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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리뷰] 제30회 한국무용제전 결산…한국창작무용의 새 출발 알린 진전의 조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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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리뷰] 제30회 한국무용제전 결산…한국창작무용의 새 출발 알린 진전의 조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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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화 무용단
한국춤협회(이사장 백현순 한체대 교수)가 주최한 제30회 한국무용제전이 막을 내렸다. 지난 4월 13일부터 23일까지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과 대학로예술극장 3관에서 ‘제(祭)·례(禮)’라는 주제 아래 오후 8시에 공연된 춤은 축하공연, 경쟁부문, 비경쟁 부문으로 나누어 진행되었다. 작품 선정과 구성, 의전, 통역, 자료보존, 리허설에 이르는 전 과정은 무난하였다.

총 25팀의 열기로 빚은 무용제전은 개막작으로 임학선(문묘일무 제1호 이수자)의 제례악에 맞춘 『문묘일무』를 시작으로 임관규의 판소리의 득음과정을 맑은 마음에 비유한 『청, Purity』, 강릉단오제의 정씨설화를 바탕으로 한 윤덕경의 『해를 마시다, Drinking the Sun』, 밝음의 힘으로 세상을 이롭게 한다는 김매자의 『光(광) 중에서, In Shining Light』가 공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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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일 무용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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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덕경 무용단
구 그루지야의 조지아무용단은 테무르 비빌레이슈빌리 안무로 우리 춤 사이에 산악지역의 강한 민족을 묘사한 『모케우리』와 사냥일화에 기반을 둔 『자이라니』, 결혼식과 유사한 커플 춤 『아자루리』와 전승기념춤 『코루미』, 아름자운 자연을 배경으로한 『라후리』와 건장한 사내들의 겨루기를 바탕으로 한 『음티우루리』 민속춤을 열정적으로 선보여 열광적 환호를 받았다.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는 평균 30여분 공연시간의 작품들이 하루 두 편씩 격일로 공연되었다. 15일(금); 윤승혜무용단의 『빎, Praying』 황재섭무용단의 『트리 오브 라이프, Tree of Life』, 17일(일); 윤명화무용단의 『샤먼, Shaman』, 김승일무용단의 『모시아비, Parnassius Stubbendorfii), 20일(수); 윤수미무용단의 『2016 깃Ⅱ-소리 나지 않게 아프지 않게, Feather Ⅱ』, 정진한무용단의 『지곡(地哭), Unstoppable Crying』, 22일(금); 판댄스컴퍼니(이미영 안무)의 『바람 바람 바람, Wind Wind Wind), Han댄스프로젝트(한효림 안무)의 『뿔난 바다-우베(宇部)의 기억, Furious Sea-Memory on Ube』를 각각 무대에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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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명화 무용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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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수미 무용단
윤명화 안무의 『샤먼』은 무용제전의 최우수작품상 수상작으로써 작품 제목에서 내용을 감지해 낼 수 있다. 이 작품은 집중을 위한 들뜸에서 다양한 사운드의 활용, 연주와 구음이 섞인 노래 등으로 여린 서정의 틈새를 파고든다. 이 작품은 우리 춤의 현대화를 추구하면서 겹겹이 쌓인 ‘샤먼’의 ‘무’, ‘무’, ‘무’(‘巫’, ‘舞’, ‘無’)를 씬으로 구성, 샤머니즘의 본질을 현대적 감각과 체계적 틀에 담아 망자와 남겨진 자의 상처를 치유해내는 창작무용의 정형을 보여주었다.

황재섭 안무의 『트리 오브 라이프』는 우수작품상 수상작으로써 이 시대의 안무가들이 표리부동과 변절의 시대에 생각해 볼 수 있는 창의적 아이디어로 무용제전의 주제에 맞게 제례에 걸린 자신의 삶의 뿌리를 찾아간다. 이 작품은 우리 염원의 대상, 그 오브제의 다양성에서 오는 이기적 혼란을 남겨진 자들(후손)과 같이 성찰하게끔 한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처리된 사운드와 빛의 사용, 들뜨지 않고 주제에 밀착한 심도 있는 연기는 작은 울림을 연출하였다.

이미영 무용단이미지 확대보기
이미영 무용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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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영 무용단
소극장 대학로예술극장 3관에서는 한 작품에 이틀씩 창작무용 공연으로 13일(수)~14일(목); 김지혜 안무의 『타는-재(在), Burning Ashes』, 강선미 안무의 『회색 날라리, A wobbler delinquent』, 윤지예 안무의 『설·화·공, Snow·Flower·Coexistence』, 16일(토)~17일(일); 정주이 안무의 『벌거벗은 임금님, King Naked 』, 박지선 안무의 『너와 나의 이야기, Story between You and Me』, 백미진 안무의 『향혼(香魂)―춘향...봄향기를...그리다...(Lady’s Faithful Soul-Missing Chunhyang and fine spring day』, 20일(수)~21(목); 변상아 안무의 『십장생도, Vacuum Times(Sipjjangsaengdo)』, 이주리 안무의 『허(虛), Futility)』, 이진영 안무의 『안녕이라 하지 마오, Never say Goodbye』가 자신들의 개성을 드러내었다.

