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밭을 일군 사람들(23)]박현옥 대구시립무용단 예술감독
현대무용 불모지 대구에서 자유혼 불살라
마돈나 열정으로 시대 혼돈 억척스럽게 극복
어울림과 춤 정 나누기로 퇴계의 자존 지켜내

고결한 자존심의 상징인 남산여고 시절, 대구를 기반으로 하고 춤 지도활동을 하던 지은희 선생을 스승으로 두고 기상과 저력의 춤을 배웠다. 그녀의 꿈은 정직, 성실, 협동의 스키마를 쌓으면서 시작된다. 기독교적 소명의식을 가르쳤던 여고에서의 감사와 반성, 간구는 오늘의 그녀를 만들었고, 그녀는 현대무용의 불모지에서 자유혼을 불사르고 있다.

달구벌에 이는 새바람을 타고 82년, 그녀는 7인 무용회장단의 『잃어버린 초상』을 안무, 출연했다. 그녀의 안무 데뷔작이다. 그녀의 춤의 향방을 가늠하는 이 춤은 달구벌 지성들의 관심과 지지를 받기에 충분한 작품이었다. 시대의 암울과 춤의 미래, 현재의 자신을 반추한 이 작품은 샌드페이퍼로 맑은 영혼을 정제해낸 울림의 몸짓이었다.

90년대에는 1994년 젊은 무용가를 키우기 위한 취지로 대구가톨릭 대학교 무용학과 재학생 및 졸업생을 중심으로 대구 컨템포러리를 창단하여 1996년 제5회 전국무용제에서 문화체육부 장관상인 우수상을 수상하는 등 ‘열심히 살자’는 그녀의 생활신조를 실천하고 있다. 제6회 대구무용제 대상, 안무상, 연기상, 미술상, 음악상을 수상하는 기염을 토했다.
대구가톨릭대학교 총동창회 자랑스러운 동문상(1997년), 행정자치부 장관 표창(99 경주세계문화엑스포 개막제 안무), 뉴욕시립대학교 퀸즈 칼리지 무용과 교환교수를 역임하고, 현재 한국무용교육학회 이사, 대구 컨템포러리 무용단 예술감독으로 그녀는 80년대 미니멀 음악을 즐겨 사용한 것에서 전환처럼, 춤의 다양한 방향으로서의 모색을 꾀하고 있다.

이후 2001년 한·일 월드컵축하공연 개막제 안무 『천의 호흡, A Breath of Cloth』(대구광역시장 표창), 2003년 유니버시아드대회기념 무용공연 『툼 레이더 미스 줄리엣, Tomb Raider Miss Juliet』으로 존재감을 부각시켰다. 이로 인해 금복문화상 수상(2004년), 대통령 표창(2004년)을 받는 등 업적을 쌓게 된다.

박현옥의 노력은 이듬 해, 대구광역시 기초예술지원사업 대형공모작 『마돈나 나의 아씨여』(2008)로 보상받았고, PAF 춤과 다매체 상(2008년)을 수상하는 계기가 된다. 그녀가 움직임에서 보여주는 춤의 논리는 움직임, 빛, 소리, 색채가 총합하여 보여주는 순환 이미지의 잔상효과다. ‘믿어야할 것’(quid credas)과 해야 할 것(quid agas)을 박현옥은 신비적 단자에 담은 대표 작품은 『마돈나』,『청산별곡』,『고래의 꿈』,『동물농장』이다.

2010년 대 들어 그녀는 시인 이상화(李相和)의 ‘마돈나’를 형상화한 『마돈나』를 ‘인도네시아 아트 서미트 2010, Art Summit Indonesia 2010’ (2010), 『청산별곡』을 ‘제31회 릴라 루페즈 국제 컨템포러리 댄스 페스티발, XXXI Festival Internacional de Danza Contemporaanea Lila Loopez ’(2011) 에 출품시키는 작은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마돈나』는 이상화의 시 ‘나의 침실로’의 ‘마돈나’가 모티브다. 안무가는 죽음과 삶을 영위하는 제(祭)를 통해 절망과 허무를 긍정적 빛의 세계로 묘파하여 현대인들의 꿈을 소생시키며, 현대 ‘춤과 미술’을 전통과 현대 감각이 결합된 공감각적 예술소통 형식으로 표현, 저항 시인의 모습을 신비적 현대 춤을 기본으로 태극 흐름과 우리 춤의 신명으로 풀어낸다.
『청산별곡』은 고려 시조로서 고통과 절망적 현실을 탈피 친자연, 낙향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노래한다. 삶의 고통과 비애를 형상화한 음악성이 두드러지며, 피폐한 삶을 운명으로 인식, 극기하려는 낙천적 인생관과 서정적 자아를 통해 자연예찬, 부조리 타파를 통해 자유인의 삶을 추구, 공존공생의 삶이 청산인 것을 서정적 판타지로 구성한 작품이다.

『동물농장』은 조지 오웰의 소설을 바탕으로 한다. 동물과 구별되는 인간적 공존의 사회를 춤추어낸 박현옥 안무의 이 작품은 절대 권력은 반드시 타락한다는 것을 묘사한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를 비추어, 동물도 인간도 아닌 인간에 대한 비하와 절망적 포기를 하기보다, 인간적 면모가 부각되는 공존의 사회를 그리고 있다.
박현옥, 춤의 종(servant)이 되기보다는 춤의 종(bell)이 되고자 하는 그녀는 금종(金鐘)을 울리고자 한다. 그녀는 이제 춤을 위한 반역을 시도한다. 그녀의 신비적 단자는 무한괘도의 욕망이다. 그녀의 묵시록은 다작의 아픔을 벗어난다. 느림, 미완의 느림의 농축액은 빠름을 가치를 능가하는 변신(metamorphosis)이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