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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진주 동부시립도서관, 291억원의 다음 챕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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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진주 동부시립도서관, 291억원의 다음 챕터는?

하대동 64석 어린이도서관이 맡아온 동부 생활권…일반·육아·돌봄 수요를 한곳에
주차 최소 80면 계획…장서·좌석·운영비·전담 인력은 개관 전 확정 과제
진주 동부시립도서관 조감도. 사진 = 진주시이미지 확대보기
진주 동부시립도서관 조감도. 사진 = 진주시


평일 오전에는 영유아와 보호자가 장난감은행을 찾는다. 오후에는 초등학생이 돌봄센터와 영어도서관으로 들어간다. 저녁이 되면 청소년과 직장인이 열람 공간을 채운다.

진주시가 초전동에 짓는 동부시립도서관의 완공 뒤 모습이다. 책을 빌리는 공간에 육아와 돌봄, 문화 프로그램을 결합해 하루 동안 이용자가 바뀌는 복합시설을 만드는 구상이다.

시공사와의 갈등으로 멈췄던 공사는 법원의 공사방해금지 결정 이후 다시 시작됐다. 진주시는 현장 안전 상태를 점검한 뒤 27일부터 잔여 공정에 인력과 장비를 투입했다. 현재 목표는 올해 말 준공이다.

64석 어린이도서관이 맡아온 동부 생활권


초전동 주민이 가까이 이용할 수 있는 기존 시립시설은 하대동 도동어린이도서관이다.

도동어린이도서관은 연면적 335.58㎡에 좌석 64석을 갖췄다. 초등자료실과 유아자료실, 시청각실로 구성돼 일반 성인의 학습이나 자료 이용을 맡는 종합도서관과는 기능이 다르다. 보유 장서는 일반·아동자료를 합쳐 3만636권이다.

성인 자료와 일반 열람실을 이용하려면 상대동 연암도서관까지 이용 범위를 넓혀야 한다. 연암도서관은 종합자료실과 어린이실, 디지털실, 열람실 등 397석을 갖추고 있다.

동부시립도서관은 연면적 4454㎡ 규모다. 도동어린이도서관의 약 13배다. 지하 1층과 지상 3층에 일반 열람 공간과 영어도서관, 공동육아나눔터, 다함께돌봄센터 등이 들어선다. 어린이 중심의 소규모 도서관이 맡아온 동부권에 처음으로 일반 자료와 돌봄 기능을 함께 갖춘 거점 도서관이 생기는 셈이다.

4454㎡에 몇 권, 몇 석을 담나

건물의 크기만큼 중요한 수치는 개관 장서와 열람석이다.

진주시는 2025년 본예산에 동부시립도서관 도서 구입비가 포함된 4억5000만원을 편성하고 영유아와 어린이 자료 등을 단계적으로 구매해 왔다. 그러나 현재까지 확인되는 시의회 회의록에는 개관 때 비치할 전체 장서 권수와 최종 좌석 수가 숫자로 제시되지 않았다.

진주시가 운영 중인 7개 시립도서관의 장서는 2026년 초 기준 66만7000여 권이다. 연간 도서 대출과 열람 이용자는 92만여 명이다. 새 도서관의 장서와 좌석 규모는 이 기존 수요를 얼마나 나눠 맡을 수 있는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

동부시립도서관은 도동어린이도서관보다 건물은 13배 넓다. 개관 장서와 좌석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으면 넓어진 면적이 곧바로 이용 편의로 이어지기는 어렵다. 어린이 자료와 일반 자료의 비율, 공부 좌석과 가족 열람 공간의 배치도 함께 정해야 한다.

진주시는 ‘동부시립도서관 건립공사’의 안전 점검 용역을 완료하고, 인력과 장비를 투입하는 등 본격적으로 공사를 재개했다고 밝혔다. 사진 = 진주시이미지 확대보기
진주시는 ‘동부시립도서관 건립공사’의 안전 점검 용역을 완료하고, 인력과 장비를 투입하는 등 본격적으로 공사를 재개했다고 밝혔다. 사진 = 진주시


20억원대 개관 준비비와 연간 운영비는 별개


진주시는 당초 2025년 개관에 맞춰 내부 시설과 운영 준비 예산을 편성했다.

