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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트럼프, 전임자들이 피한 이란 핵시설 공습…“파국이냐 평화냐” 중동 판도 가를 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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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트럼프, 전임자들이 피한 이란 핵시설 공습…“파국이냐 평화냐” 중동 판도 가를 도박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지난 21일(현지시각) 백악관 지하 작전상황실에서 수지 와일스 비서실장, 댄 케인 합참의장 등 각료들과 회의를 하고 있다. 사진=백악관이미지 확대보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지난 21일(현지시각) 백악관 지하 작전상황실에서 수지 와일스 비서실장, 댄 케인 합참의장 등 각료들과 회의를 하고 있다. 사진=백악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임 대통령 4명이 모두 피했던 이란 핵시설에 대한 직접적인 공습을 단행하면서 중동 정세의 중대한 전환점에 서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은 이란의 핵무장 시도를 용납할 수 없다”며 선제 타격을 감행했지만 이번 결단이 중동 전역은 물론 국제 안보 지형에 어떤 파장을 불러올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가 전임자들이 회피해온 길을 택했다”며 “가장 크고 위험한 도박에 나섰다”고 22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전임 정부들이 피한 결정…트럼프, 마침내 실행

지난 20여 년간 미국은 이란의 핵개발을 저지하기 위해 제재, 사이버공격, 외교 협상, 암살 등 다양한 수단을 동원했지만 직접적인 군사공격은 선택하지 않았다. 조지 W. 부시, 버락 오바마, 도널드 트럼프의 첫 임기, 조 바이든에 이르기까지 모두 “전면전 가능성” 때문에 군사 타격을 피했다.

그러나 이번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다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이스라엘의 공격을 견딘 뒤 핵무장을 서두를 수 있다”는 판단 아래 선제적으로 타격에 나섰다. 이는 단순한 군사행동을 넘어 전임 정부들이 공유했던 ‘억제와 협상’ 중심 전략을 뒤엎는 조치로 평가된다.

◇“전쟁 아니다”…그러나 이란 반응 예측불가

백악관은 이번 공습이 전면전이 아닌 ‘핵 프로그램 제거’라는 선제 타격임을 강조하고 있다. 유럽 외교관들은 “미국은 이번 공습이 전쟁 선포가 아니며 제한적 작전임을 분명히 했다”고 전했다. JD 밴스 부통령, 마코 루비오 국무부 장관,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이 모두 백악관 발표에 동참해 정부의 입장을 공고히 했다.

그러나 이란이 이를 순순히 받아들일 가능성은 낮다는 지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이 평화를 택하지 않으면 더 큰 파국이 따를 것”이라며 추가 공격을 경고한 만큼, 이란의 반발 수위와 방식이 향후 정세의 결정 변수가 될 전망이다.

◇중동 역학 재편…북한식 모델로의 전환 우려도

이스라엘은 이미 지난 8일간 이란의 핵·군사 고위 인사들을 연쇄 제거하면서 이란의 대응 능력을 크게 약화시켰다. 여기에 미국까지 본격적으로 개입하면서 이란은 하마스, 헤즈볼라, 시리아의 바샤르 알아사드 등 우방을 잃고 고립 상태에 놓였다.

NYT는 “지금이 이란 핵 프로그램의 치명적 허점을 공략할 결정적 시기”라고 분석하면서도 “이란이 핵개발을 완전히 포기하기보다는 북한처럼 지하화하고 은폐하며 핵무장에 매달릴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했다. 북한은 이미 60기 이상의 핵탄두를 확보한 것으로 추정되며, 이로 인해 외부 공격에서 사실상 면역 상태에 도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의회·국제사회 반발…“독단적 결정” 비판도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조치에 대해 미국 의회 일부는 즉각 반발했다. 민주당 소속 마크 워너 상원의원은 “의회와 상의도 없이, 전략도 없이, 정보기관의 분석도 무시한 결정”이라며 독단을 비판했다. NYT는 “역사가들은 1979년 이란의 미국 대사관 인질극부터 2025년 포르도 공습까지의 연속성을 바라보며 이번 도박이 과연 성공했는지를 묻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