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래의 파파라치] 인면조를 바라보는 감수성에 대하여

기사입력 : 2018-02-15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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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래(정보경영학박사, 생각의돌파력저자)
동장군이 물러설 줄 모른다. 저마다 추위에 웅크린 모습으로 제 갈 길을 재촉하고 있었다. 나는 종종걸음으로 4호선 길음역 지하철에 내렸다. 열차를 기다리다 출입구 스크린 도어에 새겨진 시 한 편과 마주쳤다. '이른 아침에' 라는 시민공모작이었다. “감 하나가 툭 떨어진다. 한 뿌리에서 나와 꽃을 피우고 열매가 되었지만 제 생을 다 못하고 만 감. 우두커니 서 있는 감나무 마디마디가 저려, 장승이 되어 버린 눈빛에 나도 모르게 떨어진 감을 나무 발치에 올려놓았다. 십 년 전 하늘 가신 엄마 가슴에 묻은 두 자식은 만나 보았는지”. 시인은 감나무에서 떨어진 감을 보고 돌아가신 엄마를 떠 올렸다. 엄마 또한 남겨진 자식 걱정에 눈을 제대로 못 감았으리라. 마디마디가 저린 엄마와 이별한 아픔이 그대로 전해졌다. 나 역시 15년 전 돌아가신 엄마 생각에 잠시 먹먹했다. 그렇지. 감나무에게 떨어진 감은 자식인 것이지.

문득 강은교 시인의 '물길의 소리'라는 시가 떠올랐다. 시인은 '물소리는 물이 내는 소리가 아니'라고 했다. 시인에게 흘러가는 물소리는 과연 어떤 것일까? 그녀는 “그렇군. 물소리는 물이 돌에 부딪히는 소리, 물이 바위를 넘어가는 소리, 물이 바람에 항거하는 소리, 물이 바삐 바삐 은빛 달을 앉히는 소리, 물이 은빛 별의 허리를 쓰다듬는 소리, 물이 소나무의 뿌리를 매만지는 소리, 물이 햇살을 핥는 소리, 핥아대며 반짝이는 소리, 물이 길을 찾아가는 소리”라고 했다. 물소리는 단지 물소리가 아니라 물이 길을 찾아가는 소리라고 했다. 그리고 눈을 감고 귀에 손을 대면 또 다른 물소리가 들린다고 했다. “물끼리 몸을 비비는 소리가, 물끼리 가슴을 흔들며 비비는 소리가, 몸이 젖는 것도 모르고 뛰어오르는 물고기들의 비늘 비비는 소리가, 심장에서 심장으로 길을 이루어 흐르는 소리가”.라고 했다. 시인에게 물소리는 물이 흘러가며 만나는 모든 것들의 관계의 소리이고 듣는 사람의 귀와 가슴과 심장으로 흐르는 감각의 소리라고 했다. 물소리는 하나인데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천양지차의 물소리가 존재하는 것이다.

서설이 길었다. 창의성이 뛰어난 사람들의 기질적 특성은 감수성이다. 감수성이란 사물의 차이나 사태의 진전을 예민하게 알아채고 반응하는 정서적 능력이다. 감수성이 뛰어난 사람은 대상이나 사태의 이면으로 손쉽게 스며들어 남다른 관점을 포착한다. 감수성의 문제는 주로 예술 분야에서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작가들의 기질적 성향으로 취급되었는데 최근엔 그 논의의 폭이 커지고 있다. 디지털 혁명으로 인한 기술적 진전은 고도의 생활 가치를 창출해 내야 한다. 여기에 탁월한 감성을 지닌 인재의 심미적 안목이 들어가면 기술적 진전은 화룡점정을 찍게 된다.

몇 일 전 평창올림픽 개막식에 인면조가 등장했다. 고구려 고분벽화에 나오는 인간을 닮은 새로 무병장수와 평화의 의미를 담았다고 한다. 모습이 낯설고 기괴해서 말들이 많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긍정적인 반응이 이어졌다. 낯설다는 감정은 ‘최초의 것’이 필연적으로 감내해야 하는 통과의례다. 무난했다면 평범했다고 실망했을 것이다. 시대를 거슬러 아날로그적 감수성의 극단을 보여 준 그분들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자, 남은 것은 당신의 감수성이다. 어느 시인이 노래한 것처럼 발길에 무심코 차이는 대추 한 알에서 당신은 무서리 내리는 몇 밤, 땡볕 두어 달, 초승달 몇 날의 인고의 시간을 알아채고 느낄 수 있겠는지. 감(感) 수(受)할 수 있겠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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