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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에너지 전환 펀드', 천연가스·빅테크 전력망으로 가득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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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에너지 전환 펀드', 천연가스·빅테크 전력망으로 가득 찼다

아마존·엔비디아·MS, AI 데이터센터용 초대형 가스발전소 잇따라 연계 구축
블랙스톤 등 사모펀드 "메탄은 필수 전환 연료" 옹호… '다리 연료' 서사로 가스 붐 견인
COP31 개막 앞두고 메탄 20년 온난화 효과 CO2 80배 지적… "석탄보다 기후에 악영향" 경고
월스트리트 사모펀드와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친환경 에너지 전환'을 명분으로 내세운 펀드 자금을 천연가스 화력발전 확충에 대거 쏟아붓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월스트리트 사모펀드와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친환경 에너지 전환'을 명분으로 내세운 펀드 자금을 천연가스 화력발전 확충에 대거 쏟아붓고 있다. 사진=로이터
11월 9일부터 20일까지 튀르키예 안탈리아에서 열리는 제3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1)를 앞두고, 민간 금융과 테크 부문의 '그린워싱(위장 환경주의)' 관행이 전 세계적인 기후 뇌관으로 부상하고 있다.

인공지능(AI) 인프라 확장에 따른 데이터센터 전력 소모가 폭발적으로 급증하고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청정에너지 보조금이 축소되는 가운데, 월스트리트 사모펀드와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친환경 에너지 전환'을 명분으로 내세운 펀드 자금을 천연가스 화력발전 확충에 대거 쏟아붓고 있기 때문이다.

11월 7일(현지시각) 글로벌 에너지 전문 매체 오일프라이스(Oilprice.com) 보도에 따르면, 글로벌 사모펀드와 자산운용사들이 '에너지 전환(Energy Transition)'을 표방하며 조성한 주요 펀드 포트폴리오의 상당 부분이 천연가스 발전설비와 가스 기반 데이터센터 관련 기업들로 채워져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스도 전환에 포함" 월가의 말장난… 사모펀드, '다리 연료' 명목 고수익


환경 전문매체 그리스트(Grist) 분석에 따르면, 글로벌 전력화 확산과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의 급성장 속에서 월가 사모펀드들은 '에너지 전환 펀드'를 통해 막대한 수익을 거둬들이고 있다.

그러나 이들 펀드의 상당수는 핵심 온실가스 배출원인 천연가스 자산을 전면에 배치하고 있다.

에너지경제·재무분석연구소(IEEFA)의 에너지 금융분석가 댄 콘(Dan Cohn)은 "월가에서 '에너지 전환'이라는 단어는 대단히 유연하게 해석되고 있다"며 "해당 펀드들에 가스 및 발전 기자재, 데이터센터 관련 기업들이 대거 편입된 것은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며, 일부 기관투자가들이 에너지 전환을 규정하는 시각과 정확히 일치한다"고 꼬집었다.

화석연료 업계는 석탄과 석유에서 100% 재생에너지로 넘어가기 전 중간 디딤돌 역할을 한다는 뜻의 '다리 연료(Bridge Fuel·가교 연료)' 논리를 앞세워 천연가스 투자를 정당화하고 있다.

뉴욕 소재 세계 최대 사모펀드 운용사인 블랙스톤(Blackstone)은 천연가스의 주성분인 메탄가스가 현실적인 에너지 전환을 위해 필수 불가결하다는 입장을 공공연히 피력하고 있다.

블룸버그NEF(BNEF)의 수석 연구원 라이언 러그헤드(Ryan Lughead) 역시 "수많은 월가 투자자들이 여전히 가스를 합법적인 전환 연료로 간주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마존·엔비디아·MS의 배신… 겉으론 'RE100', 뒤로는 '가스화력' 질주


더 큰 문제는 겉으로 탄소 감축과 차세대 청정에너지 개발을 내세우는 실리콘밸리 빅테크 기업들이 미국 전역에서 사상 최대 규모의 천연가스 화력발전 증설을 주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아마존(Amazon)은 텍사스주에 7개의 대형 가스 화력발전소를 포함한 복합 발전 시설을 짓고 있으며, 완공 시 미국 전역의 단일 전력 소비 시설 중 최대 탄소 배출원이 될 전망이다.

엔비디아·소프트뱅크는 지난 8월 미 연방정부 및 일본 소프트뱅크와 손잡고 챗GPT 등 초거대 AI 연산을 지원하기 위해 오하이오주에 대규모 화석연료 발전단지를 구축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최근 미국 대형 에너지사 쉐브론(Chevron)과 20년 장기 전력구매계약(PPA)을 체결하고, 웨스트 텍사스에 들어설 초대형 데이터센터에 2.67기가와트(GW) 규모의 천연가스 발전 전력을 공급받기로 했다.

"메탄, CO2보다 80배 독하다"… LNG, 석탄보다 기후에 치명적 경고도


기후 과학자들은 천연가스를 청정 연료로 포장하는 월가와 빅테크의 행태에 강한 경고를 보내고 있다.

천연가스의 주성분인 메탄(Methane)은 대기 중 체류 기간이 이산화탄소보다 짧지만, 방출 후 초기 20년 동안 지구 온난화에 미치는 영향력이 이산화탄소의 80배에 달한다.

최근 발표된 동료 평가(Peer-reviewed) 학술 연구들에 따르면, 가스 시추·채굴부터 이송 배관망에 이르는 전 생애주기 동안 누출되는 메탄의 양이 당초 예측치보다 훨씬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액화천연가스(LNG)의 경우 극저온 냉각, 초저온 저장, 대륙 간 해상 운송 등 극도로 에너지를 다소비하는 공급망 전 과정을 합산할 경우, 전체 온실가스 배출 집약도가 석탄 화력발전보다 오히려 기후에 더 치명적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까지 잇따르고 있다.

유엔(UN)은 수십 년간 누적된 미온적인 기후 대응으로 인해 파리협정의 핵심 목표인 '지구 기온 상승 1.5도 제한' 달성이 위태로운 상황이라며, 현실적인 기후 재앙을 막기 위해 가용한 모든 감축 조치를 가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환경 전문가들은 "AI 열풍에 취한 월가와 빅테크가 천연가스를 '친환경 전환'이라는 녹색 포장지로 감싸 금융 상품화하는 것은 명백한 사기적 그린워싱"이라며 "천연가스를 글로벌 에너지 전환 포트폴리오의 핵심 축에서 즉각 배제하지 않는 한, 파리협정의 기후 방어선은 무너질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