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반도체 헬륨 쇼크…내 지갑보다 주가가 먼저 흔들리나

글로벌이코노믹

반도체 헬륨 쇼크…내 지갑보다 주가가 먼저 흔들리나

중국 수출 금지로 헬륨 가격 폭등 조짐…한국 기업 조달 다변화 시험대
단기 물량 확보로 당장 생산 차질 없으나 중동 분쟁 장기화 때 비용 압박 우려
중국이 반도체 핵심 소재인 헬륨 수출을 전면 금지했다. 중국 상무부와 해관총서가 외국무역법 규정에 따라 헬륨 수출 통제 조치를 시행한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중국이 반도체 핵심 소재인 헬륨 수출을 전면 금지했다. 중국 상무부와 해관총서가 외국무역법 규정에 따라 헬륨 수출 통제 조치를 시행한다. 이미지=제미나이3

중국이 반도체 핵심 소재인 헬륨 수출을 전면 금지했다. 미국 AP통신은 중국 상무부와 해관총서가 외국무역법 규정에 따라 헬륨 수출 통제 조치를 즉시 시행한다고 10(현지시각) 보도했다.

중동 분쟁으로 세계 헬륨 공급망이 급격히 위축된 상황에서 자국 산업 보호를 명분으로 내걸었다. 한국 반도체 업계는 대체 공급선 확보와 재고 관리 강화가 필요하다.

중동 분쟁이 당긴 헬륨 공급망 위기


헬륨은 반도체 제조 공정에서 웨이퍼를 냉각하고 불순물을 제거할 때 쓰는 필수 가스다. 의료용 자기공명영상(MRI) 장비 냉각에도 들어간다. 올해 2월 말 이란 전쟁이 터진 후 세계 헬륨 공급은 급격히 줄었다. 공급 부족으로 글로벌 헬륨 현물 가격은 일부 지역에서 지난해보다 2배에서 3배 수준까지 상승했다는 업계 추정이 나온다.
중국 컨설팅 기업 트리비움 차이나 자료를 보면 세계 헬륨 공급량의 3분의 1은 카타르가 댄다. 중국은 글로벌 생산 비중이 15% 미만인 소규모 수출국이다. 이번 조치는 정치적 의도보다는 공급 부족 대응 성격이 강하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자국 반도체와 인공지능(AI) 산업 물량을 먼저 묶어두려는 의도다.

상하이 컨설팅 기업 타이달웨이브 솔루션의 카메론 존슨 수석파트너는 외신 인터뷰에서 중국이 필요한 물량조차 부족하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수출을 막았다고 분석했다. 세계 공급망 정상화 시점은 가늠하기 어렵다.

4개의 숫자, 15% · 33% · 3개월 · 90%


시장이 주목하는 핵심 지표는 네 가지다. 중국의 세계 헬륨 생산 비중은 15% 미만이다. 생산 절대량이 적어 중국 단독 조치로 인한 글로벌 공급 충격은 크지 않다. 세계 공급의 33.3%를 차지하는 카타르의 비중이 더 중요하다. 이란 전쟁 확전으로 호르무즈 해협 물류가 막히는 경제 봉쇄 리스크가 더 큰 변수다.

국내 주요 반도체 기업이 확보한 헬륨 평균 재고 기간은 3개월 이상이다. 단기 생산 차질 가능성은 제한적이다. 대형 반도체 공장에 도입 중인 헬륨 재활용 시스템의 회수율은 90% 이상이다. 기술적 보완책이 완충 역할을 한다.

완제품 가격 인하 지연과 마진 압박

소재 가격 상승은 소비자 지갑에 간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헬륨 가격 폭등이 완제품 가격의 직접 인상으로 곧장 이어지지는 않는다. 다만 메모리 업황 회복기와 겹치면 스마트폰이나 AI 인프라 제품의 가격 인하 속도가 늦어지거나 프로모션이 축소되는 방식으로 소비자 부담이 전가될 수 있다.

빅테크 기업의 데이터센터 운영 비용이 늘어나면서 클라우드 서비스 이용료가 오를 가능성도 존재한다.

주가는 공급 차질 자체보다 마진 훼손 지속 기간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단기적으로 재고가 충분해 1개 분기에서 2개 분기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적다. 다만 중기적으로는 공정별 마진 다툼이 예상된다.

원가 민감도가 높은 메모리 반도체는 파운드리(위탁생산)에 비해 마진 변동성이 크다. 파운드리는 비용 상승분을 고객사에 일부 넘길 수 있지만 메모리는 가격 저항에 직면하기 쉽다. 동일 조건이라면 메모리 업체 주가가 파운드리보다 원가 변수에 더 민감하게 반응할 가능성이 크다.

기술 변수와 밸류체인 이동


헬륨은 완전 대체가 불가능한 자원이다. 이 때문에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은 공정 내 헬륨 회수율을 90%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재활용 시스템 도입을 서두른다. 장기적으로 설비투자(CAPEX) 부담을 키우는 요인이다.

린데, 에어리퀴드 같은 글로벌 산업가스 기업들의 장기 계약 단가 추이가 국내 자원 조달 비용의 척도가 된다. 국내 시장에서는 산업가스 유통과 정제 기술을 보유한 업체들이 간접 수혜 후보로 거론된다. 반면 원재료비 비중이 높은 중소 부품·소재 업체들은 단기 마진 압박을 받는다.

3대 시나리오와 투자 지표


국내외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가 분석한 향후 시장 전개 방향은 세 갈래다.

첫째, 중국 수출 금지가 유지되나 미국과 카타르산 도입 확대로 국내 생산선은 현 상태를 유지한다는 기준 시나리오다. 이 경우 소재 단가는 소폭 상승에 그친다.

둘째, 이란 전쟁이 주변국으로 번져 카타르산 물류가 완전히 막히는 비관 시나리오다. 헬륨 가격이 폭등하며 반도체 영업이익률이 깎인다.

셋째, 중동 휴전 협상이 타결돼 글로벌 공급망이 전면 회복된다는 낙관 시나리오다. 헬륨 가격도 전쟁 이전 수준으로 안정된다.

전문가들은 가장 중요한 변수는 중동 리스크의 지속 기간이라고 진단한다. 이는 반도체 주가의 방향성보다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이다. 투자자는 카타르 물류, 산업가스 가동률, 소재비 추이를 점검해야 한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