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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 인간을 사랑한 한 소녀의 사랑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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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 인간을 사랑한 한 소녀의 사랑이야기

<이 영화가 필요한 사람들> 일본 영화 시리즈 ③늑대아이
[글로벌이코노믹=홍이 자유기고가] <이 영화가 필요한 사람들> 코너는 수익성을 기준으로 영화를 바라보는 상업적 잣대와 일반 대중이 공감하기엔 다소 무겁고 거리감이 있는 평론적 잣대, 그 사이를 지향합니다. 영화 속에 숨겨져 있는 키워드를 발견하고, 그 영화가 진정으로 필요한 보통 사람들을 재조명하는 글을 남기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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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늑대아이 (おおかみこどもの雨と雪, Wolf Children, 2012)
개 봉: 2012. 09. 13
감 독: 호소다 마모루
주 연: 미야자키 아오이(하나 목소리), 오사와 타카오(늑대인간 목소리),
쿠로키 하루(유키 목소리), 니시이 유키토(아메 목소리)
상영시간: 117분
※ 이 글은 영화의 상세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늑대 인간’라는 소재는 지금껏 영화 속에서 불가사의한 능력을 지닌 존재, 혹은 이루어 질 수 없는 슬픈 사랑의 대상으로서 자리매김 해왔다. 또한, 서양 문화권에서는 정의로운 초능력자(‘엑스멘’, ‘울버린’ 등), 남성미 넘치는 수호신(‘트와일라잇’) 등과 같이 호러, 판타지 장르 등의 오락 영화 속에서 주로 캐릭터의 변주가 이어져 왔다.

▲할리우드영화속늑대인간.‘더울버린’(좌),‘트와일라잇’(우)이미지 확대보기
▲할리우드영화속늑대인간.‘더울버린’(좌),‘트와일라잇’(우)
16세기 유럽의 마녀사냥과 역병에서 그 시초를 찾을 수 있을 만큼 이미 숱하게 ‘늑대 인간’에 대해 다뤄왔던 서양과는 다르게, 동양에서 이 지극히도 서구적인 소재를 다루기 시작한 것은 채 얼마 되지 않았으며, 그 방식은 다소 감성적이다. 국내 영화로서는 ‘12년 개봉한 ‘늑대 소년’(송중기, 이보영 주연)에서 본격적으로 ‘늑대 인간’을 주 소재로 다뤄냈으며, 소녀와 늑대 인간의 사랑 이야기로 당시 많은 인기를 끌었다.

▲‘늑대인간’을소재로한한국영화‘늑대인간’이미지 확대보기
▲‘늑대인간’을소재로한한국영화‘늑대인간’
[이 영화가 필요한 사람들]에서 세 번째로 소개하는 일본 영화 ‘늑대아이’는 늑대 인간을 사랑한 한 소녀의 사랑 이야기에서 더 나아가, 그 사랑이 만들어낸 자녀와 부모의 관계, 나를 제외한 타인에 대한 진정한 이해에 대해서 이야기 하는 일본 장편 애니메이션이다.

1) 이 영화가 필요한 보통 사람들
-유형 1. 나 혼자만 알고 있는, 내 연인의 비밀을 간직하고 있는 사람들
등록금은 장학금으로, 생활비는 아르바이트로 해결하며 누구보다 열심히 대학 생활을 해 나가던 ‘하나’. 대학 강의실에서 처음 만나 그녀가 푹 빠지고 말았던 ‘그’는, 늘어진 티셔츠에 매번 무언가 쓸쓸한 느낌을 풍겼다. 급속도로 가까워진 둘은 매일같이 함께 시간을 보내지만, ‘그’는 ‘하나’에게 무언가를 털어놓을 기회를 엿보며 좀처럼 거리감을 없애지 못했다. 둘의 사이가 무르익고 함께 늦은 밤을 지새우던 날, ‘그’는 ‘하나’에게 보여줄 것이 있다며 사람들의 눈길이 쉽게 닿지 않는 산 속으로 그녀를 이끌었다. 그리고, ‘그’는 쉽게 털어놓을 수 없는 자신의 비밀을 고백하며, ‘하나’에게 늑대로 변하는 자신의 모습을 숨김없이 보여주고야 만다.

▲‘하나’의앞에서늑대로변신하는‘그’이미지 확대보기
▲‘하나’의앞에서늑대로변신하는‘그’
이어 등장하는 ‘늑대 인간’과 ‘하나’의 하룻밤. 늑대 인간을 자신의 남자로서 받아들이는 ‘하나’의 모습은, 둘의 사랑 역시 난제 하나쯤은 있을 평범한 사랑의 한 종류에 불과한 듯 초연하면서도 대범하기까지 하다.인간과 동물의 성교를 묘사하며 논란이 되기도 했던 이 장면은, 이 영화가 여타의 아동용 애니메이션과는 분명히 다른 지점에 있음을 보여주는 동시에, 향후 영화 내 펼쳐질 험난한 그녀의 삶에 주체성과 큰 책임을 예고하고 있다.
“하나도 안 무서워. 너니까…”
- 늑대로 변한 자신이 무섭지 않냐는 ‘그’의 물음에 ‘하나’ -


▲늑대로변한‘그’와하룻밤을나누는‘하나’이미지 확대보기
▲늑대로변한‘그’와하룻밤을나누는‘하나’
- 유형 2. ‘엄마’가 되어가는 과정과 그 의미를 알고 싶은 사람들
‘하나’의 늑대 인간 남편은 어느 날 밤 동네 강가 어귀에서 시체로 발견되고, 그녀는 시시때때로 인간과 늑대를 오가는 두 아이를 홀로 길러내야 하는 어려운 길에 올라 타게 된다.

