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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 인물] 머스크 "스페이스X 어닝쇼크"... 더 멀어진 조만장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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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 인물] 머스크 "스페이스X 어닝쇼크"... 더 멀어진 조만장자

일본 머스크 스페이스X 창업자/사진=로이터 뉴시스 이미지 확대보기
일본 머스크 스페이스X 창업자/사진=로이터 뉴시스
머스크의 야심작 스페이스X의 상장후 첫 성적표가 나왔다. 역사적인 기업공개(IPO)를 마치고 상장사로서 첫 분기 성적표를 내놓은 일론 머스크(Elon Musk)의 스페이스X(SpaceX)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정규장이 끝나자마자 모니터에 떠오른 수치는 충격적이었다. 2분기 매출액은 전년 대비 92%나 급증한 78억 1,000만 달러를 기록하며 외형상 시장 전망치를 웃도는 듯 보였으나, 그 이면에 숨겨진 '손실의 크기'가 시장을 차갑게 가로질렀다. 2분기 단 한 달 동안에만 무려 183억 7,000만 달러(약 26조 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자본지출(Capex)을 퍼부었고, 여전히 수억 달러대의 적자 늪에서 벗어나지 못했음이 드러난 것이다.

실적 발표 직후 뉴욕증시 시간외 거래에서 스페이스X 주가(SPCX)는 순식간에 8% 이상 급락하며 밑바닥으로 내팽개쳐졌다. IPO 직후 최고가를 기록하며 '인류 최초의 조 단위 자산가(Trillionaire)'에 올랐던 일론 머스크의 개인 재산 역시 불과 몇 주 만에 수천억 달러가 허공으로 날아가 버렸다. 스페이스X와 테슬라 주가의 연쇄 폭락으로 머스크의 평가 자산은 반토막 수준으로 고꾸라졌고, '조 단위 거부'라는 화려한 왕관마저 힘없이 벗겨지고 말았다. 혁신의 대명사로 추앙받던 일론 머스크의 제국이 어쩌다 이토록 심각한 재무적 휘청거림을 겪게 되었을까?

스페이스X를 받치는 두 개의 거대한 축은 대형 로켓 발사 사업과 위성 인터넷망인 '스타링크(Starlink)'다. 특히 시장이 스페이스X의 천문학적인 기업가치를 인정했던 핵심 근거는 스타링크였다. 전 세계 오지와 허공을 연결해 수백억 달러의 구독료 수입을 거둬들이고, 이 자금으로 화성 탐사 비용을 충당하겠다는 선순환 구조가 머스크가 제시한 청사진이었다. 뚜껑을 연 스타링크의 성적표는 '화려한 분칠 뒤에 숨겨진 참사'에 가까웠다. 영업이익은 대규모 마이너스, 즉 적자였다. 상장 혹은 대규모 투자 유치를 앞두고 외형 성장에만 집착한 결과였다. 머스크는 가입자 수를 폭발적으로 늘리기 위해 전 세계 각지에서 위성 수신 안테나 단말기를 제조 원가보다 한참 밑도는 가격으로 덤핑 판매하는 정책을 펼쳤다. 가입자 숫자는 늘어났지만, 단말기 보조금 부담이 가파르게 누적되면서 손실의 폭을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키운 것이다.

