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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워런 버핏 후계자 ‘그레그 아벨’, 어떤 인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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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워런 버핏 후계자 ‘그레그 아벨’, 어떤 인물인가



그레그 아벨 버크셔 해서웨이 부회장.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그레그 아벨 버크셔 해서웨이 부회장. 사진=로이터


미국 투자회사 버크셔 해서웨이의 워런 버핏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가 올해 말 CEO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선언하면서 후임으로 그레그 아벨 부회장을 지명했다고 AP통신이 3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버핏은 이날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서 열린 연례 주주총회에서 “올해 말이 되면 그레그가 CEO가 될 시점이 왔다”며 아벨의 승계를 공식화했다. 버크셔 이사회는 연말까지 아벨의 CEO 지명을 공식 승인할 예정이다. 버핏은 “이사회가 만장일치로 승인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1962년생인 아벨은 캐나다 앨버타주 에드먼턴 출신으로 어린 시절 아이스하키 선수로 활동하며 빈 병을 모으거나 소화기를 채우는 아르바이트를 하며 일찍부터 근면함을 배웠다고 한다.

회계사로 경력을 시작한 그는 이후 에너지기업 칼에너지를 거쳐 2011년부터 버크셔 해서웨이 에너지 CEO로 재직해왔고 지난 7년간은 시즈 캔디, 데어리 퀸, BNSF 철도 등 버크셔의 주요 제조·소매 자회사를 총괄해왔다.

버핏은 지난 2021년 아벨을 후계자로 점찍은 사실을 공개했지만 그동안 그는 주로 버핏의 뒤에서 조용히 움직여왔다. 매년 오마하에서 열리는 주주총회에 동석하거나 일부 인터뷰에 참여한 것이 거의 전부였다. 그러나 회사 내부에서는 이미 주요 전략 결정과 운영 관련 질문이 생길 때마다 아벨이 중요한 판단을 내리는 역할을 해왔다는 평가다.

트로이 베이더 데어리 퀸 CEO는 “그렉은 높은 비즈니스 감각뿐 아니라 강한 직관력도 갖췄다”며 “워런에게도 그 직관이 있었고 그렉에게도 상당 부분 있다”고 말했다. 시계·보석 브랜드 보샤임스, 스포츠 브랜드 브룩스 러닝, 바닥재 업체 쇼 등 버크셔 산하 기업들 역시 전략적 의사결정이 필요할 때 아벨의 조언을 얻는 것으로 알려졌다.

버핏은 아벨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 “버크셔의 분권적이며 독립성과 신뢰에 기반한 기업문화를 유지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故) 찰리 멍거 전 부회장도 생전 “그레그는 버크셔 문화를 지켜낼 사람”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버크셔의 자산 규모는 주식 포트폴리오를 포함해 약 1조달러(약 1370조원)에 이르며 전 세계적으로 약 40만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다. 버핏은 수십년간 탁월한 시기 판단과 매입 가격으로 버크셔를 성장시켰지만 오늘날 기업 규모가 너무 커져 단일 투자로 실적에 영향을 미치기는 더 어려워졌다는 지적도 있다.

버크셔 이사회 멤버 론 올슨은 발표 이틀 전 “그레그는 다른 워런 버핏은 아니다. 하지만 워런의 핵심 자질을 많이 갖고 있다. 그는 정직하고 성실하며 전략적 사고가 뛰어난 인물”이라고 말했다.

아벨은 현재 아이오와주 디모인에 거주 중이며 앞으로도 버크셔의 분권적 구조로 인해 오마하 본사로 이전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버핏도 소수 인력만 데리고 오마하 사무실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기업 보고서를 읽고 가끔 전화하는 데 할애해왔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