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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 인물] 창신메모리 주이밍(朱一明)... 시총 1위 중국 대장주 등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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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 인물] 창신메모리 주이밍(朱一明)... 시총 1위 중국 대장주 등극

주이밍 창신메모리 창업주 겸 CEO/사진=창신메모리 이미지 확대보기
주이밍 창신메모리 창업주 겸 CEO/사진=창신메모리
[김대호 인물] 창신메모리 주이밍(朱一明) 회장 — 중국 D램 굴기의 야심가, 글로벌 반도체 판도를 흔들다

2026년 7월27일 중국 상하이증권거래소 과창판(科創板) 시장은 역사상 가장 뜨거운 환호와 거대한 충격 속에 휩싸였다. 중국 D램(DRAM) 국산화의 상징이자 최대 메모리 반도체 기업인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가 마침내 상장에 성공한 것이다. 공모가 발표 당시부터 글로벌 금융 시장의 시선이 집중되었던 창신메모리는 상장 첫날 거래 개시와 동시에 폭발적인 매수세가 몰리며 공모가 대비 무려 460%가 넘는 폭등세를 기록하였다. 이로써 창신메모리는 순식간에 중국 증시 시가총액 1위 자리에 우뚝 섰다. 이는 단순한 한 기업의 증시 입성이 아니라, 미국과의 반도체 전쟁 속에서 중국 정부가 공을 들여온 '반도체 자립 굴기'가 자본시장에서 메가톤급 결실을 맺은 역사적 사건이라 할 수 있다.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오랜 시간 철옹성처럼 지배해 온 한국의 삼성전자, SK하이닉스, 그리고 미국의 마이크론 테크놀로지 등 거대 3사의 그늘 아래서, 불과 10년 전만 해도 존재조차 없던 중국의 한 신생 기업이 세계 증시의 판도를 뒤흔드는 거인으로 부상한 것이다. 이 어마어마한 ‘창신 신화’를 일궈내고 한국 반도체 산업에 가장 치명적인 위협자로 등극한 주역은 바로 주이밍(朱一明)이다. 주이밍은 창신메모리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 주이밍(朱一明) 회장은 중국 기술 엘리트의 전형적인 엘리트 코스를 밝아온 인물이다.

1994년 중국 최고 명문인 칭화대학교(Tsinghua University)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전자공학 석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칭화대학교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모교이자 중국 정치·산업계의 핵심 엘리트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는 거점이다. 특히 최근 중국의 반도체 육성 정책을 현장에서 주도하는 핵심 인맥들이 대부분 '칭화대 출신'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점에서, 주이밍 회장의 칭화대 배경은 향후 중국 정부 및 지방정부의 폭폭적인 지원을 끌어내는 데 강력한 자산이 되었다.
칭화대를 졸업한 주이밍은 미국으로 유학길에 올라 뉴욕주립대학교(스토니브룩)에서 전자공학 석사를 마치고, 반도체의 본산인 미국 실리콘밸리에 입성하였다. 그는 미국 반도체 기업인 모놀리식 시스템 테크놀로지(MoSys) 등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며 최첨단 SRAM 설계 기술과 엔지니어링 노하우를 쌓았다.

주이밍은 실리콘밸리에서의 안정된 삶에 만족하지 않고 2005년자신이 개발한 SRAM 관련 특허와 10만 달러의 초기 자금을 들고 중국으로 전격 귀국하였다. 이때 그가 설립한 기업이 바로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업체인 '기가디바이스(GigaDevice, 兆易创新)'였다. 기가디바이스는 PC 및 가전제품에 쓰이는 NOR 플래시 메모리 시장을 집중 공략하였고, 순식간에 NOR 플래시 분야 세계 점유율 최상위권 기업으로 성장했다. 주이밍은 일약 중국 반도체 벤처업계의 신화적 인물로 올라섰다. NOR 플래시 시장에서의 대성공에도 불구하고 주이밍의 야망은 거기에 머물지 않았다. NOR 플래시는 전체 메모리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작았던 반면,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진정한 노다지이자 핵심은 D램(DRAM)과 낸드플래시(NAND Flash)였기 때문이다.

문제는 D램 시장의 엄청난 진입장벽이었다. D램은 단순 설계만으로는 불가능하며, 수조 원 단위의 막대한 천문학적 설비 투자와 함께 거대 기업들이 쌓아 올린 수만 건의 촘촘한 특허 장벽을 넘어야만 한다. 2010년대 중반 이미 세계 D램 시장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3사의 독과점 체제가 완전하게 구축된 상태였다. 주이밍의 거대한 야심과 중국 정부의 '반도체 국산화' 이해관계가 정면으로 일치한 시점은 2016년이었다. 안후이성 허페이시 인민정부가 D램 국산화를 위해 주이밍 회장에게 파격적인 제안을 건넸다. 180억 위안(약 3조 5,000억 원)에 달하는 초기 설립 자금 중 75% 이상을 허페이시 인민정부 투자펀드가 대고, 기가디바이스가 일부를 투자하는 방식으로 D램 제조 기업 '이노트론(Innotron)'이 창립되었다. 암호명 '프로젝트 506'으로 불린 이 프로젝트가 바로 오늘날 창신메모리(CXMT)의 출발점이다.

