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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BYD, 9400만 달러 투자…헝가리 거점 삼아 유럽 전기버스 시장 공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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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BYD, 9400만 달러 투자…헝가리 거점 삼아 유럽 전기버스 시장 공략

EU 관세 비판하며 '친중국' 행보…유럽 내 中 투자 3분의 1 흡수
연간 생산 1250대로 3배 확대…솔라리스·MAN 등 현지 업체와 경쟁 격화
중국 BYD가 헝가리를 유럽 생산 거점으로 삼고 연간 1250대 규모의 전기버스 공장을 짓는다. 이번 투자로 유럽 현지 업체인 솔라리스, MAN 등과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사진=BYD이미지 확대보기
중국 BYD가 헝가리를 유럽 생산 거점으로 삼고 연간 1250대 규모의 전기버스 공장을 짓는다. 이번 투자로 유럽 현지 업체인 솔라리스, MAN 등과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사진=BYD
중국 자동차 제조업체 비야디(BYD)가 헝가리 코마롬에 9400만 달러(약 1282억 원)를 투자해 전기버스와 트럭 공장을 신설하고 유럽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한다. 공장이 완공되면 BYD의 유럽 내 연간 생산량은 기존의 3배 수준인 1250대까지 늘어난다.

27일(현지시각)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페테르 시야르토 헝가리 외무장관은 이날 이 같은 투자 계획을 공식 발표했다. 헝가리 정부도 910만 달러(약 124억 원)의 보조금을 지원하며 힘을 보탠다. 이번 투자로 헝가리는 중국 전기차(EV) 투자의 핵심 거점으로서 위상을 더욱 굳건히 다질 전망이다.

◇ '동서 협력은 기회'…中 EV 기업의 유럽 전초기지 된 헝가리

이번 코마롬 공장 신설은 헝가리 남부 세게드(Szeged)의 승용차 공장, 부다페스트의 유럽 본사와 연구·개발(R&D) 센터 설립 등 헝가리를 유럽 생산·개발의 핵심 거점으로 삼는 BYD의 광범위한 유럽 전략의 하나다. 새 공장은 지속 가능한 대중교통에 대한 유럽의 높은 수요에 맞춰 전기버스와 트럭 생산에 집중한다. 특히 헝가리가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유럽연합(EU)의 관세 부과를 공개적으로 비판하며 중국 기업에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한 점이 이번 투자에 크게 작용했다.
시야르토 장관은 "우리 헝가리인들은 동서 협력을 위협이 아닌 큰 기회로 여긴다"고 강조했다. 헝가리의 이런 친중국 행보는 실제 투자 유치 성과로 나타났다. 2024년 한 해에만 유럽 내 중국 전체 투자의 약 3분의 1에 이르는 약 160억 달러(약 21조 8320억 원) 규모의 64개 사업을 유치했다.

◇ 생산량 '껑충'…유럽 현지 업체와 경쟁 격화 예고

새 공장이 가동되면 BYD의 유럽 내 생산 능력은 연간 약 400대에서 1250대로 세 배 이상 늘어난다. 이곳에서 생산할 전기버스는 리튬이온 배터리를 탑재해 1회 충전으로 150~250마일(약 241~402km)을 주행할 수 있으며, 디젤 버스에 비해 운영 비용을 최대 60%까지 줄일 수 있다. 또한 BYD는 공장 안에 연구소를 함께 세워 유럽 시장에 특화된 배터리 효율과 차량 설계를 위한 혁신에도 나선다.

이번 사업은 부다페스트 북서쪽에 있는 코마롬 지역에 약 600~620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고, 유럽 제조업 허브로서 헝가리의 역할을 한층 강화할 전망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헝가리와 중국의 관계 심화가 중국 공급망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다른 EU 회원국과의 갈등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BYD의 이번 확장은 EU의 무역 장벽을 피하고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추진하는 유럽 시장을 공략하려는 중국 전기차 제조사들의 큰 흐름을 반영한다. 빅토르 오르반 총리 집권 이후 헝가리는 2010년부터 중국의 투자를 적극적으로 유치해왔고, 전기차와 배터리 생산은 국가 핵심 산업 전략으로 자리 잡았다.

BYD의 공격적인 투자는 폴란드의 솔라리스, 독일의 만(MAN) 같은 유럽 현지 경쟁사들에 전기버스 개발과 생산 속도를 높여야 한다는 압박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유럽 전기버스 시장은 2030년까지 해마다 12% 성장이 예상되는 만큼, 시장을 먼저 차지하려는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BYD의 헝가리 공장 투자는 유럽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우기 위한 중요한 이정표다. 소비자들은 비용 효율이 높은 고성능 전기차를 선택할 폭이 넓어진다. 하지만 이번 투자는 EU 회원국 지위와 중국과의 독자적 협력 관계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헝가리의 복잡한 상황을 드러낸다. 이 같은 역학 관계는 앞으로 유럽 전기차 시장의 지형을 결정할 주요 변수가 될 것이다. 이번 투자를 계기로 중국 EV와 배터리 기업의 유럽 진출 거점으로서 헝가리의 위상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