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이코노믹=차완용기자] 국내 최대 할인점인 이마트가 정부와 정치권의 규제로 신규 출점이 막히자 결국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그동안 이마트는 지역상권들의 반발을 의식해 쉬쉬하면서도 국내 출점을 감행했지만 이마저도 규제에 막히게 됐다. 또한 중ㆍ소규모 슈퍼마켓에 상품을 공급해 주는 방식으로 편법 확대해 여론으로 부터 질타를 받았다.
2일 이마트에 따르면 지난 달 29일부터 홍콩의 슈퍼마켓 체인 ‘파크앤샵(PARKnSHOP)’ 매장 60여 곳에 자체브랜드 제품 35종을 납품한다고 밝혔다.
이마트가 국내가 아닌 해외에 자체브랜드 제품을 납품하는 데는 깊은 고민이 담겨있다. 더 이상 국내에서는 어떠한 편법으로도 수익구조를 만들어 내기가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지난달 24일부터 대형마트·기업형슈퍼마켓(SSM)은 신규 출점이나 기존 매장의 면적 확장(기존보다 10% 확장)시 해당 지방자치단체에 상권영향평가서와 지역협력계획서를 의무적으로 제출해야 한다. 이번 제도는 올 초 개정된 ‘유통산업발전법(유통법)’에 따라 처음 시행된다.
상권영향평가서에는 사업개요와 상권영향 분석 범위, 인구통계 현황, 기존 사업자 현황, 상권특성 분석 등의 내용을 의무적으로 담아야 한다.
대형마트 업계는 그동안 상권영향평가서가 사실상 대형마트의 신규 출점을 가로막는 빌미가 될 것을 우려해 왔다. 관련 서류가 미흡하다는 이유로 지자체가 허가를 미룰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이마트는 1년전 골목상권을 살리겠다며 정부가 추진한 유통법이 시행되면서 사실상 신규 출점이 어려워지자 기업형 슈퍼마켓(SSM)이 중ㆍ소규모 슈퍼마켓에 상품을 공급해 주는 방식으로 편법 확대를 통한 이익을 창출했다.
이마트는 규제 대상인 직영 대신 기존 마트 개인 사업자와 상품 공급 계약을 맺는 이른 바 ‘상품공급점’ 방식으로 관련법 규제를 교묘하게 회피한 것이다.
상품공급점은 대형유통업체가 발주부터 상품 판매까지 전담하는 일반적인 SSM과 달리 기존 업주가 영업권을 갖고 물건을 판매하는 대신 일정액의 월 회비를 내거나 일정금액 이상 발주해야 하는 가맹점을 말한다.
문제는 상품종류나 상품가격, 결제전산처리 등에서 사실상 SSM과 다를 바가 없지만 상품공급점의 경우 관련법상 규제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점이다. 지난 2010년 개정된 유통법에서는 점포 운영에 참여하는 자영업자 지분이 51% 이상인 경우 SSM에 해당되지 않아 전통시장 보존구역 내 출점규제나 영업시간 제한, 의무휴업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이를 악용해 이마트 에브리데이는 그동안 상품공급점을 운영중인 대형유통업체들은 아무런 제한 없이 해당 업체 상호를 단 가맹점이 골목 곳곳에 확대해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만들어 놓았다.
올해 1월에만 김포 H마트, 용인 K마트 등 4∼5곳의 기존 마트가 이마트 에브리데이와의 계약을 통해 신규 출점하기도 했으며, 지난 3월 안양 남부시장과 인접한 곳에서 상품공급점이 개점해 지역 상인들의 거센 반발을 샀다.
더욱이 대형유통업체가 소형 슈퍼마켓의 유통을 전담하면서 거래처가 사라진 도매업체들의 피해까지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현재 ‘이마트 에브리데이’는 운영 중인 상품공급점 숫자를 공개하지 않고 있으나 전국적으로 약 150여 곳이 성업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마트의 상품공급 해외 진출과 관련해 일부 관련 업종 관계자들은 환영의 뜻을 나타내고 있다.
서울지역의 한 도매업체 관계자는 “(이마트가)좁아터진 국내에서 이제는 발을 뺐으면 좋겠다”며 “그동안 경기도 안 좋아서 정말 입에 풀칠하기도 힘든데 하루가 멀다 하고 거래처를 대형마트들이 다 뺐어가 굶어죽기 직전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에 이마트만이 아닌 롯데마트나 홈플러스 등 국내 악덕 대형마트들이 전부 해외에 나갔으면 좋겠다”고 목소리를 높혔다.
전국유통상인연합회의 한 관계자도 “과포화상태인 대형마트와 SSM은 지금도 전국 곳곳에서 틈만 나면 무분별한 개점을 강행하고 있으며, ‘유통법’ 발의 이후 대형마트의 막강한 상품물류체계를 이용한 이마트 에브리데이 같은 변종 SSM인 ‘상품공급점’을 공격적으로 출점시켜 국내 유통구조가 무너질 위기다”며 “이번 이마트의 해외 진출을 발판삼아 좁아터진 국내보다는 넓은 해외에 국내 제품을 유통시켜 국위선양도 하고 이익도 창출했으면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