소극장에서 공연된 작품 중 최우수작품 안무가에게는 신진안무가상을 수상하였는데, 『안녕이라 하지마오』를 안무한 이진영(서울시립무용단 단원)에게 수상의 영광이 돌아갔다. 이 작품은 티벳의 장례의례인 ‘천장’을 모티브로 한다. 비교적 긴 의식을 축약한 허수아비, 항아리에 담긴 재, 얼굴을 가린 두건 등의 상징, 반복적인 의식의 동작, 죽음에 대한 각 종파의 인터뷰 등의 영상 등 연구적 태도를 보인 작품은 젊은 안무가의 독창적 발상이 돋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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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관규 무용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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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학선 무용단
개폐막 공연에 초청해온 한국무용제전을 통한 국제문화교류사업,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열린 폐막식 공연에는 홍콩무용단(Hong Kong Dance Company)의 양운도(Yang Yuntao) 안무의 『양산백과 축영대, The butterfly Lovers』는 항저우를 배경으로 한 이루지 못한 남녀 간 러브 스토리, 다양하게 변주된 이 작품은 이번 한국 공연에서 벤치 춤이라 할 정도로 벤치를 이용해 모던하게 남녀 간의 감정의 흐름을 잘 표현해내었다. 한국 초청작은 작년 최우수상작인 김기화 무용단의 독도를 소재로 한 『독도며느리』 이었다. 의상으로 표현된 독도와 일본, 침탈의 야욕과 수호에 얽힌 상징적 묘사는 독도에 대한 현재적 상황을 역동적으로 만들었다.
중국 후난성(湖南省) 최초의 현대무용단 ‘창더무용단’(常德 田園舞蹈構想, Changde Modern Dance Company)은 『중독의 기록』, 『미아오 수고무(水鼓舞) 견습생』 등 신체를 통한 목가풍의 작품들을 창작해오고 있다. 우보(Wu Bo) 안무의 『이주자들, Migrants』은 철새들의 대이동을 담은 영상, 세기(細技)가 돋보이는 역무, 동화적 분위가 감도는 음악 등으로 철새들의 애환을 인간의 고뇌와 인생에 결부시킨다. 창단 일 년을 맞이하는 창더무용단의 패기와 열정은 새로운 30년을 맞이하는 무용제전의 새로운 에너지 충전으로 비춰졌다.

조지아 무용단이미지 확대보기
조지아 무용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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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무용단
1985년 한국무용연구회(2013년 한국춤협회로 개칭)에서 출범한 한국무용제전은 전통춤의 재해석, 재창조를 통해 현대화를 추구하는 한국 창작춤 축제이다. ‘국제무용의 날’(4월 29일)을 기념하기 위해 개최되는 이 제전은 해마다 주제를 정해 작품들을 올리고 있다. 처용무, 가곡, 영산재 작법, 아리랑, 강강술래등 ‘유네스코 지정 인류무형문화유산’을 주제로 삼기도 했다.

10개 단체가 참가한 제1회 제전의 주제는 ‘우리 옛 춤’이었으며. 이 후 현대무용, 발레로 재해석된 장르 확장, 참가국 다변화, 지방분산 개최, 참가 작품 증가 등의 변화가 있었다. 한국춤협회는 한국무용의 과거와 현재를 잇는 고리 역할을 해왔다. 2014년에는 ‘아시아는 하나다’라는 슬로건 아래 아시아의 창작춤 단체들과 함께하는 ‘글로벌 아트춤 축제’로 전환했다.

한효림의 댄스프로젝트이미지 확대보기
한효림의 댄스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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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무용단
황재섭 무용단이미지 확대보기
황재섭 무용단
열흘에 걸친 한국무용제전 출품작 전 작품은 대극장 16작품(이 중 경연작 8편), 소극장 9작품이었다. 주제에 따른 작인(作因)을 벗어난 작품도 있었지만, 대체로 주제에 맞춘 작품들은 이 제전의 역사성을 간과한 빈약한 지원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문화원형을 써내는 진지함, 그 한가운데에 있었다. 춤판에서 보낸 열흘은 참가자나 감상자 모두에게 집중을 요구하고 있었다.
2016년 제30회 한국무용제전은 우선 이전에 비해 작품에 임하는 안무가들의 열정과 진지함 뿐 만 아니라 작품의 질적 수준의 향상을 들 수 있다. 작품 구성의 독창성과 수준 높은 기량, 타 장르와의 슬기로운 어울림은 작품의 수준을 끌어 올리고, 우리 춤의 향방을 고려한 고민이 들어가 있었다. 제전의 격상을 위한 외부의 간섭 배제도 인상적이었다. 이 제전이 보다 낳은 환경에서 치러져, 많은 국내외 우수작들이 창작, 수용될 수 있기를 바란다.
장석용 글로벌이코노믹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