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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분명히 재래시장 입구로 들어왔는데"… 노브랜드 상생스토어 경동시장점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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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분명히 재래시장 입구로 들어왔는데"… 노브랜드 상생스토어 경동시장점 가보니

노브랜드 상생스토어 경동시장점은 축축하고 앉을 곳 없는 여느 시장과 달랐다. 사진=김형수 수습기자이미지 확대보기
노브랜드 상생스토어 경동시장점은 축축하고 앉을 곳 없는 여느 시장과 달랐다. 사진=김형수 수습기자
[글로벌이코노믹 김형수 수습기자]
축축하고 울퉁불퉁한 바닥이 떠오르는 여느 전통시장과는 달랐다.

5일 오전 노브랜드 상생스토어 경동시장점을 찾았다. 이날 오픈한 노브랜드 상생스토어 경동시장점은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 신관 2층에 121평(400㎡) 규모로 자리한 신세계그룹의 전통시장 상생 스토어 5호점이다. 이른 아침부터 비가 내렸음에도 물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평평한 바닥이 눈에 띄었다. 이날 한시간 가량 매장을 돌아본 결과 나이 지긋한 손님도 있었지만 매장을 구경하는 젊은 손님과도 종종 마주쳤다.

추억 속 시장의 모습 그대로인 경동시장과 세련된 상생스토어가 이룬 대조가 젊은 고객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카페숲’과 ‘작은 도서관’으로 이뤄진 너른 라운지(83평 규모)는 홍대나 강남에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책장은 동대문구가 기증한 책 2000여권으로 채워졌다. 재래시장 분위기가 익숙하지 않은 젊은층이나 외국인에게도 낯설지 않을 법했다. 미국인 오헤어 씨는 “바깥에서는 한국의 전통을, 이곳 카페에서는 한국의 현대를 느낄 수 있어 매우 흥미롭다”고 말했다. 오헤어 씨는 한국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는 유학생이다. 그의 말을 들은 후 다시 바라본 상생스토어 곳곳에는 한국의 문화를 담고 있으면서도 젊은층의 니즈를 충분히 반영한 이색 장소가 즐비했다.

상생스토어 매장 옆에 있는 카페 숲. 홍대나 강남에 있는 카페 못지 않게 세련됐다. 사진=김형수 수습기자이미지 확대보기
상생스토어 매장 옆에 있는 카페 숲. 홍대나 강남에 있는 카페 못지 않게 세련됐다. 사진=김형수 수습기자


카페를 지나니 어린이 희망 놀이터에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블록 놀이를 하고 볼풀에서 뒹구는 아이들의 뺨이 빨갛게 상기되어 있었다. 관계자는 일반 요금은 2시간에 5000원이지만 시장에서 물건을 구입한 영수증이 있다면 50% 할인을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 어린이희망놀이터는 젊은 주부 고객들을 끌어모으는 이마트의 '키 테넌트'다. 놀이터 효과로 쇼핑 체류시간을 늘릴 수 있다. 경동시장점에 앞서 이 어린이 희망 놀이터가 도입된 안성맞춤시장의 경우 희망놀이터 방문 고객이 일일 40~50명에 이를 정도다. 그 앞에는 열댓 명은 앉을 수 있을 듯한 테이블 두 개와 의자가 놓인 쉼터가 있었다.

이곳은 공간 컨텐츠 외에 제품 구성 면에서도 익숙함과 새로움이 공존하고 있었다. 상생스토어 경동시장점은 냉동과일과 냉동육을 제외한 채소, 과일, 건어물, 수산물 등은 취급하지 않는다. 시장 사인들과 품목이 겹치치 않게 조율한 것이다. 분명히 전통시장 입구로 들어왔는데 대형마트에서나 보던 '노브랜드' 로고가 조금은 이질적이었지만 그 나름의 신선한 재미가 느껴지는 조합이었다. 전통시장과 대형마트의 컨텐츠가 적절히 조화되다보니, 기존 경동시장 점포에서는 찾기 힘들었던 물건을 살 수 있다는 장점도 와닿았다.

상생스토어에서 판매하는 상품은 경동시장 상인들이 취급하지 않는 공산품이나 생활용품이 주를 이뤘다. 사진=김형수 수습기자이미지 확대보기
상생스토어에서 판매하는 상품은 경동시장 상인들이 취급하지 않는 공산품이나 생활용품이 주를 이뤘다. 사진=김형수 수습기자


실제로 매장 앞쪽에 자리한 매대는 휴지와 주방 세제 등 생활용품과 주스, 과자 등의 공산품으로 채워져 있었다. 경동시장에 자주 들른다는 인근 주민은 “시장에 없는 물건이 있어 필요한 물건을 한 번에 살 수 있다는 점이 아주 좋다”고 전했다. 바구니에 보디로션을 담은 그는 헤어제품을 찾아 발걸음을 재촉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노브랜드 상생스토어가 소비자들을 본격적으로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전통시장의 공간적 약점 등을 개선할 필요성이 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인삼 매장을 운영하는 김유승 씨는 “엘리베이터나 에스컬레이터가 없어 사람들이 유모차를 끌거나 짐을 들고 2층까지 계단으로 움직이기가 어려울 것 같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주차공간도 아쉬움이 남는다. 배송 서비스가 없는 데다 주차장에는 181대밖에 안 들어간다. 2km가량 떨어진 이마트 청계천점 주차장은 자동차 1000대를 수용할 수 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커다란 쇼핑카트를 밀며 에스컬이터를 타고 위아래층을 오가며 카트를 채운 뒤, 구입한 물건을 트렁크에 실어 떠나는 편한 쇼핑을 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운전해서 상생스토어 경동시장점을 찾는다면 막히는 길 위에서 속절없이 시간을 보내야 할 수도 있다. 출퇴근 시간이 아닌 목요일(5일) 오후 세시 무렵임에도 ‘서울시 교통정보시스템’ 상의 경동시장 사거리와 인근 도로는 빨간색과 노란색 일색이었다. 이에 대해 이마트 관계자는 “오래된 건물이라 승객용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는 것이 설계상 쉽지가 않다. 주차장도 시장 여건상 넓히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김형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