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밭을 일군사람들(22)]홍경희(부산시립무용단 예술감독)
소녀시절 리틀엔젤스 단원으로 네 차례 세계 순회공연
色·光·舞 조화로 판타지 총합한 '호두까기인형' 대히트
예술적 분위기·수려한 풍광·인간과 음식문화에 취한 몰입

그녀는 숙명여대 무용과와 한양대 대학원을 졸업하고 부산시립무용단 예술감독으로 봉직하고 있다. 열 살 때부터 리틀엔젤스 창단 멤버로 네 차례의 세계 순회공연과 올림픽 문화사절 등 어린 소녀시절부터 세계무대에서 자신의 역할을 터득했다. 바람에 흔들리는 보릿대들과 나비의 부드러움이 세상을 지배할 수 있는 이치를 깨달은 것이다.
대학 졸업 뒤, 1978년부터 1999년 12월까지 서울시립무용단(현 서울시 무용단)에서 그녀는 무용수로서 엄격한 도제 수업을 거쳐, 수석단원과 지도위원을 거치게 된다. 그녀는 83년 『무희』로 안무가로서의 족적을 남긴다. ‘춤의 길’을 가는 자신의 모습을 반추한 이 작품으로 춤꾼으로서의 각오를 다지면서 ‘오고야 말 행복’을 위해 전력투구하게 된다.

틈틈이 서울예술대, 대진대, 숙명여대, 한양대 등에서 후학을 양성하면서 2007년 9월부터 2011년 12월까지 인천시립무용단 예술감독 겸 상임안무자로 활동했다. 거치고 들뜬 분위기를 가라앉히고, 기본기와 정석을 통해 예술가의 기본을 중시하며 예술성과 오락성을 가미한 인천에서의 그녀의 작업과 안무는 가시적 성과물로 곧 나타나게 되었다.
86아시안게임, 88서울올림픽, 88장애인올림픽의 개·폐막식과 2002 세계소리축제, 2002FIFA전주대회 안무, 사랑의 장기기증운동본부 인천지역 홍보대사를 역임하였고, 국내 주요 행사의 안무 외에도 국내·외 개인공연 및 초청공연, 해외공연, 한국무용연구회 이사, 춤전용 M극장 운영위원, 한국무용사학회 상임이사 등으로도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그녀의 최근 주요 안무작으로는 『흰 바람 소리, 08』,『봄-풍경과 우화, 08』,『우리 춤의 문과 길-천지인화, 09』,『호두까기인형, 09』, 『New인천환타지-물의 성, 물의 노래, 09』,『풍속화첩-춤, 사랑가, 10』,『그날의 정원, 11』,『풍속화첩-춘향, 11』등 다수가 있다. 하나같이 기본기가 탄탄한 작품들로 브랜드 상품으로 존재가치가 있다.
특히 인천시립무용단 제65회 정기공연 홍경희 예술감독, 정현주 연출의 춤 『호두까기 인형』은 ‘호두까기 인형’의 코리안 버전으로, 남녀노소 관객 모두를 홀린 엔터테인먼트물이다. 고정레퍼토리로 자리 잡을 수 있는 작품이다. 전통 춤과 발레, 클래식과 현대, 색, 광, 무(色, 光, 舞)의 조화로 모든 판타지를 총합한 ‘있음직한’ 유쾌한 동화다.

인천시립무용단 제67회 정기공연 ‘NEW 인천 판타지’는 물오른 춤사위로 촉촉해진 무대였다. 인천의 과거와 현재·미래에 대한 비전을 보여주는 장편 춤극으로 프롤로그를 제외한 다섯 개의 장으로 나눠진 이 작품은 ‘물의 성(城), 물의 노래’란 부제가 붙은 것처럼 메인 이미지는 물을 감싸고 있는 인천이었다. 하늘을 나는 물고기를 연상케 하는 작품이다.
세월의 흐름과 인천의 과거를 회상하는 수신녀가 무대 중앙에 위치한 펌프에 물을 넣으면서 인천의 서사는 펼쳐진다. 옛 우물에서 건져낸 미추홀의 동화는 도깨비불의 유희처럼 멀리서 판타지로 비쳐지지만 모든 것이 현실로 급 치환되고, 시원(始原)과 개항, 인천상륙작전과 같은 큼직한 역사의 사건에서 물꼬를 트는 인천의 모습이 물의 이미지 속에 부각되었다.
‘NEW 인천 판타지’는 물과 여성, 미추홀 판타지를 수채화처럼 표현한 세미다큐멘터리이다. 군무(群舞)는 인천 창작무용의 새로운 경지를 개척한 안무가 홍경희의 각고의 노력이 돋보인 작품이다. 넓은 무대에서 기량이 농익은 춤꾼들이 발산해 내는 에너지, 춤을 통해 인천의 색깔을 찾아가는 홍경희의 기량이 돋보인다.

서정적 춤 선의 변화는 달밤의 서정과 맞닿아 있고, 긴 기다림과 동경은 간절한 기도로 이어진다. 신목(神木)에 대한 정성은 다양한 담론으로 이어진다. 흑백의 절묘한 복식의 조화는 한국 서정에 걸맞은 조명과 더불어 종이꽃이 소생할 신명을 토해낸다. 그녀는 바람을 불러오고 현대성을 획득한 샤먼 댄스는 축약된 기원의 깊은 묘미를 느끼게 한다.
백현순 안무의 태양새를 위한 제(祭), 『태양새 고원을 다시날다, 07』에서, 백제 역으로 출연한 홍경희는 도움이 필요할 때 우리를 늘 도와주었던 민족의 대표적 상징물 ‘태양새는 전쟁, 국론분열과 사리사욕에 빠진 탐관오리를 보면 사라진다. 전쟁과 아픔을 스쳐가고 백성들의 울음이 하늘에 닿는다.’는 분위기 창출에 의미적 춤을 춘 춤꾼으로 기억된다.

‘춘향전’의 기존 서사에 대한 새로운 해석, 무용과 판소리, 국악, 농악까지 하나 되기, 이미 완결성을 가진 작품들을 새로이 엮는 노력 끝에 춤과 춤이 모여 흥미진진한 작품이 된 이작품은 기존 전통춤의 공연 방식을 깨는 신선한 시도였다. 동래학춤, 부채춤, 나나니 춤, 한량무, 장고춤, 검무, 북춤, 교방 굿거리 춤이 캐릭터와 어우러져 흥미를 배가시킨 작품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