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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슈 24] 총선 앞둔 영국인들 “EU 이탈보다 더 무서운 것은 노동당 코빈 정권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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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슈 24] 총선 앞둔 영국인들 “EU 이탈보다 더 무서운 것은 노동당 코빈 정권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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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총선 때 텔퍼드 유세에서 연설하고 있는 노동당의 제레미 코빈 당수.


EU이탈을 둘러싸고 정치적 혼란이 계속되고 있는 영국이 12월에 총선거를 맞이한다. 존슨 정권이 과반수를 확보할 수 있을지가 초점이지만 선거결과에 따라 또 다른 혼란이 예고되고 있어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영국의 메이 전 정권의 ‘넘버 2’였던 필립 해먼드 전 재무부장관은 지난 5일 “사회인으로서 계속 지지해온 정당과 직접 대결할 수 있는 행동을 할 수는 없다”며 12월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존슨 총리가 이끄는 보수당에서는 지금 각료급을 포함한 거물급 의원이 줄줄이 총선불출마를 표명하고 있다. 배경에 있는 것은 EU로부터의 이탈을 둘러싼 보수당의 ‘변질’이다.

해먼드 전 장관은 EU이탈을 묻는 2016년 국민투표에서는 잔류파였지만 이후 이탈은 EU와의 합의에 따라야 한다는 온건파로 돌아섰다. 보수당의 중진으로 잔류와 이탈로 흔들리는 당내의 균형을 취하고 있었지만 ‘합의 없는 이탈’도 불사하겠다는 존슨 총리의 뜻을 저버리고 9월에 탈퇴저지 법안을 지지하면서 다른 보수당 의원 20명과 함께 당에서 제명됐고 이후에는 무소속으로 활동했다.

양대 정당에 유리한 소선거구제를 취하는 영국에서는 정당공천 없이 무소속으로 승리하기는 매우 어렵다. 해먼드 외에도 이탈에 신중한 앰버 러드 전 내무장관, 니키 모건 문화부 장관 등 각료급도 연달아 불출마를 표명했다. 보수당은 존슨 총리 밑에서 명확한 ‘이탈정당’이 되어가고 있다. 의석 수 650의 하원에서 단독 과반수(326석 이상)을 겨냥하지만 제명한 의석 분을 모두 되찾을 수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정당의 변질은 여당만이 아니다. 최대 야당인 노동당도 흔들리고 있는 모습이다. 노동당은 도시지역 주민이나 젊은이들 중심의 ‘잔류파’와 노동자계급이 많은 지방의 ‘이탈파’ 모두를 지지자로 거느린다. 그래서 코빈 당수는 총선에서 이탈, 잔류입장을 분명히 밝히지 않고, 반년 이내에 EU와 재합의하고 그 결과를 국민투표에 묻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코빈 당수는 풀뿌리 당원 표에 지지기반을 갖고 있는 철도국유화 등을 내세우는 당내 급진 좌파다. 과거 노조 의존에서 중도좌파로 방향을 틀며 지지를 넓혀 정권을 유지했던 블레어 전 총리 등의 ‘뉴 레이버(새로운 노동당)’ 노선에는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부유층을 비판하고 빈부격차 해소를 호소하기 위해서는 ‘포퓰리즘’적인 수법도 불사한다. 지난 9월 당 대회에서는 이튼스쿨 등의 명문 공립학교를 포함한 사립학교(초·중·고교)의 철폐를 내걸고 보조금과 세제혜택 폐지, 사립학교가 가진 자산의 재분배 등 정책을 내놓기도 했다.

지난 6일에는 코빈 당수와 노선갈등을 빚어왔던 중도온건파 톰 왓슨 부대표가 ‘개인적 이유’로 불출마를 선언했다. 영국 언론은 왓슨이 친구들에게 “노동당은 더 이상 자신이 입당한 정당이 아니다”라고 말했다는 등의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최대 야당의 당수는 ‘차기총리’ 후보이지만 여론조사에서는 코빈의 총리로서의 자질에 대한 ‘긍정평가’가 20% 안팎인 반면 ‘부정평가’는 무려 70%에 달한다. 산업계 등에서는 “브렉시트(EU이탈)보다 코빈 정권탄생이 훨씬 무섭다”라는 소리도 새어 나오고 있다.


김경수 글로벌이코노믹 편집위원 ggs07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