▲늑대로변해떼를쓰는첫째딸‘유키’이미지 확대보기
▲늑대로변해떼를쓰는첫째딸‘유키’
언제 늑대로 변할지 모르는 두 아이들을 키우기 위해 ‘하나’는, ‘집에서 동물을 키우는지 밤마다 울음소리가 난다’는 이웃의 의심을 뒤로한 채 외진 산 속 시골 마을로 들어가 폐가와 다름없는 곳에서 밭을 일구며 새로운 터전을 가꿔 나가기 시작한다. 집수리부터 텃밭 가꾸기 까지 모든 집안 일을 혼자 힘으로 해내며 두 아이, ‘유키’와 ‘아메’를 길러내는 ‘하나’. 그녀를 우습게 봤던 시골 어르신들도 어느덧 그녀의 든든한 후원군이 되어 시골 생활 적응에 크고 작은 도움을 건넨다.
자신이 선택한 사랑에 대한 책임과 끝을 알 수 없는 모성애를 기반으로 한 그녀의 헌신은, 직장 생활을 병행하며 ‘슈퍼 우먼’이 되기를 강요받는 현대 여성들의 완전한 공감을 사기에 다소 무리가 따르는 것이 사실. 영화는 서툴지만 두 자녀를 위해 자신의 노력을 기꺼이 바치는 ‘하나’의 모습을 비추며, 엄마로서의 삶의 무게와 의미가 얼마나 무거운 것인지, 또한 그렇게 얻게 되는 행복이 얼마나 값진 것인지를 그리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인생의전부를가진듯두아이를끌어안고눈속에파묻혀행복해하는‘하나’이미지 확대보기
▲인생의전부를가진듯두아이를끌어안고눈속에파묻혀행복해하는‘하나’
- 유형 3. 품에서 자식을 떠나 보내야 할 때를 준비하는 사람들
학교에서 여느 또래 아이들과 어울리고 공부하고 싶다며 떼를 쓰는 첫째 딸 ‘유키’는 발랄한 에너지를 주체하지 못하며 늘 소란을 피운다. ‘유키’는 같은 반 전학 온 소년에게 설레는 감정을 느끼기 시작하며 다시는 사람들 앞에서 늑대로 변하지 않으리라 다짐하게 되고, 점점 다소곳한 숙녀의 모습을 갖추어 나간다.
반면, 어려서부터 유약해 ‘하나’에게 더 많은 마음을 쓰게 했던 둘째 아들 ‘아메’는 좀처럼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커 나갈수록 혼자 숲 속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만 간다. 학교보다 숲으로 발길을 돌렸던 날들이 더 많았던 ‘아메’는 오랫동안 마을의 숲을 지켜왔던 늑대를 ‘스승님’이라 따르며 자연의 광활함과 위대함에 눈을 뜨게 된다. 예전에는 볼 수 없었던 ‘유메’의 활기찬 모습에 ‘하나’는 놀라움과 막연한 두려움을 동시에 느끼게 된다.

▲늑대본연의삶을경험하고기쁨을감추지못하는‘아메’이미지 확대보기
▲늑대본연의삶을경험하고기쁨을감추지못하는‘아메’
거친 폭우가 온 마을을 휩쓸던 날. ‘아메’는 ‘하나’의 간곡한 만류에도 불구하고, 결국 ‘스승님’과 함께 마을의 숲을 지키는 것이 자신이 가야 할 길임을 깨닫고 ‘하나’의 곁을 떠나고야 만다.

“아메, 엄마는 아직 너에게 아무것도 해준게 없어.’
-거친 숲 속으로 자신의 곁을 떠나려는 아들에게 ‘하나’ -
사랑을 지켜내기 위해 숨겨야 했던 비밀은 자식의 탄생이라는 결실로 이어졌다. 이는, ‘하나’에게 서툴고 고된 부모의 역할을 해내는 와중에 막중한 인생의 책임감마저 요구했다. 그리고 어느덧, 젊음을 바쳐 키워낸 아이들은 그들만의 인생을 위해 떠나겠다며 담담한 표정으로 ‘하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거친 세상 밖으로 자식을 내보내야 하는 부모의 마음이 모두 이와 같을까. 앞으로 ‘하나’가 더 해줄 수 있는 것은 ‘어디서든 건강해야 한다’는 간절한 걱정과 기도뿐이리라. 그렇게 ‘하나’는 둘째 아들 ‘아메’를 숲 속으로 떠나 보냈고, ‘아메’는 산 꼭대기에 우뚝 서 온 마을에 울려 퍼지도록 늑대 울음 소리를 흘리며 늠름하게 ‘하나’를 내려다 보았다. 그 것은 온전히 새로운, 또 하나의 삶과 사랑이 비로소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

“정말 동화 속 이야기처럼 한 순간이었어.’
-자식들을 키워낸 지난 시간을 돌아보며 ‘하나’ -


▲늠름한모습으로산꼭대기에올라서‘하나’를내려보는‘유메’이미지 확대보기
▲늠름한모습으로산꼭대기에올라서‘하나’를내려보는‘유메’
대한민국 보통 사람을 자처하는 자유기고가 ‘홍이’ (블로그 주소: http://blog.naver.com/elliot2002)
1) [이 영화가 필요한 사람들] 일본영화 시리즈 ①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http://www.g-e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86281

2) [이 영화가 필요한 사람들] 일본영화 시리즈 ② 카모메 식당

http://www.g-enews.com/news/userArticleView_N.html?idxno=883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