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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지난해 선풍적 인기 '선구매 후지불' 판매, 위기 맞은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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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지난해 선풍적 인기 '선구매 후지불' 판매, 위기 맞은 이유는

높은 인플레이션·금리 인상 등으로 채무 불이행 관련 기업 손실 증가
미국에서 '선 구매 후 지불'(BNPL)  판매 방식이 위기를 맞았다.이미지 확대보기
미국에서 '선 구매 후 지불'(BNPL) 판매 방식이 위기를 맞았다.
미국에서 연방준비제도(Fed, 연준)가 연쇄 금리 인상을 예고함에 따라 ‘선구매 후지불’(BNPL, Buy Now, Pay Later) 판매 방식이 위기를 맞았다. 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 저널 (WSJ)에 따르면 높은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 등으로 인해 물건을 구매한 뒤에 물건값을 나중에 내지 못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경기 침체 가능성이 제기돼 소매업체 등이 BNPL 판매 방식을 꺼리고 있다.

미국에서 지난해에 BNPL이 대유행했다. 고가품을 일시금이 아닌 할부금으로 낼 수 있어 제품 판매가 늘었다. 그러나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상품 가격이 계속해서 오르자 사정이 달라졌다. 이 판매 방식을 고수한 소매점과 기업의 적자가 그만큼 증가했다.

BNPL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표적인 기업인 어펌(Affirm) 홀딩스, 에프터페이(Afterpay), 집 (Zip) 등이 이자 부담에 시달리고 있다고 WSJ이 전했다. 올해 들어 기준 금리가 0.75% 포인트가 올랐고, 앞으로 계속 금리가 올라갈 예정이다.

BNPL 서비스가 위기를 맞으면서 어펌 홀딩스의 주가가 춤을 췄다. 이 회사는 지난해 1월 기업 공개를 할 당시에 주가가 49달러였으나 그해 11월에 170달러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이 회사 주가는 지난달 31일 28.50달러로 곤두박질쳤다.
BNPL 판매 방식은 경기가 좋을 때는 각광을 받지만, 경기가 식으면 위험에 빠질 수 있다. 경기가 나빠 소비자의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않고, 저축한 돈이 줄어들면 소비가 둔화하고, 채무 불이행 위험이 그만큼 커진다. 에프터페이와 집은 최근 들어 신규 서비스를 늘리지 않고 있다. 스웨덴계 핀테크 기업 클라르나(Klarna)는 지난주에 직원 10%를 해고하고, 대출 기준을 강화했다.

미국 정부도 지난해 말 BNPL 관련 업체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에 착수했다. 미국 정부 기관인 소비자금융보호국(CFPB)은 지난해 말 BNPL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표적인 결제업체인 페이팔, 어펌 홀딩스, 에프터페이, 클라르나 (Klarna), 집(Zip) 등에 BNPL 서비스와 관련된 거래 내용을 보고하도록 공문을 보냈다. 소비자금융보호국은 BNPL 서비스로 인해 소비자의 채무가 급증하고, 소비자 정보가 유용될 수 있으며 관련 기업들이 ‘규제 차익’(regulatory arbitrage)을 노릴 수 있다고 밝혔다. 규제 차익은 동일 상품이 지역에 따라 가격이 다를 때 이를 회사 측에 유리한 방법으로 매매해 차익을 얻는 것을 뜻한다.

미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을 계기로 온라인 쇼핑이 급증하고, BNPL 판매 붐이 일었다. 소비자가 당장 물건값을 내지 않기에 자신의 지급 능력을 초과해 온라인 등으로 상품을 사다가 신용 불량자로 쉽게 전락할 수 있다.

미국에서 세탁기, 냉장고를 비롯한 고가 상품이 할부제로 판매돼왔다. 당장 많은 돈을 낼 수 없는 소비자가 일정 기간에 걸쳐 그 대금을 나누어 내는 것이다. 이제 온라인 쇼핑이 많이 늘어나면서 할부 판매 품목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늘어났고, 여기에 결제업체가 중간에 개입해 선 구매 후 지불 방식으로 소비를 유도해왔다.

미국에서 신용 거래를 하려면 신용 점수를 먼저 확인하는 게 관행이다. 그렇지만, BNPL 서비스는 상품 구매자의 지불 능력을 따지지 않고 물품을 파는 경우가 많다. 판매 실적을 올리려는 기업의 전략에 소비자들이 현혹돼 당장 현금이 없거나 저축 능력이 없는 사람들이 충동구매를 할 수 있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