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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태국 청년들의 꿈은 블랙핑크 ‘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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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태국 청년들의 꿈은 블랙핑크 ‘리사’

태국 출신 블랙핑크 멤버 리사가 자국 청소년들에게 K팝 꿈을 심어주고 있다. 사진=본사 자료
태국 출신 블랙핑크 멤버 리사가 자국 청소년들에게 K팝 꿈을 심어주고 있다. 사진=본사 자료
태국의 젊은이들이 한국 음악 'K-pop'에 열광하고 있다. 태국 출신 한류 스타들의 성공으로 가수와 아이돌을 꿈꾸는 사람들이 급증했고, 한국 드라마와 패션이 문화로 자리 잡으면서 큰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한류의 에너지에 고무된 태국 정부도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홍보하기 시작했다.
지난 10월 말, 방콕 실파콘 대학교에 재학 중인 20세 학생 제프리는 대학 댄스룸의 거울 앞에서 자신의 움직임을 반복적으로 확인했다. 태국에 있는 한국 연예기획사 오디션을 준비하기 위해서다.

실파콘대학은 지난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활약하는 인재 육성을 목적으로 새로운 전문학과를 신설했다. 노래와 춤 외에도 SNS를 활용한 효과적인 정보 발신을 폭넓게 배울 수 있어 K-pop에 관심이 많은 학생들이 많다. K팝 아이돌 지망생 제프리는 "앞으로의 목표는 태국 문화를 세계에 전파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최근 태국에서 한국의 아이돌을 꿈꾸는 젊은이들이 급증하고 있다. 2016년부터 한국 정부 산하 주태국 한국문화원은 한국 연예기획사와 공동으로 선정 회의를 개최하고 있다.

2023년 10월 중순 현재의 지원자 수는 약 3000~5000명으로 2016년과 비교하면 3∼5배 증가했다. 조재일 감독은 "K팝이 너무 유명해져서 (한국) 정부의 지원을 받을 필요가 없게 됐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동남아시아에서 한류의 인기는 200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국 정부의 범정부차원 홍보 전략에 힘입어 한국산 제품은 드라마와 음악뿐만 아니라 휴대폰, 가전제품 등의 제품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그 바람은 이제 태국으로 옮겨붙었다.

K팝에 대한 태국 젊은이들의 열정 뒤에는 인기 그룹 '블랙핑크'의 리사의 성공이 있다. 태국 북동부 부리람주에서 태어난 그는 2016년 데뷔했다. 리사는 음원 유통 서비스에서 솔로 음악의 조회 수 10억 회 이상을 기록하는 등 여러 세계 기록을 세우며 한국 연예계의 톱 아이돌로 자리매김했다.
리사의 일거수일투족이 태국 경제를 움직인다. 그녀는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9000만 명을 넘어 K팝 아이돌 중 가장 많고, 그가 올리는 장소와 음식은 팬들이 직접 방문하고 순식간에 매진될 정도로 인기가 많다.

방콕의 해산물 레스토랑인 라오 라오의 주인 게이트씨는 지난 1월 리사가 방문한 후 고객 수가 3~4배 증가했다고 말한다. 또한 리사가 먹은 요리들을 보여주는 특별 메뉴 리스트를 만드는 것 외에도, 그녀가 실제로 앉았던 의자들을 전시함으로써 식당의 내부를 ‘신성한 장소’처럼 보이도록 바꿨다고 밝혔다.

리사의 데뷔 이후 'G 아이돌', 'NCT' 등 태국 멤버들이 참여한 다른 그룹으로 인기가 확산됐다. 연말에는 태국인 2명을 포함한 7인조 그룹 '베이비몬스터'가 데뷔한다.

멤버 개개인이 대회에서 여러 차례 우승한 엘리트 그룹으로 알려져 있으며, 태국인에게 새로운 인기 그룹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

태국에서 열리는 한류스타 콘서트 티켓 가격은 현재 평균 4500바트(약 16만 원)로 최근 10년간 9배나 치솟았다. 한국어를 배우는 젊은이들도 늘고 있다.

태국 언론은 "2년 기준 태국에서 한국어를 제2외국어로 채택한 중등 교육기관은 175개이며, 학습자 수는 4만 명을 넘어 세계 최대 규모"라고 보도했다.

K-pop의 영향력은 음식, 뷰티, 패션 등 태국 사회의 다양한 영역으로 꾸준히 확산되고 있다. 최근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확대가 진정되어 한국 여행이나 단기 유학이 회복되고 있다.

태국 출신의 세계적으로 유명한 예술가와 운동선수는 아직 거의 없다. 태국 문화에 정통한 간다외국어대학 비상근강사 후쿠토미 와타루는 "태국 예술가의 활약은 일반 대중의 애국심을 고취시키는 계기가 됐다"고 말한다.

지난 9월, 태국 연립정부 최대 집권당인 푸어타이당은 엔터테인먼트 산업 육성을 위한 전담 부처를 곧 출범시킬 것이라고 발표했다. 전국 규모로 선전 캠페인을 벌여온 한국과 대만을 모델로 삼아 "산업 진흥을 통해 '중진국 함정'에서 벗어나는 것을 목표로 할 것"이라고 밝혔다.


성일만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texan509@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