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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소의 저주인가?…금투협 회장 잔혹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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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소의 저주인가?…금투협 회장 잔혹사

5대까지 연임 전무…“여의도땅 기운 약해 분란 잦아”
금융투자협회 황소상. 사진=곽호성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금융투자협회 황소상. 사진=곽호성 기자
미국 메이저리그에는 ‘밤비노의 저주’가 있다. 밤비노의 저주는 1920년 보스턴 레드삭스가 ‘밤비노’란 애칭이 있던 타자 베이브 루스를 뉴욕 양키스로 트레이드한 이후에 86년간 우승하지 못한 것을 말한다. 축구에는 ‘펠레의 저주’가 있다. 월드컵 같은 큰 대회에서 펠레가 내놓은 예측과 반대로 된 경우가 많아 붙여졌다.

후보들 간 경쟁이 치열한 금융투자협회장 선거를 앞두고 역대 회장들 모두 크고 작은 시련을 겪었고 연임한 인물이 한 명도 없다는 사실 때문에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황소의 저주’라는 말이 나온다. 여의도 금투센터 앞마당 장식물이 황소상이다.

증권가에서는 황소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호황을 의미하는 불 마켓(bull market)을 바란다. bull은 황소이고 불 마켓은 긴 강세장이다. 황소가 힘차게 뛰는 것처럼 주가가 길게 쭉쭉 오르길 바라는 것이다.

반면 곰은 좋은 대우를 받지 못한다. 베어 마켓(bear market)이 약세장을 말하기 때문이다. 업계가 황소를 좋아하니 한국거래소에도, 금융투자협회 앞에도 황소상이 있다. 금투센터 앞 황소상은 신현중 서울대 미대 교수가 제작했다.
금투협 회장 선거 최종후보는 김해준 전 교보증권 사장, 서명석 전 유안타증권 사장, 서유석 전 미래에셋자산운용 사장이다. 이번 선거에 확실한 우위를 보이는 후보는 없다.
금투협 회장은 금융투자업계를 이끄는 수장으로 금융투자업계의 이목이 이번 선거에 집중돼 있다. 연봉을 최대 6억원까지 받을 수 있는 고연봉 지위지만 그간 회장을 지냈던 인물들 다수가 크고 작은 불행을 겪기도 해 새삼 업계 종사자들의 입길에 오르고 있다.

황건호 금투협 1대 회장(왼쪽 첫번째), 박종수 2대 회장(왼쪽 두번째), 황영기 3대 회장(왼쪽 세번째), 권용원 4대 회장(왼쪽 네번째), 나재철 5대 회장.  사진=뉴시스, 금투협, 대신증권 이미지 확대보기
황건호 금투협 1대 회장(왼쪽 첫번째), 박종수 2대 회장(왼쪽 두번째), 황영기 3대 회장(왼쪽 세번째), 권용원 4대 회장(왼쪽 네번째), 나재철 5대 회장. 사진=뉴시스, 금투협, 대신증권

금투협 1대 회장은 황건호 전 메리츠종금증권 사장이다. 금투협은 지난 2009년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에 따라 한국증권업협회, 자산운용협회, 한국선물협회가 통합해 나온 협회다. 황건호 회장은 재임 중 노사갈등 등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2011년 10월 민주노총 산하 전국사무금융노조 증권업종본부는 성명서를 내고 “주식워런트증권(ELW) 영업을 두고 검찰이 12개 증권사 사장을 기소하고 PF 등 투자자산에 대한 부실화도 위험 수준이다. 사실상 제로 수준의 수수료 경쟁으로 업계가 힘들어지고 있지만 협회는 일언반구 얘기가 없다”며 황건호 금투협회장이 업계 대표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다.

노조들은 황 회장의 연임에 반대했다. 퇴임 이후에도 편치 않았다. 황 회장이 금투협으로부터 지나친 전관예우를 받는다는 논란이 있었고 2013년 9월 10일 한국거래소 이사장 경쟁에서 탈락했다.

2대 회장은 박종수 전 우리투자증권 사장이다. 박 회장은 외유성 출장 논란에 휘말렸고 성희롱으로 고발당하기도 했다. 2014년 4월 고용노동부는 금융투자협회 노조가 제기한 ‘성희롱’ 진정에 대해 무혐의 판정했다. 당시 노조는 2013년 12월 19일 금투협이 사내 직장 성희롱 교육을 마친 후 전 직원 대상으로 진행한 체육대회 뒷풀이 장소가 유흥주점이었다고 주장했다.

같은해 8월 노조는 "박 회장이 증권업 불황 와중에 성과급 포함 총연봉 5억5000만원, 연 1억4400만원의 업무추진비를 받았다”며 “지난 4월 부인과 함께 프랑스 파리를 방문했고 지난해 국제부 총예산은 동결 집행했다”고 주장했다.

금투협 회장의 수난은 3대 황영기 회장에게도 이어졌다. 황영기 회장은 문재인 정부와 금융투자정책에 대한 생각이 달랐다며 연임을 포기했다. 황영기 회장은 현재 금융공기업 CEO 후보로 거론되고 있지만 관치금융 바람이 거세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가장 비극적 결말을 맞은 인물은 4대 권용원 회장이다. 권 회장은 2019년 11월 6일 숨을 거둔 채 발견됐다. 권용원 회장은 운전기사와 임직원 등에게 한 발언이 담긴 녹음파일이 공개되면서 큰 타격을 입었다.

현 나재철 회장도 임기 동안 마음이 편치 못했다. 나 회장은 라임펀드 불완전판매와 관련해 2020년11월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직무정지’ 처분을 받았다. 금감원은 나재철 회장이 대신증권 사장 재임 시절 발생한 라임펀드 불완전판매 문제를 지적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나재철 회장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번 금융투자협회 회장 선거에 나온 최종 후보들이 모두 ‘소통’을 강조하는 이유가 나 회장의 소통 부족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결국 불출마를 선언했다.

한편 금융투자업계 인사들은 신임 금융투자협회 회장에게 적극적 소통과 함께 금융투자소득세 문제에 대한 적극 대응 등을 주문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금투세가 가장 시급한 과제일 것"이라며 “시행된다면 증권시장에 큰 타격이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성일 경희대 대학원 경영학과 객원교수는 “제일 집중해야 할 것은 자산운용사의 퇴직연금 시장 참여 기반 마련”이라며 “또 하나는 사전지정운용제도를 안착시켜 한 가지 상품만으로 100% 편입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풍수지리학자인 김려중 경기대 평생교육원 주임교수는 금융투자협회가 있는 땅에 대해 "한강과 샛강이 앞뒤로 감싸주고 있어 재물을 관장하는 수세가 아름답지만 여의도가 한강 토사가 모여 나온 모래섬이어서 땅의 기운이 허해 정치에 좋지 않다”고 말했다.

제6대 금융투자협회(금투협) 회장 선거는 오는 23일 오후 3시 여의도 금투센터에서 진행된다.


곽호성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luckykhs@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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