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WoS 기술로 메모리 대역폭 시장 장악...애리조나·일본 진출로 대만 집중 위험 줄여

보고서는 TSMC의 미국예탁증서(ADR) 값어치를 380달러로 평가했다고 밝혔다. 이는 요즘 주가에서 약 75%가 오를 여지가 있다는 분석이다. LL인사이트는 "TSMC의 첨단 CoWoS와 하이브리드 본딩(SoIC) 라인이 AI 메모리 대역폭의 주요 병목이 되어 회사에 가격을 결정하는 힘을 줬다"고 설명했다.
◇ AI 반도체 핵심 기술 CoWoS 혼자 차지
TSMC는 지금 전 세계 CoWoS 생산 능력 대부분을 쥐고 있다. 트렌드포스 자료를 보면 올해 CoWoS 물량은 한 달에 적어도 7만 장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이며, 내부 목표는 7만5000장에 이른다. 이는 2023년 생산량의 거의 3배다.
TSMC의 하이브리드 본딩 SoIC 기술은 이런 우위를 더 키운다. 2025 기술 심포지엄 발표를 보면 2029년까지 6마이크로미터 바이어스를 쓰는 구리 대 구리 연결로 바뀌는데, 이는 오늘날 주류인 마이크로범프 흐름보다 20배 높은 입출력 밀도를 낸다. 안앤드테크는 SoIC 설계가 2026~2027년 동안 30개가 넘는 테이프아웃을 앞두고 있어 TSMC의 하이브리드 능력이 내년에 두 배, 2027년까지 다시 두 배로 늘어날 것이라고 짚었다.
경쟁사들은 이 기술에서 몇 년 뒤처져 있다. 인텔 파운드리의 글래스코어 로드맵은 여전히 연구개발 단계에 머물러 있고, 삼성의 엑스큐브(X-Cube) 처리량과 피치는 CoWoS보다 한 노드 이상 뒤떨어져 있다.
◇ 애리조나·일본 진출로 대만 집중도 줄여
TSMC는 기존 대만 중심 생산 체계에서 벗어나 지역마다 나누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애리조나 피닉스의 팹21은 올해 초 4나노미터 공정 시범 운영을 시작했으며, 10년 안에 3나노미터 단계를 더하고 짓고 있는 2나노미터 모듈을 위한 자리도 마련한 상태다. 각 단계는 CoWoS-L 공정을 따라 하는 고급 조립 공장과 이어져 북미 대형 클라우드 업체들에게 AI 패키징을 위한 안전한 국내 공급원을 준다.
일본에서는 소니, 덴소, 도요타와 함께 투자한 JASM이 지난해 12월 12나노미터 대량 생산을 시작했으며, 2027년까지 한 달에 10만 개 웨이퍼 능력으로 늘리려고 두 번째 6나노미터 라인을 늘리고 있다. 로이터 보도를 보면 일본 정부는 TSMC에 CoWoS 모듈을 그 자리에 설치하도록 보조금을 주고 있다.
◇ 재무 성과와 밸류에이션
TSMC의 올해 1분기 순이익은 지난해 같은 때보다 42% 늘어난 8390억 대만달러를 기록했다. 매출 총이익률은 59%, 영업이익률은 49%로 늘어났다. 영업 현금 흐름은 6260억 대만달러, 자본 지출은 3310억 대만달러를 기록해 한 분기에 2950억 대만달러의 여유 현금을 남겼다.
경영진은 애리조나 공장 초기 투자 비용에도 올해 달러 기준 매출 증가율을 20% 중반대로 내다봤다. "첨단 패키징 비중이 1%포인트 늘어날 때마다 총 마진이 0.5~0.7%포인트씩 늘어나 해외 공장으로 인한 수익성 하락을 상쇄한다"고 말했다.
현재 시가총액은 9100억~9300억 달러(약 1249조~1277조 3500억 원) 수준이다. 구루포커스는 뒤따르는 주가수익비율(P/E)을 27.5배, 기업가치 대비 세전이익(EV/EBITDA)을 15.3배로 꼽았는데, 둘 다 5년 평균보다 낮은 프리미엄이다. 이런 배수는 EBITDA가 39배인 엔비디아와 34배에 가까운 AMD에 밀린다.
LL인사이트는 할인현금흐름 모델로 TSMC의 적정 주가를 계산했다. 1분기 여유현금흐름을 연간으로 바꾸고 올해 25% 성장, 내년 20% 성장, 2034년 4%로 줄어들고, 끝 금리 3%를 9%로 할인한 결과 주식 값어치를 ADR당 380달러로 뽑아냈다고 밝혔다.
다만 지정학상 불안정성과 자본 집약도는 여전한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해외 팹들은 처음에 기업 총 마진을 2~3% 깎으며, CoWoS를 따라 만드는 과정에서 단기간 수익률 압박이 예상된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하지만 피닉스와 구마모토에서 보듯이 고객 선불금과 정부 보조금이 그 부담의 상당 부분을 대차대조표에서 덜어준다고 덧붙였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