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밭을 일군 사람들(36)-최효진(안무가, 한양대 겸임교수)]
"나는 무대에 서는 순간 자유와 생명력을 얻는다"
강렬하고 간결한 춤 터치로 관객에게 강한 인상
모던 댄스의 미학적 승화·도회적 이미지 형상화
춤에 대한 영원한 사랑 '맹세'한 무용가·교육자

연(緣)의 소중함을 늘 간직하고 있는 그녀는 중등 정교사 자격증을 취득한 뒤, 한양대 연구조교, 광명동초등학교 댄스 스포츠 특강 강사, 공중파 방송에서 의미있게 포착한 중학생들 지도, 전주예고 강사, 한양대 생활무용예술학과 강사, 순천향대 대학원 강사, 수원대 강사에 걸친 긴 스펙트럼을 갖고 있다. 그녀의 노력의 일면은 요가 지도자 자격증 취득이다.
유년시절부터 무대에 서기를 좋아했던 그녀는 초등학교, 중․ 고등학교까지 광주 한빛무용학원 장연향 선생으로부터 춤 지도를 받았다. 대학 재학시, 4년 간 장학생이었던 그녀는 ‘한글’ 시리즈 공연의 일원으로서 작품의 완성도에 기여했다. 자유인으로 독립 춤꾼이 된 그녀는 교육과 현장에서 젊은 춤과 함께하는 삶을 지향하며 분주한 하루하루를 일구고 있다.

열정이 석류알처럼 들어박힌 그녀는 늘 다리가 되어주는 넉넉한 마음의 조력자이지만 춤 창작에 대한 욕심은 무한이다. 유치원 시절, 교회 발레공연에서 시작된 그녀의 춤은 동아여중과 수피아여고 무용특기생, 한양대 이숙재 선생의 조련을 거쳐 지금에 이른다. 우직한 연습과정을 견뎌내고 연마한 그녀의 요즘 춤 모습은 밤 벚꽃의 화사함을 닮고 있다.
긴 수련의 기간을 거쳐, 이제 갓 그녀의 봄을 맞은 최효진은 밀물무용단 단원의 일원으로서 절대 고독 속에서 자신이 즐기면서 춤을 쳐야만 행복감을 맛볼 수 있다는 결론을 얻었다. 늘 설레는 마음으로 연습실에서 ‘한글’ 춤 등 단체 춤에 몰두했던 그녀가 이제 자신의 창작품을 쏟아내고 있다. 무대에 서는 순간, 그녀는 자유로움을 얻고, 생명력을 부여받는다.

그녀는 겸허한 마음으로 아름다운 몸짓 여행을 보여주면서, 동시대적 감각으로 독창적 춤 창작에 몰두하고 있다. 현대 도시를 감각적 창작의 조소(鳥巢)로 삼아온 그녀의 안무작 『Who are you?(2002)』,『아스피린, 2002』,『화장하는 여자, 2008』,『길 위에 서다, 2009』,『붉은 의자 위의 꿈, 2010』, 『ㅋㅋ…….? ㅎㅎ...!, 2011』,『묻지마 그대, 2011』등이 이를 입증한다.
동시대적 감각으로 작품세계를 구축해온 최효진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Who are you?』,『아스피린』,『화장하는 여자』,『길 위에 서다』의 세련된 감각적 도시 이미지는 2010년대에 넘어와서도 동맥 선상에 있다. 그녀의 춤은 언제나 주변의 심각함을 추스르며 이해하며 희망을 이야기 하고 있다. 그녀의 안무작들은 반드시 오고야말 봄처럼 만개할 최효진 춤의 유쾌한 서막이다.

『묻지마 그대』는 ‘사랑의 표현방식’이란 테마로 희극적 로봇 몸짓으로 시작, 춤의 희극성, 크로스오버의 묘미를 보여줌과 동시에 관객과의 소통을 시도, 춤 내러티브 속에 테크닉과 채색을 보태고 젊은이들의 춤으로 기성과 청소년과 차별되는 춤을 보여준다. 복잡한 현대문명 속을 전쟁처럼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사랑과 사랑에 대한 전망을 진단한다. 춤연기자들의 완벽한 호흡과 알찬 연기가 돋보인 작품이다.

사람의 마음처럼 의자는 위치가 바뀌며, 변신을 거듭하지만 마음의 떼처럼 핏빛 정열과 지고지순을 부모처럼 의지한 채, 내면의 양면과 싸워가는 여인의 길 위에는 일탈의 유혹과 낭만적 서사가 붉은 숲 너머에 존치되어 있다. 사랑을 갈구하는 여인위로 빗줄기가 떨어지고 냉정을 찾은 그녀는 자신을 찾는다.
몸으로 생각하는 만춘의 최효진, 무브먼트를 통한 이미지화와 도시 서사화를 위한 그녀의 춤 이야기는 가시적 비주얼을 사용, 늘 전위적 긴장감과 주제의식에 대한 밀착감을 불러왔다. 좌절을 통한 깊은 내적 성찰, 자신이 찾아낸 감각적 오브제에 ‘형상 입히기’는 일반적 생각과는 달리 깔끔하고 희망적 몸짓이 가득하다.

그녀는 시적 감수성을 춤에 대입하고 현대를 전통으로 만들어 버린다. 그녀의 춤은 표현이 간결하고, 사회 현상을 환기시키며, 연상적이다. 그녀는 지금 이 도시에 일어나고 있는 모든 현상들을 다 포집하고 싶은 욕망으로 격정적 공간을 창출하고 관습적 가치들을 재고찰하며 몸 칸 원고지를 매일 채워나가고 있다.
의미전달 매체로서 춤을 인식한 그녀의 춤 미학의 현대성 속에 구성, 템포, 현대 도시 감각 살리기, 비주얼 등은 몸의 아름다움을 자연스럽게 드러내면서 ‘춤 즐기기’ 운동을 본격 시도하고 있다. 무관심, 우연, 복잡한 일상, 유혹, 동행, 욕망, 소통, 사랑에 걸친 그녀의 독창적 춤 접근방식에서 관객들은 새로운 가능성을 엿보게 된다.

그녀의 춤은 토양을 비옥하게 하는 퇴비이며, 과일의 맛과 향을 침화(沈化)시키는 빛과 같다. 리듬감을 살려 미학적인 원리들을 찾아가는 그녀의 안무작들은 말없는 대사와 침묵만으로도 지속적 생명력을 얻어가고 있다. 최효진의 캔버스에 담긴 역동적 춤 형식과 수사학은 보이는 것 자체 너머의 담론을 창출하고 가변의 춤이 갖고 있는 가능성을 역설한다.
그녀는 유아의 창의성 개발을 위한 무용 학습, 초등학생의 무용 즐거움 개발과 타당화, 여고생의 유능감 지각이 무용흥미에 미치는 영향, 대학생의 무용 즐거움 자원과 저해자원 탐색, 무용수업의 과정과 결과로서 즐거움 자원의 탐색, 무용수업 만족 개념구조 검증, 무용교사의 피드백과 학습환경 및 수업흥미간 관계 등 무용교육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다.

/장석용 문화비평가(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
■ 최효진(안무가, 한양대 겸임교수) 약력
고려대 연구교수
한국예술교육학회 이사
한국무용학회 이사
한국무용연합회 이사
최효진 무용학원 대표
한국문화예술교육총연합회 이사
밀물예술진흥원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