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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 풍향계] 시민들과 희로애락해 온 '광화문글판'… 가을 새 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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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 풍향계] 시민들과 희로애락해 온 '광화문글판'… 가을 새 단장

교보생명 광화문글판 가을편, 신달자 시인의 '가을들'로 교체
사진=교보생명이미지 확대보기
사진=교보생명
교보생명의 '광화문글판'이 다가오는 가을을 맞아 새 단장을 했다.

광화문글판은 교보생명 사옥 외부에 내걸리는 대형 글판으로 지난 1991년부터 시작돼 올해로 33년째를 맞았다. 광화문 글판은 교보생명 창립자인 고 신용호 명예회장의 제안으로 시작됐는데 당시 "기업 홍보는 생각하지 말고 시민들에게 위안을 주는 글판으로 운영하자"는 주문이 있었다고 한다.

창업주의 의지를 받들어 시작된 광화문글판은 초기에는 경제 활성화와 계도적인 메시지가 담긴 글이 대부분이었지만 1997년 IMF 외환위기를 기점으로 고통을 겪는 서민들이 많아지자 '시민에게 위안을 주는 글'로 방향을 틀었다.

이 무렵부터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시 구절을 담기 시작했는데 1998년 2월 내걸린 고은 시인의 시 '낯선 곳'이 그 시작이다. 그 후 수많은 국내 문인들의 작품이 게재되며 현재까지도 교보생명 빌딩을 지나치는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과 위로의 메시지를 건네고 있다.
광화문글판은 시인, 소설가, 문학평론가, 언론인으로 구성된 '광화문글판 문안선정위원회'에서 각자 선정한 글들과 교보생명 홈페이지에 시민이 응모한 글귀를 종합적으로 심의해 선정하고 있으며 봄, 여름, 가을, 겨울에 나눠 한 해 동안 4차례 분기별로 교체된다.

30년이 넘는 긴 기간 동안 자리를 지켜온 광화문글판은 광화문의 문화아이콘이자 이곳을 방문하면 꼭 가보아야 할 랜드마크로도 자리매김했다. 광화문글판이 지닌 파급력과 메시지가 담고 있는 의미 때문에 교체될 때마다 사람들의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이로 인해 서민들과 '희로애락(喜怒哀樂)'을 함께 하는 상징적인 건축물이라는 평가도 받는다.

올해 광화문글판 가을편으로 선정된 작품은 신달자 시인의 시 ‘가을들’이다.

신달자 시인은 1964년 ‘여상’ 여류신인문학상으로 등단한 뒤 1972년 박목월 시인의 추천으로 ‘현대문학’에 재등단하면서 이름을 알렸다. 50년이 넘게 쉼 없이 글을 써오며 한국시인협회 회장 등을 지냈다. 시단에서 보기 드문 원로 시인으로 최근 17번째 시집을 낸 현역 시인이기도 하다.

이번 문안은 가을 들판처럼 살아가자는 의미를 담았다. 가을걷이가 끝난 뒤 빈 들판은 모든 걸 새롭게 키워낼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품고 있다. 마치 종이의 여백과 같다. 언제나 더 나은 다음을 기약하는 가을 들판처럼 끊임없이 비우고, 채우는 충실한 삶을 살아가자는 메시지를 던진다.

특히 가을편은 광화문글판 대학생 디자인 공모전 대상 수상작으로 꾸며 눈길을 끌고 있다. 대상 수상자인 허서연(중앙대학교·21) 씨는 문안의 의미를 찾고 가을 들판을 종이에 빗대었다. 또 추수가 끝난 뒤 아쉬움보다는 ‘새 들판을 얻었다’고 뿌듯해하는 농부의 뒷모습을 담아냈다.

이번 공모전에는 총 256개의 작품이 출품돼 열띤 경쟁을 벌였다. 교보생명은 교수 등의 공정한 심사를 거쳐 대상, 우수상, 장려상 총 7점을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손규미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bal4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