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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자율주행택시, 구급차 이송 막아 응급환자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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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자율주행택시, 구급차 이송 막아 응급환자 사망

샌프란시스코 시내를 주행중인 크루즈 무인택시의 모습.  사진=크루즈이미지 확대보기
샌프란시스코 시내를 주행중인 크루즈 무인택시의 모습. 사진=크루즈
미국에서 상용 운행 중인 무인 자율주행 택시가 병원으로 향하는 구급차를 방해해 이송 중인 환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와 포브스는 샌프란시스코 소방국 보고서를 인용, 크루즈 사의 무인 택시 2대가 교통사고를 당한 피해자를 병원으로 이송하는 구급차를 가로막고 지연시켰으며, 그로 인해 이송하던 환자가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8월 14일 샌프란시스코 소마 지역 인근 4차선 일방통행 도로에서 교통사고가 발생, 현장에 도착한 구급차와 응급 요원들은 중상을 입은 피해자를 싣고 병원으로 출발하려 했지만, 유일하게 빠져나갈 수 있는 통로에 크루즈의 자율주행 택시 2대가 나란히 정차하고 움직이지 않았다.

길이 막혀 출발할 수 없던 구급차는 다른 차선에 있던 경찰차가 이동하고 나서야 겨우 빠져나와 병원으로 이동할 수 있었다. 피해자는 사고 지점에서 약 2.4마일(약 3.8㎞) 떨어진 저커버그 샌프란시스코 종합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도착 후 약 20~30분 만에 사망했다. 보고서는 최종적으로 해당 무인 차량으로 인해 피해자의 운송과 의료 서비스가 지연됐다고 밝혔다.
크루즈와 모회사 제너럴모터스(GM)는 자신들의 자율주행 차량에 과실이 없다고 밝혔다. 크루즈가 NYT와 공유한 영상에는 피해자가 구급차에 실리기 전 2대의 크루즈 차량 중 한 대가 현장을 떠났으며, 다른 한 대는 구급차가 떠날 때까지 오른쪽 차선에 정차한 모습이 담겨 있었다. 또 다른 영상에는 구급차를 포함한 다른 차들이 크루즈 택시의 오른쪽을 지나가는 모습도 담겨 있었다.

회사 측은 성명을 내고 “피해자를 구급차에 싣자마자 구급차는 즉시 현장을 떠났고, 크루즈 차량의 방해를 받은 적이 없었다”라고 밝혔다. 영상에 따르면 구급차는 피해자를 태운 지 약 90초 만에 멈춰 있던 크루즈 차량을 지나갔다.

샌프란시스코 소방국장 지닌 니콜슨(Jeanine Nicholson)은 “이러한 사고에서는 일분일초가 중요하다. 응급요원들이 환자에게 바로 접근할 수 없었다는 것이 문제”라며 “크루즈가 어떤 책임을 지는 것을 아직 본 적이 없다. 우리는 더 많은 대화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의 지원을 받는 크루즈와 웨이모는 지난해 샌프란시스코에서 무인 택시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이번 사고는 두 회사가 캘리포니아주 규제 당국으로부터 샌프란시스코에서 상시 운행 요금 청구 서비스를 확장하기 위한 허가를 받은 지 나흘 만에 발생했다.

샌프란시스코 소방국은 이번 사건이 응급구조대를 방해하는 70대 이상의 자율주행차 중 하나라고 밝혔다. 일부 시 공무원은 이번 사고가 무인 자동차와 관련된 모든 사고 중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회사 측이 규제 기관에 충돌 사고만 보고하고 다른 사고는 보고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편, 지난 8월 15일에는 크루즈 차량이 포장 작업 중이던 도로의 시멘트에 빠졌으며, 이틀 뒤인 17일에는 크루즈 차량이 소방차와 충돌했다. 이에 캘리포니아 자동차국은 사건 조사를 위해 크루즈에 시내에서 운행 중인 차량 수를 절반으로 줄여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최용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pch@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