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졸자 공고 2020년 이후 최저·임금 상승률도 둔화…전체 채용 냉각 속 공고 10건 중 1건은 AI 역량 요구
이미지 확대보기영국 기업의 채용공고가 올해 들어 11% 줄어든 반면 인공지능(AI) 관련 기술을 요구하는 공고 비율은 사상 최고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졸자를 대상으로 한 채용공고는 지난 202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여름철 임시·계절 일자리도 4년 만에 가장 적어 청년층이 첫 직장을 구하기가 더욱 어려워진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기업들이 AI 도구와 관련 프로그램을 사용할 수 있는 인력은 이전보다 적극적으로 찾으면서 기술을 갖춘 구직자와 그렇지 않은 구직자 사이의 취업 기회가 벌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영국 채용 플랫폼 인디드가 3일(현지시각)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영국의 채용공고가 올해 초부터 지난달 17일까지 11% 감소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채용공고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 이전보다 32% 적었다.
◇ 대졸자·청년층부터 취업문 좁아져
영국의 대졸자 대상 채용공고는 지난달 10일 기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 줄었다.
같은 시기와 비교하면 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된 202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대학을 갓 졸업한 청년들이 지원할 수 있는 초급 일자리가 전체 채용시장보다 더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는 의미다.
여름철 일자리는 학생과 청년들이 비교적 쉽게 첫 업무 경험을 쌓을 수 있는 통로다. 이를 통해 확보한 경력은 이후 정규직에 지원할 때도 활용된다.
그러나 기업들이 정규직뿐 아니라 임시직 채용까지 줄이면서 청년들이 노동시장에 처음 진입할 기회가 동시에 감소하고 있다.
잭 케네디 인디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영국 노동시장은 지속적인 압박을 받고 있다”며 “경제 대부분에서 채용 수요가 줄어들고 채용공고에 제시된 임금 상승률도 점차 둔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첫발을 내디딜 기회를 두고 경쟁해야 하는 대졸자와 젊은 근로자에게 특히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영국에서는 이미 교육이나 직업훈련을 받지 않고 취업도 하지 않은 16∼24세 청년이 100만명을 넘어섰다.
기업이 초급 일자리를 줄이면 기존 경력이 없는 청년은 취업 기회를 얻기 어렵다. 취업하지 못하면 다시 기업이 원하는 실무 경험을 쌓지 못하는 악순환이 이어질 수 있다.
◇ 임금 상승세 둔화에도 기업 채용 위축
채용공고에 제시된 임금의 상승률도 낮아졌다.
올해 4∼6월 영국의 공고 임금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9% 상승했다. 이는 2022년 2월 이후 가장 낮은 증가율이다.
임금이 감소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기업이 새 직원에게 제시하는 급여는 지난해보다 높았지만 상승 속도가 4년여 만에 가장 느려졌다는 뜻이다.
일반적으로 기업이 인력을 확보하기 어려울 때는 더 높은 급여를 제시하며 채용 경쟁을 벌인다.
반대로 경기 전망이 불확실하거나 비용 부담이 커지면 기업은 신규 채용을 미루고 임금 인상폭도 낮추려 한다.
이번 조사에서는 채용공고 수와 공고 임금 상승률이 함께 둔화해 기업의 인력 수요가 전반적으로 약해진 흐름이 나타났다.
인디드는 영국 경제의 대부분 분야에서 채용 수요가 감소했다고 진단했다.
특정 산업의 구조조정만으로 공고가 줄어든 것이 아니라 기업들이 경제 전반에서 신규 인력 확보에 신중해졌다는 의미다.
영국 정부는 청년층의 취업난을 완화하기 위해 직업교육과 기업의 실제 인력 수요를 연결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앤디 버넘 영국 총리는 지난달 말 지역별 고용 수요에 맞춰 청년 기술교육과 직업훈련 체계를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대학 학위 중심의 진로에서 벗어나 지역 기업이 필요로 하는 기술을 교육해 청년들의 취업 가능성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 공고 10건 중 1건은 AI 역량 요구
전체 채용공고가 줄어드는 상황에서도 AI 기술을 요구하는 기업은 빠르게 늘었다.
6월 말 기준 영국 채용공고 가운데 AI 또는 관련 도구·프로그램을 언급한 비율은 9.4%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채용공고 약 10건 가운데 1건이 지원자에게 AI 관련 역량을 요구하거나 AI를 업무에 활용한다고 밝힌 셈이다.
AI 관련 공고는 인공지능 모델을 직접 만드는 개발자와 연구자 채용만을 뜻하지 않는다.
일반 사무직과 금융, 마케팅, 인사, 의료 등에서도 생성형 AI와 데이터 분석 프로그램을 사용해 문서를 작성하거나 고객 정보를 분석하고 업무를 자동화할 수 있는 능력을 요구할 수 있다.
기업들은 전체 직원 수를 늘리는 데는 신중하지만 AI를 이용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사람은 적극적으로 찾고 있다.
영국 채용시장에서 일자리의 수와 기업이 요구하는 기술이 동시에 바뀌고 있는 것이다.
AI 수요 증가가 전체 채용 감소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이번 조사만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
기업의 비용 부담과 경기 불확실성, 소비 둔화 등도 채용 축소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러나 신규 일자리가 줄어드는 가운데 AI 역량을 요구하는 공고 비율이 사상 최고로 올라선 것은 기업의 인력 수요가 일반적인 사무 능력보다 새로운 기술 활용 능력에 집중되고 있음을 나타낸다.
대졸자와 청년층은 더 적어진 초급 일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동시에 AI 도구를 사용할 수 있는 능력까지 입증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영국 노동시장은 전체 채용 규모는 줄어들고 있지만 기업이 원하 기술 수준은 오히려 높아지는 방향으로 재편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