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감 경기 양극화 극심, '주식·집값·직장' 따라 계층 격차 더욱 갈라져

모닝컨설트는 매일 미국 성인들을 대상으로 개인 재정 상태, 전반적인 경기 상황, 주요 구매 계획에 대한 의견을 묻고 그 결과를 점수로 합산해 소비자 심리지수를 산출한다. 이 수치가 100을 넘으면 긍정적, 밑돌면 부정적 심리를 뜻한다. 지난 21일 고소득층 지수는 122를 기록한 반면 저소득층은 89에 그쳐 두 계층 간 격차가 가장 큰 폭으로 나타났다.
모닝컨설트는 “지난달 중순 이후 두 계층 간 차이가 연속해서 30포인트 이상 났다”고 밝혔다. 이는 팬데믹 이후 더 커진 소득별 경기 체감 격차가 경제 회복 속도에서도 계층별로 크게 달라져 이런 현상이 현재도 최대로 유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지난 21일 악시오스가 전했다.
◇ 증시·부동산 상승에 따른 고소득층 심리 개선 뚜렷
존 리어 모닝컨설트 수석 경제분석가는 지난 21일 발표에서 “상위 소득층은 401(k) 연금 등 금융자산 가치 상승 덕에 체감 경기가 크게 나아지고 있다”면서 “최근 S&P 500 지수가 4월 저점에서 크게 오른 점이 긍정적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반면 저소득층은 주식에 투자한 비율이 낮아 증시 호황 효과를 누리지 못한다. 주거비 부담 역시 이들의 체감 경기를 누르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모닝컨설트 조사에서 저소득층은 실질 임금 감소 경험 수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가격 상승도 소비자 심리 차이를 벌였다. 집을 가진 고소득층이 주택 자산 증가로 심리가 개선한 데 반해 임차인인 저소득층은 집값 상승으로 주거 부담과 내 집 마련 어려움에 따른 실망감이 커졌다.
◇ 상위 20% 소비가 전체 소비의 60% 넘겨…경기 주도권 집중
미국 전체 소비의 60% 이상이 상위 20% 소득층의 지출에서 나온다. 무디스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이들은 경기 회복에서 핵심 소비 주체 역할을 한다. 월가 투자자들도 고소득층을 주 고객으로 하는 기업 쪽으로 눈을 돌리는 상황이다.
그러나 일부 정책 당국 관계자들은 “전체 경제 지표가 좋아 보여도 저소득층 내부에 여전히 어려움이 많다”고 우려한다. 최근 복지 지원 축소가 저소득층 상황을 더욱 악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한다.
무디스 애널리틱스의 마크 잔디 수석 경제분석가는 “상위 계층의 소비 심리가 좋아도 올해 들어 실제 소비는 작년과 달리 거의 늘지 않았다”며 “주가 변동성에 따른 불확실성이 소비 확대를 막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 저소득층 부담 커질 가능성…추가 관세와 물가가 변수
시장 전문가들은 앞으로 추가 관세 인상과 생활 물가 상승이 저소득층 부담을 더 키울 수 있다고 짚는다. 저소득 가구에서 필수재 소비 비중이 크기 때문에 이들의 소비 심리와 실질 소비가 더 약화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소득 격차에 따른 소비자 심리 차이가 미국 경제 회복의 큰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주요 기관들은 향후 소비자 심리 변화와 자산 시장, 노동시장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