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밭을 일군 사람들(34)]이화숙 세종대 무용학과 겸임교수
아날로그적 감성과 도시적 감각 포용하는 멋쟁이
무형문화재 태평무 이수자 '강선영의 환생' 평가
탁월한 개인기 바탕으로 한 역동적 군무짜기 일품
격조높은 춤 국립무용단 수석단원으로 명성 날려

범상찮은 운명의 귀족적 자태로 용띠의 해에 용 달, 용 시에 때어난 그녀는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질 것 같은 친화력의 소유자다. 푸른 바다를 휘감을 것 같은 맑고 깨끗한 영혼을 소유한 그녀는 아날로그적 감성과 도시적 감각을 포용하는 멋과 맛을 아는 춤꾼이다.
1971년 수도여자 사범대학(현 세종대) 무용학과에 입학하여 동 대학을 졸업하였다. 대학시절엔 한영숙 선생으로부터 가르침을 받았다. 대학 졸업 직후, 1975년 국립무용단에 입단하였다. 이후 그녀는 늦은 나이에 세종대학교 공연예술대학원을 졸업하게 된다.

국립무용단에 입단하여 송범 선생의 지도를 받았고, 정기공연 다수 작품에 주역을 맡았으며, 수석단원으로 활동하게 된다. 미국 독립 200주년 기념공연 및 전 미주 순회공연(76), 유럽 순회공연(77), 국립무용단 정기공연 『마음속에 이는 바람』(78) 주역으로 명성을 쌓아갔다.
그녀는 어린 시절 부슬부슬 내리는 빗속에서도 우뚝 서 있는 요염한 꽃이었다. 그런 이미지에도 소탈한 그녀의 성격은 곰치와 같은 산나물의 향을 내뿜고 있다. 침향(沈香)으로 와 닿는 그녀의 춤과 안무작들은 고풍스러운 격조를 소지하고 있다.
중남미 순회공연(80), 대통령 순방 사절단 동남아 순회공연(81), 국립무용단 정기공연 “황진이” 주역(81), 국립무용단 정기공연 “도미부인” 주역(84)을 맡는 등 일찌감치 그녀의 기량은 축출하였으나 뜻하는 바 있어 86년 국립무용단을 퇴사하게 된다.

국립무용단 시절 강선영 안무인 『황진이』공개 오디션을 거쳐 주역을 맡아 현재까지 강선영 선생 문하에서 춤 활동을 하고 있다. 특히, 강선영의 춤인생 60년 기년 『불멸의 춤』 에서 선보인 『황진이』에서 지족선사를 파멸시키는 역할로 깊은 인상을 남기기도 했다.
국립무용단 작품연보에 화려하게 등재된 이화숙의 춤은 춤꾼들 가운데 강선영의 분신으로서의 기능과 역할을 가장 많이 투사시키고 있다. ‘전설이 되어버린 강선영’을 수행해내는 그녀의 춤에 관객들은 감동하고, 강선영의 귀환으로 착각할 만큼 밝은 빛으로 반짝이고 있다.
대학 신입생부터 강선영의 인정을 받은 그녀는 국립무용단의 수많은 공연의 지도를 받으면서 내공을 쌓았고, 강선영의 『무당춤』,『살풀이 춤』,『태평무』, 『즉흥무』, 『이조여인상』과 같은 작품을 이상적 모델로 삼고, 지금까지 자신의 작품 모티브로 삼고 있다.

이화숙, 그녀는 여전히 춤밭에 있다. 숱한 담론을 만들어 내고, 춤밭의 비밀을 이야기해낸다. 꾼들만이 아는 보리밭의 청초와 체형과 사위에 얽힌 ‘물과 불, 바람의 전설’로 세상을 이야기한다. 그녀의 손끝엔 아직도 티베트의 신비가 묻어난다.
그녀의 춤 세계와 연습시절에 대해 토론하는 시간엔 스위스 바젤의 공기가 날아와 음이온을 뿌릴 것 같은 신비를 몰아온다. 고난도 춤의 소화, 안무가의 의도 파악, 춤의 대중화와 고급화 같은 일상에서 미학에 이르는 다양한 입담은 ‘악기로서의 춤’을 부각시킨다.
이화숙의 안무작들은 정답을 제시하고 기교와 분위기를 감지해 내게 하는 자신감을 보여 왔다. 신비감을 탑재한 세묘(細描), 궁중‧민속음악을 중심으로 소리와 사운드의 일체감을 보여주는 음악사용, 비장한 집체미를 강조함으로써 몸을 도구화한다.
이화숙의 춤 정신은 전통의 고수와 반가 여인의 지조와 같은 ‘춤 섬기기’와 맥을 같이하고 있다. 쉽게 보이는 춤들의 고난이도를 체득한 그녀의 낭만성은 유희적 일면을 보여준다. 그녀의 춤은 한국무용계의 든든한 허리 역할을 성실히 수행해내고 있다.
그녀는 실리의 춤에서 우주의 춤으로 방향을 선회하고 있다. 자신을 소우주로 삼고 내공의 진액으로 주변을 치유한다. 그녀의 확장된 춤 사유는 아픔을 공유하는 색감이 돋아나고 있고, 아직 그녀의 내부에 머물고 있는 소녀적 감성을 담아내고 있다.

늘 배가 고픈 그녀의 춤이 언제 충족될지 알 수 없다. 그녀는 아직도 자신의 춤의 성장을 바라고 있다. 격정의 질풍노도를 꿈꾸며, 늘 오늘이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하루를 메꾸어 간다. 그녀는 오늘도 욕망과 타부의 접점에서 그녀가 꿈꾸는 빛을 따라 꿈길을 걷고 있다.
이화숙은 탁월한 개인기를 바탕으로 한 역동적 군무 짜기에 익숙한 안무가다.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한 그녀의 강의에 빠져들게 만드는 춤 교육자다. 크로스오버와 융합을 즐기며 작품 구성과 각 부문의 최상을 뽑아내는 선별 감각이 뛰어난 연출가다.
이화숙, 춤밭을 일구는 자랑스러운 예술가다. 춤꾼의 전법(典範)으로 영원한 현역인 그녀는 주변이 즐거울 때 자신이 더욱 즐겁고, 같이 춤출 때 더욱 행복감을 느끼는 춤꾼이다. 무욕의 경지에서 ‘비움의 미학’을 실천하는 그녀를 보면 우리는 행복해 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