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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가' 이태준 단편소설, 연극이 되다…'돌다리' '달밤' '오몽녀'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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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가' 이태준 단편소설, 연극이 되다…'돌다리' '달밤' '오몽녀' 공연

[글로벌이코노믹 노정용 기자] 국내를 대표하는 문장가를 꼽으라면 산문에는 상허(尙虛) 이태준이요, 운문에는 지용(芝溶) 정지용이다. 그러나 두 거장은 월북 이후 우리의 기억 속에서 거의 사라졌다.

이태준은 강원도 철원군 출생으로 개화당이던 아버지를 따라 블라디보스토크로 망명했으나 부모님 모두 사망 후 고아가 되어 고향으로 돌아온다. 1921년 휘문고보에 입학하여 기라성 같은 문학대가를 만난다. 스승 가람 이병기에 선배 정지용, 김영랑과 함께 학업하는 행운을 누렸으나 1924년 동맹휴교 주모자로 퇴학을 당한 뒤 그는 일본으로 떠난다.
이태준은 1925년 스무두 살의 나이에 『조선문단』에 '오몽녀'가 당선돼 문단에 등단했으며, 1927년에는 도쿄의 상지(上智)대학 예과에 입학하지만 중퇴하고 한국으로 돌아온다. '개벽'지 기자로 활동했으며 이효석, 김기린, 정지용 등 당시의 대표적인 문학가들과 함께 구인회로 활동했다.

특히 그는 서정적인 문체와 치밀한 묘사, 가난한 백성에 대한 애정이 담긴 소설을 잇달아 선보였다. 1933년부터 1943년까지 이태준의 연재소설이 실리지 않은 신문이 없을 정도로 필명을 날린다. 하지만 이태준은 1946년 월북한 이후 한국전쟁 뒤 숙청을 당한다.

성북동의 '수연산방'은 이태준이 1933년부터 1946년까지 살면서 많은 문학작품을 집필한 곳이다. 그 곳에서 많은 문인들과 교류하였고 단편소설 '달밤'과 '돌다리'도 이곳에서 탄생했다.

소설가 이태준이라는 이름 하에 젊은 연극인들이 모여 그의 작품을 재조명한다. 삶을 연극으로 풀어내려는 시민극단과 젊은 연극인들이 힘을 합쳤다. 시민들은 일상을 마치고 저녁이 되면 극장에 모여서 연습을 해왔다.

이번 공연은 2016서울문화재단 공연장상주단체육성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성북구 기반의 극단 서울괴담이 제작하고 오는 7월 1일부터 4일까지 4일간 미아리고개예술극장에서 공연한다.

연극 '오몽녀' 연습장면
연극 '오몽녀' 연습장면
공연은 이태준의 단편소설 '돌다리' '달밤' '오몽녀'가 순차적으로 무대에 오른다.
첫번째로 '돌다리'는 시민 참여극으로 진행된다. 미아리고개 주변에 살고 있는 주민들이 '시민연극교실'에서 연극을 배우고 시민극단 '미아리고개예술극단'을 창단했다. 연극 '돌다리'는 20분 이내의 짧은 공연으로 원작의 의미와 현재를 살아가는 주민배우들의 생각이 어우러져 연극이 완성되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유명훈 연출로 두 번째로 공연되는 '달밤'은 인물을 섬세하게 묘사하고 대상을 따뜻하게 바라보는 이태준의 시선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작품 속 옛 성북구의 정취와 분위기를 무대로 옮겨 놓았다. 등장인물 황수건은 좀 모자란 듯 보이지만 순박하고 귀여운 인물로 표현했으며 극중에는 이태준의 다른 소설 속 인물도 등장해 재치 있게 꾸며냈다.

마지막 작품 '오몽녀'(연출 임형섭)는 이태준의 등단작으로 등장인물의 욕망과 갈등을 무대의 흥으로 풀어냈다. 한국영화의 선구자인 나운규의 유작(1937)으로 영화화 되기도 했다. 소설에는 자신의 욕망에 충실한 시골여자 오몽녀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데 이번 무대에서는 장단에 맞춘 탈춤으로 소설을 색다르게 승화했다.
노정용 기자 noj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