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재생에너지·정의로운 전환 위해 역량 결집”…통합 절감액·인력운영 기준은 안 보여
울산·태안 등 통합본사 유치전…노조 “고용만 아니라 근무지·임금·복지까지 협의해야”
울산·태안 등 통합본사 유치전…노조 “고용만 아니라 근무지·임금·복지까지 협의해야”
이미지 확대보기2001년 경쟁을 통한 효율화를 내걸고 한국전력에서 떼어낸 발전공기업 5사가 25년 만에 다시 하나가 된다. 정부가 한국남동·중부·서부·남부·동서발전을 가칭 ‘한국발전’으로 합쳐 재생에너지 전환과 탈석탄에 대응할 힘을 키우겠다고 지난 3일 밝혔다. 방향은 정해졌지만 정작 통합으로 얼마의 비용을 줄일 수 있는지, 중복 인력을 어떻게 재배치할지, 다섯 지역에 흩어진 본사를 어떻게 정리할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정부가 약속한 것은 고용승계와 기존 처우의 최대한 보장이다.
왜 지금 합치나…정부는 ‘규모’, 현장에는 이미 공동체계
정부가 내세운 이유는 달라진 에너지 산업이다. 기능을 쪼개 전문성을 키우는 방식으로는 재생에너지 확대와 공급망 재편, 에너지 안보 같은 대형 과제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정부는 발전 5사의 기술·인력과 재무역량을 한곳에 모아 ‘정의로운 전환’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발전 5사는 지난해부터 LNG 물량 교환과 공동구매 체계를 만들었고, 올해 6월에는 기후에너지환경부와 함께 석탄발전 인프라 재활용과 근로자 재배치를 연구하는 1년짜리 공동용역에 들어갔다. 8월에도 5사가 대학들과 공동으로 에너지전환 연구·인재양성 체계를 구축했다. 회사 간 협업은 이미 확대되고 있었던 셈이다.
이미지 확대보기본사 하나 정하면 네 곳은 달라진다…지자체는 벌써 유치전
통합의 가장 민감한 문제는 발전소가 아니라 본사다. 현재 남동발전은 진주, 중부발전은 보령, 서부발전은 태안, 남부발전은 부산, 동서발전은 울산에 본사를 두고 있다. 정부는 통합 본사 소재지를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
이미 지역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는데, 울산시는 지난달 발전공기업 통합본사를 핵심 유치 대상으로 공식화했다. 기존 동서발전과 석유공사 등 에너지 공공기관, 원전·LNG·해상풍력·수소 산업을 묶어 에너지 공기업 집적지로 만들겠다는 논리다.
태안군은 서부발전 본사마저 다른 지역으로 옮겨가면 석탄화력 폐쇄에 따른 지역경제 충격이 더 커질 수 있다며 통합본사 유치 서명운동까지 시작했다. 태안화력 10기 가운데 8기는 2037년까지 폐지될 예정이다. 태안군의회와 발전비정규직연대도 본사 유치를 지역 생존 문제로 보고 공동 대응에 나섰다.
이미지 확대보기1만4000여명은 어디서 일하나…“고용승계만으로 부족”
가장 직접 당사자는 발전 5사 임직원 1만4000여 명이다. 상당수는 2014년 이후 공공기관 1차 지방이전에 맞춰 현재 지역에 정착했다. 통합 본사가 다른 지역으로 정해지고 인력 재배치가 이뤄지면 주거와 배우자 직장, 자녀 교육까지 다시 바뀔 수 있다. 발전공기업 직원들 사이에서 “10년 전 지방으로 내려왔는데 다시 전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한국남부발전노조는 통합 방향부터 정한 뒤 노동조건을 협의하는 방식에 반대하고 있다. 발전사마다 다른 조직·인사·임금·복지 체계를 합치는 과정에서 특정 회사 노동자에게 불이익이 집중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구순모 위원장은 고용뿐 아니라 근무지·임금·복지를 통합안 마련 단계부터 협의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공공운수노조의 요구는 더 넓다. 통폐합 과정에서 고용과 노동조건, 기존 단체협약을 승계하고 원청 직원뿐 아니라 자회사·협력업체 노동자까지 논의에 참여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고용승계와 처우 저하 방지를 약속했다. 그러나 1만4000여 명인 노동자에게 ‘직장이 유지된다’는 것과 ‘같은 지역에서 같은 조건으로 일한다’는 것은 다른 문제다. 25년 만의 통합을 효율화라고 평가하려면 기관 숫자보다 절감할 비용, 재배치할 인력, 유지할 지역 기능, 근무지 변경 기준을 먼저 공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전수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2040sysm@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