당시 추경에는 서가와 가구, 시스템 장비, 운영 물품, 주말·야간 자료실 보조인력 등에 19억4400만원이 반영됐다. 도서관리 프로그램과 컴퓨터, 인터넷 회선 등에 6800만원, 개관 행사에 2000만원도 편성됐다.

이 예산은 서가와 전산시스템을 처음 설치하는 개관 준비비가 대부분이다. 해마다 반복되는 전기료와 시설관리비, 도서 구입비, 프로그램 운영비, 상시 인건비를 합친 연간 운영비와는 구분해야 한다.

인력 확보도 남아 있다. 2026년 2월 기준 진주시립도서관 전체 정원은 47명이지만 현원은 37명이다. 정원보다 10명이 적다. 동부도서관 팀장은 이미 배치됐지만 자료실 운영과 장서관리, 문화 프로그램, 야간·주말 근무를 맡을 전담 인력과 추가 채용 규모는 개관 일정에 맞춰 확정해야 한다.

영어도서관과 돌봄센터, 공동육아나눔터, 장난감은행까지 한 건물에 들어가면 운영 주체도 여러 부서로 나뉜다. 시설별 운영시간이 다르면 부모와 아이가 한 번에 이용하는 복합시설의 장점이 줄어든다. 개관 전까지 도서관과 육아·돌봄시설의 운영시간과 인력 배치를 하나의 이용표로 맞출 필요가 있다.

주차 80면보다 중요한 ‘마지막 5분’


동부시립도서관 설계공모 조건에는 최소 80대 이상의 주차공간이 제시됐다. 장재공원의 경사와 높이 차를 이용해 주차장을 배치하고 공원 보행로와 도서관을 연결하는 방식이다.

주차면만으로 접근성 문제가 모두 풀리지는 않는다. 주요 이용자로 예상되는 어린이와 청소년, 고령자는 승용차를 직접 운전하기 어렵다.

현재 도동어린이도서관은 9개 버스 노선을 이용해 진명여중 정류장에서 내려 5분가량 걸어갈 수 있다. 연암도서관도 3개 노선이 가까운 정류장을 거치며 하차 뒤 도보 5분 거리다.

동부시립도서관도 개관 전에 경유 버스 노선과 가장 가까운 정류장, 공원 입구부터 건물까지의 보행거리, 유모차와 휠체어 이동 동선을 구체적으로 알려야 한다. 80대가 주차할 수 있다는 정보보다 버스에서 내린 이용자가 건물까지 안전하게 갈 수 있는지가 생활권 도서관의 접근성을 가른다.

장난감은행 하루 100명대 수요 가능성


장난감은행은 동부시립도서관의 이용층을 넓힐 핵심 시설이다.

진주시 장난감은행은 과거 4개 지점을 운영하던 2017년 하루 평균 이용자가 600여 명에 달했다. 지점당 하루 약 150명이 찾은 셈이다. 당시 4곳의 누적 이용자는 개설 6년 만에 50만명을 넘어섰다.

이 실적을 단순 적용하면 동부시립도서관 장난감은행도 하루 100명대 방문 수요를 흡수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이는 과거 이용 실적을 나눈 참고치다. 현재 하대동에는 은하수동산 장난감은행이 운영되고 있어 신규 수요와 기존 지점에서 옮겨오는 이용자를 구분해야 한다.

장난감은행의 주 이용 대상은 취학 전 아동을 둔 부모와 법정대리인이다. 예상 회원 수와 하루 대여 가능 건수, 보유 장난감 수, 주차·반납 동선을 미리 정해야 도서관 이용객과 장난감 대여객이 한꺼번에 몰릴 때 혼잡을 줄일 수 있다.

공사 속도 다음은 운영의 밀도


동부시립도서관은 2018년 78억원으로 시작해 현재 총사업비가 291억원까지 늘었다. 최초 계획의 약 3.7배다. 사업비와 공사기간이 크게 늘어난 만큼 시민이 받게 될 서비스도 구체적인 숫자로 설명할 때가 됐다.

공사는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제 필요한 것은 대형 크레인의 투입 장면보다 개관 첫날 서가에 꽂힐 책의 수, 실제 이용할 수 있는 좌석, 해마다 들어갈 운영비, 현장을 지킬 인력, 버스에서 내린 시민이 걸어야 할 거리다.

연말 준공은 건물의 마감 시한이다. 장서와 인력, 교통과 운영계획을 채우는 일은 도서관의 시작 시한이다.


이상혁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cngeco@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