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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책 콕!] 시인 류시화가 답한 깨달음·행복·인생…'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류시화 지음/더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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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책 콕!] 시인 류시화가 답한 깨달음·행복·인생…'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류시화 지음/더숲)

[글로벌이코노믹 노정용 기자] 시인 류시화(59)는 해마다 인도 여행을 떠나고 틈만 나면 명상 서적을 번역한다. '잃어버린 나'를 찾기 위한 그의 구도(求道) 작업은 자신의 깨달음을 쉽고 간결함 문체로 전함으로써 많은 독자들에게 어필하고 있다.

류시화는 젊었을 때 삶에 대해 몇 가지 질문을 던졌다고 한다. 진리와 깨달음에 대해, 행복에 대해, 인생의 의미에 대해, 그리고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질문이다. 물론 쉽지 않은 질문들이었지만 그는 살아가면서 스스로 답을 얻었다고 한다.
류시화 시인이 스스로 얻은 답을 토대로 직접 묻고 답한 산문집이 출간됐다. 20년 만에 펴낸 세 번째 산문집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더숲)가 그것이다. '마음이 담긴 길' '사랑하는 사람은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혼자 걷는 길은 없다' '장소는 쉽게 속살을 보여 주지 않는다' '한 개의 기쁨이 천 개의 슬픔을 사라지게 한다' '고통은 지나가고 아름다움은 남는다'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 '어둠 속에서 눈은 보기 시작한다' 등 삶의 의미를 돌아볼 수 있는 글 51편이 실려 있다.

류 시인은 "여기 모은 산문들은 내가 묻고 삶이 답해 준 것"이라며 "불확실한 시대에 내 글이 위로나 힘이 되진 않겠지만, 나는 다만 길 위에서 당신과 인생을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라고 말했다.

책에 실린 이야기 한 토막. "'길'의 어원이 '길들이다'임을 기억하고 스스로 길을 들여 자신의 길을 만들어 가야만 한다. 익숙한 것과 결별하고 내가 옳다고 느끼는 길을 정답으로 만들어 가는 것이 나의 인생이다. 다수가 선택하는 길을 벗어난다고 해서 낙오되는 것이 아니다. '보편적'이라는 기준이 오류를 면제해 주는 것은 아니다. 마음이 담긴 길을 걸으려면 편견의 반대편에 설 수 있어야 한다. 모두에게 사랑받고 모든 사람이 당신의 여행을 이해하리라 기대하지 말아야 한다. 당신의 길이지 그 사람들의 길이 아니기 때문이다. 남의 답이 아니라 자신의 답을 찾는 것이 호모 비아토르이다."

류시화는 경희대 국문과 시절 은사였던 소설가 황순원 선생이 "시는 젊었을 때 쓰고, 산문은 나이 들어서 쓰는 것이다. 시는 고뇌를, 산문은 인생을 담기 때문이다"라고 한 말을 잊지 않고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 기억을 토대로 그는 청춘 시절에 시작된 인간 존재와 삶의 의미에 대해 나름 삶에서 건져올린 해답을 제시하고 있다.

감각적 글쓰기에 탁월한 재능을 보였던 시인 류시화. 우리 안에는 늘 새로워지고 다시 생기를 얻으려는 본능이 있음을 투우장의 소를 통해 이야기하는 '퀘렌시아', 인생의 문제를 초월했다는 듯 우리는 곧잘 노 프라블럼이라고 말하지만 그 노 프라블럼의 기준을 '나'에서 '타인'으로 전환하지 않으면 그것이야말로 '빅 프라블럼'임을 보여 주는 '찻잔 속 파리', 목소리의 크기는 가슴과 가슴 사이의 거리에 비례한다는 '화가 나면 소리를 지르는 이유' 등은 류시화이기에 쓸 수 있는 글들이다.
노정용 기자 noj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