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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유럽 IPO, 2009년 이후 최저…美 시장으로 눈 돌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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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유럽 IPO, 2009년 이후 최저…美 시장으로 눈 돌려

벨기에 브뤼셀 소재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본부 앞 펄럭이는 유럽연합기(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벨기에 브뤼셀 소재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본부 앞 펄럭이는 유럽연합기(사진=로이터)
유럽의 상장 기업 수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으로 추락하고 있다. 유럽 경기 둔화와 미국 시장의 상장기업 유치가 맞물려 유럽의 IPO 시장의 참혹한 상황이 여실히 드러났다.

2일(이하 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 등 외신에 따르면, 올 상반기 유럽에 상장된 기업은 34개에 불과하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시장을 휩쓸었던 2009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고속 성장기업을 유치하려 고군분투하는 유럽 주식시장에겐 IPO 기업의 감소는 깊은 고민을 안겨준다.

많은 상장 예정기업들은 더 큰 위험을 감수하고도 더 많은 자본 조달과 수없이 대기 중인 투자자들에 이끌려 미국 상장의 길을 선택하고 있다.
올해 들어 영국의 반도체 설계기업 암(Arm) 등 다수 기업들이 자국 상장보다 미국 상장의 길을 선택했다. 이미 유럽 증권거래소에 상장한 기업들도 미국으로의 이전 상장을 고려하고 있다.

금광업체인 앵글로골드 아샨티(Anglo Gold Ashanti)와 건축자재업체 씨알에이치(CRH)는 상장할 시장을 변경할 계획이며, 에너지그룹 셸(Shell)과 토탈(Total)도 올해 초 유럽 상장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

영국 자본시장 파트너인 리처드 스필스베리는 "IPO 활동 부족은 상당히 극명하다"고 말했다.

유럽금융시장협회(AFME)에 따르면, 기업들이 IPO를 통해 2023년 상반기에 유럽에서 단지 24억 유로를 조달했는데, 이 또한 14년 만에 가장 낮은 규모다. 자본 조달은 전년 대비 42%나 감소했다.

유럽 주식 시장은 금리 상승과 사상 최고 수준의 인플레이션으로 많은 기업들이 상장 계획을 보류함에 따라 올해 IPO 기업유치에 고군분투하고 있다.
훌리오 수아레스 유럽금융시장협회 연구 이사는 "일부 유럽 기업들이 미국 시장의 더 풍부한 유동성으로 해외 상장을 선호하는 기호가 반복되고 있다"라며 "구조적으로 미국 자본시장이 위험자본에 더 매력적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유럽이 '구조적인 경쟁력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덧붙였다.

딜로직 자료에 따르면 올해 미국 상장시장은 상반기 75개 기업이 상장하며, 2015년 이후 가장 낮은 규모인 115억달러를 조달하는 등 그나마 유럽 시장보다 훨씬 완만한 둔화세를 맞고 있다.

루마니아의 전력 생산업체인 히드로일렉타는 지난 7월 부쿠레슈티 증권거래소에서 16억 유로를 조달해 올해 들어 지금까지 유럽에서 가장 큰 주식시장 상장 기업이 됐다. 올해 런던시장의 가장 큰 IPO는 핀테크 기업인 CAB Payments로 지난달 3억 유로를 모금했다.

스필스베리는 최근 상장 기업들의 주가가 "대체로 상당히 좋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는 일부 펀드 매니저들이 새로운 발행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을 포기하게 하는 요인이기도 하다. 영국 런던에 상장된 CAB Payments의 주가는 첫 거래일에 10% 하락했다.

유럽의 극심한 상장 시장에 정책 당국도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영국 정부도 연기금을 동원해 고성장 기업들에게 자금 지원을 하도록 압박하는 등 일련의 개혁조치를 마련 중에 있다. 유럽연합 관계자들도 잠재적 투자자들에게 잘 설명될 수 있도록 중소기업 R&D 개발 지원 뿐만아니라 유럽내 상장 절차를 간소화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진충 글로벌이코노믹 국제경제 수석저널리스트 jin2000kr@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