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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신뢰 경영' 행보에 재판부 화답할 차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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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신뢰 경영' 행보에 재판부 화답할 차례

‘잘못된 과거와 단절’ 선언한 이 부회장, 준법감시위로 ‘준법경영’ 의지 재천명
후원금 투명화·미전실 해체·백혈명 논란 종지부·무노조 폐기 등 삼성은 ‘변혁’ 중
이 부회장, ‘과거와 단절하고 상생으로 100년 기업 만들겠다’…사실상 총수선언
재계 “준법감시위 출범, 삼성의 변곡점…이재용, 의지 실천할 판결 나오길 기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재용(52) 삼성전자 부회장의 '잘못된 과거와의 단절' 의지에 이제 재판부가 화답해야 한다.'

삼성그룹이 법원이 내 준 '숙제'를 사실상 마무리함에 따라 이 부회장 파기환송심 재판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 부회장 파기환송심을 맡은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부장판사)는 지난해 10월 25일 이 부회장에게 ‘총수 선언’과 ‘준법경영제도’ 마련 등을 주문했다. 재판부는 이 주문이 재판 결과와는 무관하다고 선을 긋고 있다. 그러나 삼성이 재판부의 이례적인 요구에 답을 내놓아 법원이 어떤 식으로 응답할 지 주목된다.

재계는 삼성이 파격적인 수준의 준법감시 시스템 가동과 대대적 내부 변혁에 나서고 있는 점을 참작한 판결이 나오기를 기대하는 모습이다.

◇ 이 부회장의 결단 담긴 준법감시委 가동…준법경영 의지 ‘재확인’


일반 기업에서 전례를 찾기 힘든 독립적 감시기구 ‘준법감시위원회’(준법감시위) 출범은 재판부가 주문한 숙제의 핵심이다. 이번 파기환송심 재판의 최대 쟁점이 ‘뇌물 공여’ 부분인 만큼 실질적이고 실효성 있는 방안을 마련해 향후 재발을 막고 삼성의 준법 경영 실천 의지를 분명히 하기 위한 이 부회장의 결단을 요구한 것이다.

재판부 요구에 삼성은 발빠르게 준법감시위를 구성한 후 준법실천 서약식을 갖고 준법경영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회사 내부가 아닌 외부 독립기구인 삼성준법감시위원회가 지난 9일 구성된 지 나흘 만인 13일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 김현석 사장, 고동진 사장 등 사장단이 ‘준법실천 서약식’을 열고 준법경영 실천 서약서에 직접 서명하며 강도 높은 준법경영을 다짐했다.

주요 경영진들이 한 자리에 모여 직접 서명한 것은 준법경영 강화의 진정성을 강조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삼성은 다음 달 초 출범할 준법감시위에 진보진영 인사인 김지형 전 대법관(위원장)을 포함해 위원 7명 중 6명을 외부 인사로 구성을 끝냈다. 법조계와 시민단체, 학계 인사 7명으로 꾸려진 준법감시위는 삼성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냈던 인사들이 대거 포함됐다. 김 위원장은 진보성향 법조인으로 삼성전자 백혈병문제 조정위원장(가족대책위원회 추천)을 맡아 10여 년간 끌어온 백혈병 논란을 마무리 지었다. 그는 또 대법관 시절 사회적 약자 편에 선 판결을 남겨 재계에서도 김 위원장 선임을 '깜작 발탁'으로 여기고 있다. “성역을 두지 않겠다”는 김 위원장은 뇌물 문제뿐만 아니라 승계 문제 등도 감시하겠다는 입장이다.

무엇보다 준법감시위 면면을 보면 대통령 직속 기구나 정부 부처에서 볼 수 있는 구성이라는 점에서 이 부회장의 변화 의지를 반영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삼성이 우리나라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는 거대한 조직임은 틀림없지만 엄연한 사(私)기업”이라면서 “그럼에도 한 기업이 정부에서 볼 수 있는 위원회급을 구성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이 부회장 ‘과거와 단절, 상생으로 100년 기업’ 선언

재계에서는 준법감시위 출범을 계기로 100년 기업을 향한 삼성의 대대적 변혁을 예상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그동안 ‘100년 기업 철학’이 투영된 조치들을 취해 왔다.

지난 2일 새해 첫 경영 일정을 경기도 화성사업장 반도체연구소에서 새해 첫 경영 일정을 시작한 이 부회장은 “잘못된 관행과 사고는 과감히 폐기하고 새로운 미래를 개척해 나가자”면서 “우리 이웃, 우리 사회와 같이 나누고 함께 성장하는 것이 우리 사명이자 100년 기업에 이르는 길임을 명심하자”고 당부했다.

‘과거와의 단절과 동시에 상생으로 미래를 개척하겠다’는 새해 첫 일성은 이 부회장의 ‘100년 기업 철학’이 그대로 녹아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때문에 올해가 이 부회장의 ‘100년 기업’ 시작의 ‘원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미 이 부회장은 잘못된 관행을 하나둘씩 폐기하는 조치를 취해 왔다. 이 부회장은 지난 2017년 외부 후원금·사회공헌기금 내역 공개와 10억원 이상 고액의 경우 이사회 의결을 거치도록 하는 등 후원금 투명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후 그룹 컨트롤타워였던 미래전략실 해체와 이사회 중심 책임 경영 방안을 내놨다. 그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삼성전자 서비스 협력사 8000여명 직접 고용, 논란을 거듭했던 ‘반도체 백혈병’ 문제 도 마무리 했다. 나아가 삼성의 ‘무노조 원칙’을 파기 하는 등 이 부회장의 ‘과거와의 단절과 생상을 통한 100년 기업’ 경영 철학을 하나씩 현실화 시키고 있는 것이다.

오는 17일 예정돼 있는 파기환송심 재판에서 이 부회장이 추가적인 내부 혁신 방안 등을 내놓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지난 2018년 출소 이후 ‘뉴(New) 삼성’을 향해 투명경영과 신뢰경영을 이어오고 있다”며 “최근 전례를 찾기 힘든 준법감시위 출범은 삼성의 변곡점으로 재판부가 이 부회장의 준법경영 의지에 힘을 실어주는 판결을 내려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inc0716@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