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율 및 백인 아동은 감소 추세…아시아계·히스패닉계 이민이 인구 유지

출산율 저하와 고령화가 미국 전역에서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이민이 인구 감소를 일부 상쇄하며 미국 사회의 연령 구조를 떠받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8일(이하 현지시각) 워싱턴포스트(WP)와 악시오스에 따르면 미 인구조사국은 지난 26일 발표한 인구조사 자료에서 고령 인구는 급증하고 있는 반면 아동 인구는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으며 전국 11개 주에서는 이미 65세 이상 인구가 18세 미만보다 많아진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번 인구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의 중위연령은 39.1세로 집계돼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65세 이상 인구는 2020년 대비 13% 증가했으며 18세 미만 인구는 같은 기간 1.7% 줄었다. 고령 인구 비중은 20년 전인 2004년 12.4%에서 올해 18%로 높아진 반면, 아동 인구 비중은 같은 기간 25%에서 21.5%로 하락했다.
악시오스는 “2020년에는 미국 50개 주 가운데 단 3개 주만이 고령 인구가 아동보다 많았지만 2024년에는 메인, 버몬트, 플로리다, 델라웨어, 하와이, 몬태나, 뉴햄프셔, 오리건, 펜실베이니아, 로드아일랜드, 웨스트버지니아 등 11개 주로 늘었다”고 보도했다.
로런 보어스는 미 인구조사국 인구추계국장은 “베이비붐 세대가 고령층으로 진입함에 따라 아이들과 노인 사이의 격차는 계속 좁혀지고 있으며, 특히 인구 밀도가 낮은 지역에서는 고령층이 아동보다 많은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고 밝혔다.
◇출산율은 줄고, 백인 아동은 감소…히스패닉·아시아계 이민이 인구 유지
이번 조사에서 특히 주목할 점은 미국의 인구 증가가 출산보다는 이민을 통해 유지되고 있다는 점이다. WP는 “2023년부터 2024년 사이 미국 인구 증가폭은 사상 최대 수준이었으며 이는 이민 증가에서 기인한다”고 보도했다.
지난 2020년 4월부터 2024년 7월까지 히스패닉 인구는 약 9.7% 증가했고, 아시아계 인구는 13%가량 늘었다. 특히 아시아계는 캘리포니아와 텍사스를 중심으로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브루킹스연구소의 인구학자 빌 프레이는 “전체적으로 아동 수가 감소하고 있지만 히스패닉과 아시아계 이민자들이 이 감소폭을 일부 메우고 있다”고 분석했다.
프레이는 이어 “백인 아동 수가 크게 줄면서 전체 아동 인구도 감소하고 있는 가운데 이민이 젊은 인구를 유지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며 “단순히 여성의 출산율을 높이는 정책만이 아니라, 합리적인 이민정책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출산 장려 공세…반면 이민은 억제 정책 병행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트럼프 계좌’라는 이름의 출산 인센티브 정책을 제안한 바 있다. 이 계좌는 신생아 명의로 1000달러(약 141만원)를 세금유예 계좌에 적립하는 연방 및 민간 건강보험이 인공수정(IVF) 비용을 보장하도록 의무화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동시에 이민자 비자 발급 요건을 강화하고 불법 이민자 추방을 확대하는 등 반이민 정책도 병행하고 있어 정책 간 일관성 부족에 대한 비판도 제기된다.
◇노동력 부족·주택시장 둔화 등 경제 여파도
급속한 고령화는 경제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노인 돌봄 노동 수요는 급증하는 반면, 경제활동 인구는 줄어들고 있으며 이는 장기적인 노동력 부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주택시장은 이미 큰 영향을 받고 있다.
악시오스는 “고금리와 경기 불확실성, 출산율 하락이 맞물리며 미국 주택시장은 사실상 침체 상태”라고 분석했다. 미국 부동산중개인협회에 따르면 올해 5월 기준 주택 판매지수는 2001년을 기준치(100)로 삼았을 때 70.6까지 떨어지며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