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초점] 달러화 강세, 20년 만에 최고 언제까지 계속되나

글로벌이코노믹

[초점] 달러화 강세, 20년 만에 최고 언제까지 계속되나

미국 수출 기업들 채산성 악화… 당분간 강달러 이어질 듯
국제 외환 시장에서 강한 달러가 갈수록 더 강해지고 있다.이미지 확대보기
국제 외환 시장에서 강한 달러가 갈수록 더 강해지고 있다.
지난 2002년 이후 20년 만에 최고치에 이른 달러화 강세로 인해 미국 수출 기업들의 채산성이 떨어지고 있다. 12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에 미국 수출 기업들의 환율 변화에 따른 손실액이 400억 달러 (약 51조 2,000억 원)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 당시의 80억 달러에서 5배가 증가한 것이다.

미국의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8.6%로 41년 만에 최고치에 달했다. 그러나 주요 통화에 대한 달러화 가치는 올해에만 9%가 올라 20년 만에 최고치에 이르렀다. 이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가 기준 금리를 연속으로 올리고 있고, 미국 경제가 다른 주요 10개국 (G10)에 비해 빠르게 성장했기 때문이라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지적했다.

달러화는 또한 기축 통화로서 확고한 위상을 유지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2021년 말 전 세계 외보유액에서 달러가 차지하는 비중은 58.81%에 달했다. 이는 2009년 65%에 비해 다소 감소한 것이다.

그러나 아직 달러화에 도전할만한 화폐가 없다. 달러화를 위협할 수 있는 유로화 비중은 같은 기간 28%에서 20%로 오히려 8% 포인트가 떨어졌다. 국제금융통신망인 스위프트(SWIFT) 내에서도 올 2월 기준 달러 거래 비중이 38.85%로 가장 높다. 그 뒤를 이어 유로(37.79%), 파운드(6.76%), 엔(2.71%) 순이다. 중국 위안화의 세계 외환보유액 비중은 2.79%, SWIFT 내 거래 비중은 2.23%에 그쳤다.
세계 최대 소프트웨어 업체 마이크로소프트(MS)를 비롯해 해외 사업 비중이 큰 미국 기업들이 강한 달러로 고전하고 있다. MS는 지난 2일 강한 달러를 이유로 이번 분기 가이던스(실적 전망치)를 낮췄다. MS는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공시를 통해 회계연도 4분기(4∼6월) 매출 전망치를 기존 524억∼532억 달러에서 519억 4,000만∼527억 4,000만 달러로 하향 조정했다.

당 순이익 전망치도 지난 4월 말 제시한 2.28∼2.35달러에서 불과 한 달여 만에 2.24∼2.32달러로 내렸다.

MS와 같은 미국의 다국적 기업들은 해외에서 번 외화를 달러화로 바꿔야 하고 이때 달러 환율 급등으로 실제 손에 쥐는 돈이 줄어든다. MS의 2021 회계연도 전체 매출의 절반가량이 국외에서 창출됐다.

주요 6개 통화 대비 미 달러화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 인덱스는 지난 1년간 13.6%, 최근 3개월간 4.9% 각각 상승했다.

미국의 기업용 소프트웨어 업체 세일즈포스도 올해 매출 전망치를 낮추면서 강한 달러를 그 이유로 들었다. 애플도 강한 달러가 분기 매출에 타격을 주고 있어 이것이 연간 성장률에 마이너스 3%의 효과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
달러화 가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수는 남아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이 9일 기준 금리를 7월에 0.25% 포인트 인상하고, 9월에도 재차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ECB가 기준 금리를 인상하는 것은 11년 만에 처음이다. ECB는 지난 2016년 3월 기준 금리를 0%로 낮춘 뒤 6년여째 유지하고 있다.

미국 경제가 침체기에 진입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연준이 8.6%에 달한 인플레이션을 잡으려고, 연쇄 금리 인상을 단행하면 경기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경제 전문가들은 대체로 달러화 강세 현상이 단기간 내에 사라지지 않으리라고 전망한다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전했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