새롭게 출범한 창신메모리가 부딪힌 가장 큰 난관은 D램 원천 기술과 특허의 부재였다. 삼성과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이 그물망처럼 쥐고 있는 특허를 피해서 독자 D램을 개발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이때 주이밍 회장이 선택한 결정적 묘수는 파산한 독일 반도체 기업 '키몬다(Qimonda)'의 자산을 훔쳐보듯 정밀하게 사들이는 것이었다. 독일 인피니온의 자회사였던 키몬다는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파산하였으나, D램 분야에서 독자적인 기술 특허를 다량 보유하고 있던 유럽의 명문 반도체 기업이었다. 주이밍 회장과 창신메모리는 특허 관리 전문 기업(NPE) 등을 거쳐 키몬다가 남긴 D램 핵심 특허 및 수천, 수만 건에 달하는 설계 라이선스를 합법적으로 사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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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이끄는 창신메모리는 2.8 테라바이트(TB)에 달하는 키몬다의 방대한 D램 연구개발 데이터와 설계 도면을 전격 확보하였다. 또 키몬다 독일 본사 출신의 핵심 기술진과 독일/대만 인력들을 기술 고문으로 대거 흡수하였다. 키몬다가 보유하고 있던 '매립형 워드라인(BWL, Buried Wordline)' 공정 기술은 창신메모리가 기존 거인들의 특허 침해 소송을 회피하면서도 10나노급 D램 양산으로 진입할 수 있게 해 준 결정적인 '기술적 징검다리'가 되었다. 이후 미국 램버스(Rambus) 등과도 특허 크로스 라이선스를 맺으며 특허 무장까지 완료하였다.

독일 키몬다의 유산이 '설계 도면'이었다면, 이를 실제 공장에서 수율을 잡아 양산해낼 수 있는 '실전 노하우'는 어디서 왔을까? 이 지점에서 한국 반도체 산업의 가장 아픈 비극이자 잔혹사가 교차한다.주이밍 회장과 창신메모리는 2016년 설립 직후부터 한국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출신 퇴직 및 전·현직 엔지니어들을 상대로 무차별적인 고액 연봉 스카우트 공세를 펼쳤다. 수억 원에서 수십억 원에 달하는 연봉, 주거비 지원, 자녀 학비 보장이라는 파격적 조건을 제시하며 한국의 20나노 및 18나노급 D램 핵심 공정 인력 수십 명을 대거 차출해 갔다.

한국 수사 당국의 수사 결과, 삼성전자의 전직 부장급 인사가 수백억 원대의 금품을 대가로 창신메모리로 이직한 뒤, 국가 핵심 기술에 해당하는 삼성전자의 18나노 D램 공정 핵심 데이터 및 설계 파일 전체를 통째로 빼돌려 창신메모리의 초기 수율 향상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사실이 드러나 구속 재판을 받는 등 초대형 기술 유출 파문이 일어났다. 독일 키몬다의 원천 특허에 한국 엔지니어들의 피와 땀으로 일군 핵심 공정 기술이 더해지면서, 창신메모리의 D램 개발 및 수율 잡기 속도는 글로벌 반도체 역사상 유례가 없을 정도로 가속화되었다. 2018년 첫 DDR4 시제품을 발표한 데 이어 불과 수년 만에 19나노, 17나노, LPDDR5 양산까지 성공하며 한국 기업들을 턱밑까지 추격해 온 것이다.

창신메모리의 부상이 한국 및 글로벌 반도체 산업에 주는 위협은 단순히 '기술 추격'에만 그치지 않는다. 더욱 무서운 것은 중국 정부의 막대한 자금력과 내수 시장을 무기로 한 시장 교란이다. 첫째, 천문학적인 보조금과 물량 공세(치킨게임)이다. 창신메모리는 중국 '국가반도체산업 투자펀드(빅펀드)'와 지방정부의 끊임없는 자금 투입을 바탕으로 레거시(범용) D램 공장을 미친 듯이 증설하고 있다. 중국 당국은 자국 IT 기기 제조업체들에게 중국산 메모리를 사용하면 구매 금액의 15%를 보조금으로 지급하는 파격적인 혜택까지 제공하며 시장을 싹쓸이하고 있다.

둘째, 글로벌 공급망으로의 침투이다. 창신메모리는 이미 레노버 등 중국 내 IT 대기업은 물론, 최근에는 글로벌 PC 제조업체 및 커세어 등 글로벌 메모리 모듈 업체에까지 D램 공급을 확장하고 있다. 이는 범용 D램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의 입지를 급격히 위축시키고 전체적인 D램 가격 하락 압력을 가하는 강력한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셋째, 차세대 HBM(고대역폭 메모리) 분야로의 야심이다. 창신메모리는 범용 D램 양산으로 벌어들인 막대한 자금과 상장을 통해 조달한 자금을 바탕으로, 한국 반도체 기업들의 독점 영역인 HBM 기술개발 및 패키징 공정 투자를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주이밍 회장의 창신메모리는 중국 상하이 증시 상장을 통해 단숨에 최고 시가총액 기업으로 등극하며 자본과 명성, 기술 자립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모두 쥐었다. 미국의 거센 대중국 반도체 규제와 장비 수출 통제 속에서도, 키몬다 특허 인수와 한국 인력 스카우트, 그리고 중국 정부의 판을 흔드는 자금 지원을 결합해 D램 자립을 완성해 낸 주이밍의 전략은 대단히 집요하고 치밀했다. 이제 초격차를 자부하던 한국 반도체 산업은 더 이상 '중국과의 기술 격차가 5년 이상 차이 난다'는 안이한 환상에 빠져 있어서는 안 된다. 레거시 D램 영역에서 창신메모리의 가격 공세가 본격화되는 가운데, 한국 반도체 산업이 살아남을 유일한 길은 HBM4, CXL, 차세대 AI 반도체 메모리 분야에서 도저히 넘볼 수 없는 기술적 '초격차'를 유지하는 것뿐이다. 판을 뒤흔드는 거인으로 성장한 창신메모리와 주이밍 회장의 행보는 오늘날 대한민국 경제와 반도체 산업에 가장 엄중하고 서늘한 경고장을 던지고 있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