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가 필요한 사람들> 일본 영화 시리즈 ③늑대아이
[글로벌이코노믹=홍이 자유기고가] <이 영화가 필요한 사람들> 코너는 수익성을 기준으로 영화를 바라보는 상업적 잣대와 일반 대중이 공감하기엔 다소 무겁고 거리감이 있는 평론적 잣대, 그 사이를 지향합니다. 영화 속에 숨겨져 있는 키워드를 발견하고, 그 영화가 진정으로 필요한 보통 사람들을 재조명하는 글을 남기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제 목: 늑대아이 (おおかみこどもの雨と雪, Wolf Children, 2012)
개 봉: 2012. 09. 13
감 독: 호소다 마모루
주 연: 미야자키 아오이(하나 목소리), 오사와 타카오(늑대인간 목소리),
쿠로키 하루(유키 목소리), 니시이 유키토(아메 목소리)
상영시간: 117분
‘늑대 인간’라는 소재는 지금껏 영화 속에서 불가사의한 능력을 지닌 존재, 혹은 이루어 질 수 없는 슬픈 사랑의 대상으로서 자리매김 해왔다. 또한, 서양 문화권에서는 정의로운 초능력자(‘엑스멘’, ‘울버린’ 등), 남성미 넘치는 수호신(‘트와일라잇’) 등과 같이 호러, 판타지 장르 등의 오락 영화 속에서 주로 캐릭터의 변주가 이어져 왔다.


1) 이 영화가 필요한 보통 사람들
-유형 1. 나 혼자만 알고 있는, 내 연인의 비밀을 간직하고 있는 사람들
등록금은 장학금으로, 생활비는 아르바이트로 해결하며 누구보다 열심히 대학 생활을 해 나가던 ‘하나’. 대학 강의실에서 처음 만나 그녀가 푹 빠지고 말았던 ‘그’는, 늘어진 티셔츠에 매번 무언가 쓸쓸한 느낌을 풍겼다. 급속도로 가까워진 둘은 매일같이 함께 시간을 보내지만, ‘그’는 ‘하나’에게 무언가를 털어놓을 기회를 엿보며 좀처럼 거리감을 없애지 못했다. 둘의 사이가 무르익고 함께 늦은 밤을 지새우던 날, ‘그’는 ‘하나’에게 보여줄 것이 있다며 사람들의 눈길이 쉽게 닿지 않는 산 속으로 그녀를 이끌었다. 그리고, ‘그’는 쉽게 털어놓을 수 없는 자신의 비밀을 고백하며, ‘하나’에게 늑대로 변하는 자신의 모습을 숨김없이 보여주고야 만다.

“하나도 안 무서워. 너니까…”
- 늑대로 변한 자신이 무섭지 않냐는 ‘그’의 물음에 ‘하나’ -

‘하나’의 늑대 인간 남편은 어느 날 밤 동네 강가 어귀에서 시체로 발견되고, 그녀는 시시때때로 인간과 늑대를 오가는 두 아이를 홀로 길러내야 하는 어려운 길에 올라 타게 된다.

자신이 선택한 사랑에 대한 책임과 끝을 알 수 없는 모성애를 기반으로 한 그녀의 헌신은, 직장 생활을 병행하며 ‘슈퍼 우먼’이 되기를 강요받는 현대 여성들의 완전한 공감을 사기에 다소 무리가 따르는 것이 사실. 영화는 서툴지만 두 자녀를 위해 자신의 노력을 기꺼이 바치는 ‘하나’의 모습을 비추며, 엄마로서의 삶의 무게와 의미가 얼마나 무거운 것인지, 또한 그렇게 얻게 되는 행복이 얼마나 값진 것인지를 그리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학교에서 여느 또래 아이들과 어울리고 공부하고 싶다며 떼를 쓰는 첫째 딸 ‘유키’는 발랄한 에너지를 주체하지 못하며 늘 소란을 피운다. ‘유키’는 같은 반 전학 온 소년에게 설레는 감정을 느끼기 시작하며 다시는 사람들 앞에서 늑대로 변하지 않으리라 다짐하게 되고, 점점 다소곳한 숙녀의 모습을 갖추어 나간다.
반면, 어려서부터 유약해 ‘하나’에게 더 많은 마음을 쓰게 했던 둘째 아들 ‘아메’는 좀처럼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커 나갈수록 혼자 숲 속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만 간다. 학교보다 숲으로 발길을 돌렸던 날들이 더 많았던 ‘아메’는 오랫동안 마을의 숲을 지켜왔던 늑대를 ‘스승님’이라 따르며 자연의 광활함과 위대함에 눈을 뜨게 된다. 예전에는 볼 수 없었던 ‘유메’의 활기찬 모습에 ‘하나’는 놀라움과 막연한 두려움을 동시에 느끼게 된다.

“아메, 엄마는 아직 너에게 아무것도 해준게 없어.’
-거친 숲 속으로 자신의 곁을 떠나려는 아들에게 ‘하나’ -
사랑을 지켜내기 위해 숨겨야 했던 비밀은 자식의 탄생이라는 결실로 이어졌다. 이는, ‘하나’에게 서툴고 고된 부모의 역할을 해내는 와중에 막중한 인생의 책임감마저 요구했다. 그리고 어느덧, 젊음을 바쳐 키워낸 아이들은 그들만의 인생을 위해 떠나겠다며 담담한 표정으로 ‘하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거친 세상 밖으로 자식을 내보내야 하는 부모의 마음이 모두 이와 같을까. 앞으로 ‘하나’가 더 해줄 수 있는 것은 ‘어디서든 건강해야 한다’는 간절한 걱정과 기도뿐이리라. 그렇게 ‘하나’는 둘째 아들 ‘아메’를 숲 속으로 떠나 보냈고, ‘아메’는 산 꼭대기에 우뚝 서 온 마을에 울려 퍼지도록 늑대 울음 소리를 흘리며 늠름하게 ‘하나’를 내려다 보았다. 그 것은 온전히 새로운, 또 하나의 삶과 사랑이 비로소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
“정말 동화 속 이야기처럼 한 순간이었어.’
-자식들을 키워낸 지난 시간을 돌아보며 ‘하나’ -

1) [이 영화가 필요한 사람들] 일본영화 시리즈 ①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http://www.g-e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86281
2) [이 영화가 필요한 사람들] 일본영화 시리즈 ② 카모메 식당
http://www.g-enews.com/news/userArticleView_N.html?idxno=883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