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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따뜻한 독서편지(701)] 어린왕자가 어른이 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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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따뜻한 독서편지(701)] 어린왕자가 어른이 되는 법

[글로벌이코노믹 노정용 기자] ‘하늘을 나는 문학가’라 불리는 프랑스 작가 생텍쥐페리(1900~1944)의 직업은 비행기 조종사였다. 그는 호기심이 풍부해, 늘 새로운 항로를 개척하는 모험을 감행했으며, 리비아 사막에 불시착해 신기루와 오아시스를 체험하며 생사를 넘나드는 혹독한 고생을 하기도 하였다. 그는 하늘에서 세상을 바라보고, 죽음의 문턱 앞에서 느꼈던 인생에 대한 깨달음을 마지막 작품인 '어린왕자'에 오롯이 담아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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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의 줄거리는 간단하다. 어린왕자의 세상은 소행성 B612가 전부였다. 그 곳에서 피어난 장미꽃을 돌보다가 장미의 까다로운 성격에 지친 어린왕자는 다른 별로 여행을 떠나게 된다. 그가 7개의 별을 여행하며, 왕, 허영쟁이, 술꾼, 사업가, 가로등지기, 학자, 여우를 만나게 된다. 왕은 인간관계를 상하관계로 치환하며, 명령을 내리기 좋아하는 권력형 인간형이고, 허영쟁이는 어린왕자에게 무조건 박수갈채를 보내달라고 요구하는 자기과시형 인간형을 의미한다.

술꾼은 술을 마시며 자기위안만 일삼는 자포자기형 인간형을 말한다. 사업가는 금고에 저장할 별들의 숫자를 세느라 정작 별들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여유가 없는 속물근성의 인간형을 말한다. 하루 종일 1분마다 가로등을 켜고 끄는 가로등 점등원은 목적의식을 상실한 채 기계적으로 일하는 인간형이다. 지리학자는 한번도 여행을 떠나지 않으며 지식에 집착하는 상아탑 속에 갇힌 학자이다.

이들은 분명 자신만의 방식으로 열심히 살아가고 있지만 타인과 진정한 관계를 맺지 못한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이 사회를 살아가는 어른들의 자화상이기도 하다. 어린왕자는 이들과 만나면서, 끝없는 호기심으로 질문을 하였다. 질문을 통해 이들의 삶을 이해하려 하지만 결국은 '어른들은 이상해.'라며 기존 어른들의 삶에 편입되기를 거부하였다. 그리고, 마지막 별, 지구에서 현자 여우와의 만남을 통해 소중한 깨달음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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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네가 길들인 것에 대해 언제까지나 책임을 져야 하는 거야. 넌 네 장미에 대해 책임이 있어."(p.90)

진정한 사랑과 우정을 완성하는 데는 '책임'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은 어린왕자는 자신의 별로 돌아가려 한다. 어린왕자는 기꺼이 책임지는 삶을 감내하면서 성숙한 어른이 되어가려 한다. 수업시간, 청소년들에게 어떤 어른이 되고 싶니? 라고 물으니, 위 6명의 어른처럼은 되지 않겠다고 말문을 연다. 그렇다면, 너희들이 어린왕자처럼 불합리한 기존 세계에 질문을 던지는 용기를 갖고, 눈에 보이지 않는 사랑과 우정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며, 기꺼이 책임지는 삶을 살아가기를 뜨겁게 응원해본다.
박세화 (사)전국독서새물결모임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