더욱 치명적인 것은 통신망 자체의 품질 저하와 한계다. 가입자가 과밀집된 지역을 중심으로 데이터 전송 속도가 급감하자 기존 고도화 고객들의 이탈이 시작되었다. 신규 가입자를 유치하기 위해 돈을 쏟아붓고, 정작 수익성을 담보할 고가 요금제 고객은 잃어버리는 '가입자 유치 덫(Subscriber Trap)'에 빠진 셈이다. 믿었던 우주 인터넷 사업이 수익을 창출하는 캐시카우가 아니라, 회사의 피를 말리는 대형 블랙홀로 전락했다는 사실에 투자자들은 털썩 주저앉았다. 실충격보다 투자자들을 더 분노케 한 것은 일론 머스크의 독선적인 기업 경영 스타일과 '주주 친화적 마인드의 부재'다.
보통 실적이 악화되거나 기업 가치에 불확실성이 커지면, 경영진은 자사주 매입이나 주주환원 정책, 혹은 명확한 턴어라운드 로드맵을 제시하며 시장을 안심시키기 마련이다. 그러나 머스크는 달랐다. 주주환원에 극도로 인색한 태도를 유지하며, 기업 내부에서 창출되거나 외부에서 조달된 자금을 오직 자신의 개인적 비전인 '스타십 개발'과 '우주 확장'에만 올인하는 구조를 고집했다. 주주들의 자본을 자신의 거대한 실험실 자금쯤으로 여기는 자의적 경영이 다시 한번 도마 위에 오른 것이다.

여기에 기름을 부은 것이 바로 '보호예수 언락(Lock-up Release)' 해제다.실적 발표 시점과 맞물려 초기 기관 투자자들과 임직원들이 보유하고 있던 대량의 물량이 시장에 풀릴 수 있는 빗장이 열렸다. 회사의 내부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내부자와 초기 투자자들이 실적 발표 직후 주식을 던질 수 있다는 공포감이 형성되면서, 시간외 거래에서의 매도 투매(Panic Selling) 현상은 한층 가속화되었다. 회사는 주가를 방어할 최소한의 자사주 매입 카드조차 내놓지 않았고, 그 결과 피해는 오롯이 머스크의 비전을 믿고 투자했던 일반 주주들에게 돌아갔다.스페이스X의 핵심 경쟁력은 '빠른 실패와 개선(Fail Fast, Learn Faster)'이라는 테크 기업식 접근법이었다. 완벽을 기하기보다 일단 로켓을 쏘아 올리고, 폭발하면 그 데이터를 바탕으로 다음 모델을 수정하는 방식이다. 팰컨9(Falcon 9) 로켓의 재활용 성공은 이러한 철학이 만든 위대한 결실이었다. 초대형 우주선 '스타십(Starship)' 프로젝트로 넘어오면서 이 접근법은 재앙적인 비용 폭증으로 돌아왔다.

스타십은 차원이 다른 거대 우주선이다. 한 번 쏘아 올리는 데 들어가는 기체 제작 비용, 특수 연료비, 그리고 발사대 파손에 따른 지상 인프라 복구 비용은 팰컨9과 비교조차 할 수 없을 만큼 막대하다. 최근 거듭된 궤도 진입 실패와 공중 폭발은 단순히 '다음 성공을 위한 자산'으로 치부하기엔 스페이스X의 재무제표에 너무나 가혹한 흉터를 남겼다.

실패할 때마다 공중에 날아가는 수천억 원의 돈, 그리고 이를 수습하기 위한 재발 방지 청문회와 규제 당국의 발사 승인 지연은 회사의 고정비 부담을 한계치까지 밀어붙였다. 머스크는 "혁신에는 비용이 든다"고 외치지만, 금융 시장은 이제 "그 비용을 언제까지 주주와 투자자가 감당해야 하는가"를 묻기 시작한 것이다. 일론 머스크라는 인물은 늘 극단적인 평가의 경계선에 서 있었다. 누군가는 그를 시대를 앞서가는 천재 비전가라 부르고, 누군가는 과대망상에 사로잡힌 위험한 마케터라 칭한다.

이번 스페이스X의 첫 실적 쇼크와 주가 폭락, 그리고 머스크의 막대한 재산 증발은, 그동안 머스크라는 거대한 팬덤과 화려한 미래 서사에 가려져 있던 '숫자의 냉혹함'이 드디어 수면 위로 불거진 사건이다. 우주 개척이라는 위대한 명분도 결국 단단한 재무적 기초와 지속 가능한 수익 모델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한순간에 모래성처럼 무너질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이 거대한 화염 속에서 다시 한번 반전의 모멘텀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인가. 전 세계 금융 시장과 우주 산업계가 머스크 다음 행보를 숨죽인 채 지켜보고 있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