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식사할 때의 전체 시간을 오감의 인식으로 구분해 보면 미각은 오감의 역할에서 맛을 인식하는 시간이 매우 짧다. 촉각이나 시각이 많고, 청각 또한 풍부하다. 후각은 초기에 강하게 작용하지만, 금세 적응되어 감동의 지속이 일어나기 어렵다. 그런데 미각은 맛의 여운이 길고 맛의 자극을 강하게 인식하는 과정을 통해서 맛의 대표로 인정받는다. 맛을 인식할 때는 초기의 터치되는 맛이 있고, 다섯 번 이상 씹을 때 침과 섞이면서 새로운 맛이 있다. 여기서 삼키기 직전의 맛은 새로운 맛으로 인식될 정도로 초기의 맛과는 상당한 변화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삼키고 나면 여운의 맛이 자리한다.
여운의 맛은 음식을 먹을 때 얼마나 맛있게 먹었는지에 따라서 여운의 길이가 결정된다. 맛을 인식할 때의 집중은 지금 당장의 맛의 깊이를 더해주기도 하지만, 그 맛의 감동이 몸 전체를 반응시키면서 여운의 맛으로 이어간다. 맛의 여운은 은근한 즐거움과 기쁨을 계속 이어지게 한다. 이러한 만족은 긍정적인 호르몬을 분비시키면서 행복한 시간을 만들어준다. 여운의 맛이 계속적으로 작용함에도 불구하고, 그 자체를 확인하지 않고, 무시하면 여운의 맛은 반응하지 않는다.
맛을 즐기는 순간의 만족도 중요하지만, 여운의 맛이 중요한 이유는 맛의 초기 감동 수준은 떨어지지만, 지속되는 시간이 30분~2시간까지 작용하기 때문이다. 또한 맛의 여운으로 인한 긍정적인 사고체가 작용한다. 몸에서의 반응뿐만 아니라, 마음 또한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맛의 위대함은 여운의 맛을 활용할 때 확인이 가능하다. 우리는 요리사가 만들어준 대로 맛을 즐기는 것에 습관화 되어 있지만, 그 맛을 즐길 때 노력을 더해서 집중이 더해진다면 여운의 맛을 길게 늘려줄 수 있다.
여운의 맛이 작용하는 순간에는 그 느낌이 주는 작은 감동이지만, 마음이 함께 하면서 부정적인 생각을 줄어들게 한다. 이러한 여운이 짧게 끝날 때도 있지만, 길게 이어질 때도 있다. 이러한 여운의 느낌은 맛의 역할이 만들어주는 보너스이다. 여운의 반응이 긍정적일 때 긍정적인 호르몬은 계속 생산해낸다. 이러한 과정을 즐기는 사람들은 대부분 미식가이다. 많은 사람들은 여운의 맛이라는 느낌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그 느낌이 미미해서 그 가치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맛이 주는 감동이 초기에 생성될 때는 강력한 자극으로 시작되지만, 중간의 저작이 진행될 때는 그 강도가 어느 정도 누그러드는데 삼키기 직전에는 더욱 가라앉아서 그 맛의 초기 느낌을 잊을 정도이다. 이러한 과정의 하나하나를 섬세하게 인식할 때 여운으로 느낌이 길어지는 데 그 느낌은 새로운 영역이 아니다. 여운의 맛은 이렇게 진행되고 있다. 여운의 맛은 인식하는 수준에 따라 감동을 경험으로 이어갈 수 있다. 오늘은 먹을 때 인식을 더욱 강하게 하면서 맛이 주는 감동의 함량을 맛의 여운으로 까지 이어지도록 즐겨보겠다.
조기형 맛 평가사('맛 평가론'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