

폭염에 약한 시민에게 쉼터는 편의시설이 아니라 안전시설이다. 노인, 임산부, 영유아 동반 보호자, 장애인, 야외노동자처럼 더위에 오래 노출되기 어려운 시민이 먼저 쉴 수 있어야 한다.

공원이나 도심 쉼터는 관리 방식도 함께 봐야 한다.

일부 이용자의 장시간 점유나 소란으로 공간 분위기가 흐려지면 정작 노약자와 임산부, 영유아 동반 보호자가 이용을 망설일 수 있다. 폭염 안전시설에는 냉방기와 그늘뿐 아니라 이용 질서, 우선 배려 안내, 관리 인력의 순회 점검도 필요하다.

경로당형 쉼터는 노년층 생활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다만 젊은이나 외부 주민이 더위를 피하려고 경로당을 찾는 경우는 거의 없다. 실제 이용권을 따지려면 경로당과 함께 공원, 보행로, 버스정류장, 공공시설 주변에 설치된 개방형 쉼터와 폭염저감시설을 더 세밀하게 살펴야 한다.

울산 명촌경로당 입구에 설치된 무더위쉼터 안내 표지. 폭염 안전망은 시설 수보다 시민이 생활권 안에서 쉽게 찾고 실제로 이용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사진=울산시이미지 확대보기
울산 명촌경로당 입구에 설치된 무더위쉼터 안내 표지. 폭염 안전망은 시설 수보다 시민이 생활권 안에서 쉽게 찾고 실제로 이용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사진=울산시


낮 더위만큼 열대야 대응도 중요해졌다


폭염 피해는 낮에만 생기지 않는다.

기상청은 올해부터 폭염특보 체계를 개편해 열대야특보를 새로 도입했다.

폭염주의보 수준 이상인 지역에서 밤 최저기온이 25도 이상 하루만 예상돼도 발표된다. 인구 50만 명 이상 대도시와 해안·도서지역은 도시효과와 지형 영향을 고려해 26도를 기준으로 삼는다.

이 변화는 무더위쉼터 운영에도 다른 기준을 요구한다.

대부분의 무더위쉼터는 낮 시간대 시설 운영시간에 맞춰 문을 연다. 그러나 밤에도 실내 온도가 떨어지지 않는 노후주택, 에어컨 사용이 부담스러운 저소득 가구, 혼자 사는 고령층에게 열대야는 긴 재난이다.

쉼터가 낮에만 열리고 밤에는 닫힌다면 열대야 대응은 집 안으로 되돌아간다.

울산시 점검 항목에 운영시간 확인이 포함된 것은 그래서 중요하다.

다만 운영시간 표기가 붙어 있는지를 넘어 폭염특보 때 어느 시설을 몇 시까지 연장할 것인지, 열대야특보 때 야간 이용 가능한 쉼터가 구·군별로 어디인지, 야간쉼터 정보를 시민에게 어떻게 알릴 것인지까지 따져봐야 한다.

무더위쉼터, 찾는 방법도 쉬워야 한다


국민안전24에 표시된 울산 남구 일대 무더위쉼터 위치. 폭염 대책은 시설 수뿐 아니라 시민이 생활권 안에서 쉽게 찾고 실제로 이용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사진=국민안전24 화면 캡처이미지 확대보기
국민안전24에 표시된 울산 남구 일대 무더위쉼터 위치. 폭염 대책은 시설 수뿐 아니라 시민이 생활권 안에서 쉽게 찾고 실제로 이용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사진=국민안전24 화면 캡처


쉼터가 있어도 시민이 모르면 이용할 수 없다.

무더위쉼터 위치는 국민안전24에서 확인할 수 있다. 안전지도 메뉴에서 무더위쉼터를 선택한 뒤 지역을 고르면 가까운 시설을 찾을 수 있다.

스마트폰에서는 안전디딤돌 앱을 활용할 수 있다. 현재 위치나 지역을 설정하면 주변 무더위쉼터를 확인할 수 있다.

동주민센터, 경로당, 복지관, 제휴 은행 등도 무더위쉼터로 활용된다. 다만 시설마다 운영시간과 이용 여건이 다를 수 있는 만큼 폭염특보가 내려진 날에는 방문 전 운영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안전하다.

울산의 무더위쉼터 1,242곳과 폭염저감시설 1,547곳은 폭염 대응의 기본망이다.

이제 필요한 것은 숫자 다음의 점검이다. 쉼터별 실제 수용 인원, 폭염 피크 시간대 이용률, 야간 운영 시설, 대체 쉼터 안내, 노약자·임산부 우선 배려 안내, 공원형 쉼터 관리 상태까지 확인돼야 한다.

폭염은 누구에게나 오지만, 견디는 힘은 사람마다 다르다.

무더위쉼터는 더위에 약한 시민이 먼저 쉴 수 있을 때 제 기능을 한다. 울산시의 이번 점검도 시설 관리에서 실제 이용 가능성 점검으로 나아가야 한다.


박근호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otkay89@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