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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희토류 수출 규제로 일본·미국 자동차 생산 차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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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희토류 수출 규제로 일본·미국 자동차 생산 차질

스즈키·포드 생산 중단...네오디뮴 자석 공급 부족 심화
중국 시장점유율 80% 넘어...대체재 개발 시급
중국은 미국의 관세에 대응하여 7가지 유형의 희토류에 대한 수출 통제를 가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중국은 미국의 관세에 대응하여 7가지 유형의 희토류에 대한 수출 통제를 가했다. 사진=로이터
중국의 희토류 수출 제한 조치가 일본과 미국 자동차 제조업체들의 생산 라인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기 시작했다고 14일(현지시각) 닛케이 아시아가 보도됐다.

스즈키 자동차는 지난달 일본 공장에서 생산되는 스위프트 소형차의 생산을 중단했다고 발표했다. 희토류 부족으로 필요한 부품의 공급이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포드 자동차도 시카고 공장에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생산을 일시 중단한 상태다.

지난 4월 중국은 트럼프 행정부가 부과한 관세에 대한 '호혜적' 보복 조치로 7가지 희토류에 대한 수출 제한을 가했다. 무거운 희토류 원소인 디스프로슘과 테르븀이 대상에 포함됐다.

전기자동차와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네오디뮴 자석으로 만든 구동 모터로 작동한다. 디스프로슘과 테르븀은 내열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자석에 추가되는 핵심 소재다. 이들 희토류는 파워 스티어링 시스템과 같은 다른 자동차 부품에도 내열성을 제공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희토류 생산이 중국에 집중되면서 수출 통제로 공급이 막히고 자동차 산업에 심각한 타격을 입혔다. 무거운 희토류가 대량으로 사용되는 자동차 업계는 디스크 드라이브와 가전제품 제조업체보다 무역 제한의 영향을 더 일찍 체감하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희토류를 사용하는 부품을 공급하는 일본 기업들의 재고가 충분할 것으로 예상된다. 네오디뮴 자석의 주요 공급업체인 신에쓰 케미컬은 "당분간 원자재 부족으로 인한 공급 우려는 없을 것"이라며 "합리적으로 충분한 재고를 구축했다"고 밝혔다.

프로테리얼(구 히타치메탈스)과 다이도스틸도 당분간 충분한 재고를 보유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들 3개 공급업체로부터 네오디뮴 자석을 받는 부품 제조업체들은 당분간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중국산 네오디뮴 자석은 일본산 자석보다 30% 저렴할 것으로 추정된다. 많은 부품 제조업체들이 비용 절감을 위해 중국에서 공급받고 있어 문제가 심각하다. 중국은 네오디뮴 자석 시장점유율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일본은 10%로 2위를 기록하고 있다.

스즈키는 생산 중단 이유를 설명할 때 부품 공급 부족만을 언급했다. 하지만 중국산 네오디뮴 자석을 대량으로 사용하거나 재고가 적은 공급업체로부터 자석을 조달하는 부품 제조업체들은 희토류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에 따르면, 스즈키의 인도 자회사는 4월부터 9월까지 전기차 생산 목표를 크게 하향 조정했다. 네오디뮴 자석은 일본 자동차 업체의 강점인 하이브리드 차량에도 사용되기 때문에 공급 문제가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

한편 업계는 희토류 사용을 줄이는 자석과 기술 개발에 진전을 보이고 있다. 다이도스틸은 무거운 희토류를 사용하지 않는 하이브리드 차량 구동 모터용 네오디뮴 자석을 개발했다. 혼다 모터는 2016년부터 이 자석을 사용하고 있다. 닛산 아리야 EV에는 자석을 사용하지 않는 모터가 장착되어 있다.

그러나 중국 네오디뮴 자석이 여전히 더 저렴한 옵션이어서 대체 접근 방식은 널리 확산되지 않고 있다.

희토류에 대한 일본의 수요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수요는 15% 증가한 1만8835미터톤을 기록했다고 일본금속학회가 밝혔다. 성장은 특히 차량 모터용 자석에서 두드러졌다.

공공 부문과 민간 부문은 공급업체를 다각화하기 위해 협력하고 있다. 공공-민간 컨소시엄이 호주의 주요 희토류 공급업체인 Lynas에 투자했다. 일본 정부는 지난 3월 프랑스의 정유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를 발표했다.

2030년까지 일본 디스프로슘 및 테르븀 공급량의 약 30%를 중국 밖에서 조달한다는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수출 제한을 완화할 수 있다는 징후가 있지만,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지속된다면 공급망에서 유사한 차질이 다시 발생할 수 있다.

중국은 2010년 일본이 통제하는 센카쿠 열도 인근에서 발생한 선박 충돌로 인한 긴장에 대응해 일본에 대한 희토류 수출을 제한한 바 있다. 이전의 경험에도 불구하고 자동차 생산 라인은 공급망 문제로 인해 중단되고 있어, 희토류 공급망의 구조적 취약성이 다시 한번 드러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희토류 독점 체제를 깨기 위한 국제적 협력과 대체재 개발이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자동차 산업의 전기화가 가속화되면서 희토류 수요가 급증하고 있어, 공급 다각화와 기술 혁신이 업계의 생존 전략이 되고 있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