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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공사 요금수납원 정규직화 해법 '혹 떼려다 혹 붙인 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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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공사 요금수납원 정규직화 해법 '혹 떼려다 혹 붙인 격'

서울고법, 2심 계류 요금수납원들이 제기한 '근로자지위보전가처분신청' 수용
민주노총 "도로공사는 1심 계류 수납원 포함 전체 요금수납원 직접고용해야"
도로공사 "2심 계류 중인 수납원은 이미 직접고용 합의...점거농성 해제 촉구"

경북 김천 한국도로공사 본사에서 점거 농성 중인 톨게이트 요금수납원들. 사진=한국도로공사이미지 확대보기
경북 김천 한국도로공사 본사에서 점거 농성 중인 톨게이트 요금수납원들. 사진=한국도로공사
한국도로공사의 고속도로 톨게이트 요금수납원 정규직화 부담이 더 커지고 있다.

해고된 비정규직 고속도로 톨게이트 요금수납원 360여명을 본사가 직접 고용해야 한다고 결정한 지난 8월 대법원 판결이 대법원 판결에 이어 현재 2심 계류중인 요금수납원에도 동일하게 적용돼야 한다는 취지의 고등법원 판단이 나왔기 때문이다.
24일 도로공사와 민주노총에 따르면, 23일 서울고등법원은 해고된 톨게이트 요금수납원 김 씨 등 2명이 제기한 '근로자지위보전가처분신청'을 인용했다.

서울고법은 결정문에서 "대법원 판결은 영업소 및 근무기간 등을 구분하지 아니한 채 그 모두에 대해 근로자 파견관계를 인정한 점 등을 고려하면 (김 씨 등) 채권자들과 피고(도로공사)는 근로자 파견관계에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또 "채권자들과 채무자 사이의 2심 본안판결 선고시까지 채권자들이 채무자의 근로자 지위에 있음을 임시로 정한다"며 "채무자인 도로공사는 채권자들에게 2019년 7월 1일부터 채권자들이 복직하는 날 또는 2심 본안판결 선고일 중 먼저 도래하는 날까지 각 월 174만 5150원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김 씨 등 2명은 지난 8월 대법원 판결의 당사자는 아니지만 도로공사에 직접고용을 요구하는 소송을 진행 중이며 1심에서 승소했고 현재 2심 계류 중이다.

따라서 이번 결정은 외주용역업체 소속 톨게이트 요금 수납원을 도로공사가 직접고용할 의무가 있다고 확인한 지난 8월 대법원 판결이 그 당사자뿐 아니라 같은 처지에 놓인 톨게이트 요금 수납원에게 폭넓게 적용될 수 있다는 취지로 해석될 수 있다는 점, 이에 따른 김 씨 등이 도로공사 근로자 지위를 임시로 인정받게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 8월 29일 톨게이트 요금수납원 368명이 도로공사를 상대로 낸 '근로자지위확인소송' 상고심에서 도로공사가 이들을 직접고용해야 한다는 원심을 확정했다.
그러나 도로공사는 대법원 확정판결을 받은 수납원들은 직접고용하되 아직 소송이 진행 중인 수납원들은 개별 재판 결과에 따라 조치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아 논란이 됐고, 이에 반발한 민주노총 소속 요금수납원들이 요금수납원 전원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경북 김천 도로공사 본사를 점거해 현재 45일째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이후 지난 9일 도로공사 이강래 사장과 한국노총 소속 도로공사 톨게이트노조 박선복 위원장은 대법원 판결 당사자 외에 현재 2심 재판 계류 중인 요금수납원들도 직접 고용하고 본사 점거농성을 해제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민주노총은 1심 계류 중인 요금수납원을 포함해 전체 해고 요금수납원을 직접 고용하라며 이 합의에 참가를 거부했다.

이번 서울고법 결정과 관련해 민주노총은 23일 성명을 내고 "도로공사의 줄기찬 주장이 대법원 판결 취지에 어긋남을 법원이 확인했다"며 "무의미한 시간끌기 대신 해고된 톨게이트 요금수납 노동자들을 전원 직접고용하라"고 촉구했다.

도로공사는 24일 공식입장문을 통해 "이번 가처분 결정은 지난 9일 도로공사가 한국노총 소속 톨게이트노조와 합의한 '2심 계류 수납원은 직접 고용한다'는 내용과 같은 맥락"이라며 확대해석을 차단했다.

이어 "이 합의문에서 '합의일 현재 2심 계류 중인 수납원은 정규직으로 직접고용하고 1심 계류 중인 수납원은 1심 판결 결과에 따라 직접고용하되 1심 판결 이전까지는 공사의 임시직 근로자로 고용'하는 것으로 되어 있어 이번 서울고법 가처분 결정보다 훨씬 포괄적으로 고용을 보장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오히려 도로공사 측은 "이번 가처분결정의 취지를 고려해 민주노총 소속 조합원들이 사옥 불법점거 농성을 풀고 을지로위원회가 중재한 정규직 전환 노사합의에 즉각 응해 주길 기대한다"고 요구했다.

이같은 입장 설명과 달리 도로공사는 요금수납원의 정규직 직접고용 확대가 예상되면서 정부와 공사가 자회사 설립을 통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정책의 차질은 물론 자회사 설립 취지의 퇴조, 직접고용 인건비용 부담, 적정업무 배치와 처우 등을 해결해야 하는 숙제를 떠안게 됐다.


김철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kch0054@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