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0여 년간 세계 축구계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리오넬 메시 등 양대 스타 위주로 돌아갔다. 지금도 현역으로 활약하는 이들이 그동안 새겨온 수많은 발자취를 바라보면서, 그들의 뒤를 이을 젊은 스타들을 갈망해왔다. 하지만 최근 오랫동안 축구 팬들이 찾던 해답이 비로소 우리 앞에 뚜렷이 떠올랐다.
한국시각 16일과 17일에 열린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 바르셀로나-파리 생제르맹전과 세비야-도르트문트전에서 유난히 빛을 발한 두 ‘괴물’이 아마 향후 10년의 축구계를 이끌 것으로 전망된다. 그들은 바로 팀을 승리로 이끈 파리 생제르맹(PSG)의 공격수 킬리안 음바페와 도르트문트의 엘링 홀란드다.
물론 오래전부터 이 두 ‘괴물’의 모습은 전 세계 축구 팬에 많은 충격을 주었다. 그러나 지난 이틀 동안 세계가 목격한 두 사람의 압권 퍼포먼스는 그동안 이어져온 호날두와 메시 시대로부터 바통을 받아내기 위한 ‘보증서’나 다름없는 모습이었다는 게 축구계의 평가다,
1998년생인 음바페는 현재 22세이며 2000년생인 홀란드는 현재 20세로 단순한 우연인지, 신의 은총인지, 마치 1985년생인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1987년생 리오넬 메시처럼 두 사람은 같은 두 살 차이다.
캄프 누에서 해트트릭을 성공시킨 음바페와 라몬 산체스 피스후안에서 멀티골을 결정한 홀란드는 각각의 플레이 스타일은 다르지만, 몇 가지 공통점을 지닌 현대적이고도 가까운 미래의 스트라이커라는 데는 더이상 의심의 여지가 없다.
■ 장래를 약속하는 천부적 재능의 소유자
우선 두 선수의 공통점으로 꼽히는 것이 장래가 약속된 듯한 그 출신과 타고난 재능이다. 음바페는 프랑스가 처음으로 월드컵 우승을 차지한 그해 디디에 데샹이 트로피를 안았던 스타드 드 프랑스 스타디움이 있는 아르상=드니 지구 본디에서 태어났다. 카메룬인 아버지의 직업은 축구코치였고 알제리인의 피를 이어받은 어머니는 핸드볼 선수 출신이다.
10세 무렵에는 복수 클럽의 스카우트 경쟁이 시작되는 한편, 13세에 선발 테스트에 합격해 수많은 명선수를 배출하는 육성의 명문 클레르 퐁텐에 입학했다. 입학 전에는 이미 리그 앙의 칸으로부터 하부조직 입단 약속을 받아냈다 (이후 칸이 강등되면서 백지화됐고 모나코에 입성).
한편 홀란드가 태어난 곳은 모국 노르웨이가 아닌 잉글랜드의 리즈였다. 아버지는 당시 프리미어리그에서 돌풍을 일으켰던 리즈 유나이티드의 전 노르웨이 대표 미드필더 알프 잉게 홀란드다. 아버지가 프로에 데뷔한 현지 노르웨이 브린 FK 아카데미에 입단한 것은 5세 때였다. 그리고 15세부터 늘 노르웨이 세대별 대표로 뛰는 특별한 선수였다.
각자의 출신과 재능이 뛰어난 이들은 그러나 자만하지 않고 진지하게 축구에만 집중했다. 음바페도 홀란드도 밤 놀이 등 그라운드 밖의 가십거리와는 인연이 없다는 점도 많이 닮았다. 이 같은 금욕주의적으로 축구를 하는 자세도 호날두나 메시와 공통된 부분이며 바통을 이어 받기에 적합한 인물상이다.
■ 지금도 계속 진화하고 있는 끝없는 가능성
그리고 또 하나의 중요한 공통점은 스피드, 체력, 기술 등 현대 축구에서 절대적으로 필요한 요소를 모두 갖추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그 모든 것이 이미 다른 차원의 차원에 있고, 더구나 지금도 아직 진화 중에 있다는 점도 공통된다. 아마 현시점에 있어 골 결정력에서는 홀란드가 웃돌 것이다. 반대로 볼 테크닉이나 플레이 자체의 다양성에서는 음바페가 우위에 있다는 평가다.
향후 두 사람은 어떠한 진화를 이루어 어떠한 형태로 역사를 새로 써 갈 것인가. 하긴 이미 월드컵 우승이라는 한정된 선수만 손에 넣을 수 있는 훈장을 가진 음바페와 달리 홀란드가 노르웨이 대표로 이를 이룰 가능성은 크지 않다. 그러나 클럽으로 한정한다면, 두 사람의 미래에는 무한한 가능성이 있으며 향후도 서로 절차탁마하면서 골을 양산해 챔피언스리그를 비롯한 수많은 타이틀을 손에 넣을 것만은 틀림없을 것이다.
현시점에서 음바페가 챔피언스리그에서 기록한 것은 24골. 반면 홀란드는 불과 13경기에서 18골로 모나코 시절 2016-17시즌 16강전에서 전 세계에 충격을 줬던 음바페보다 빠른 속도로 골을 양산하고 있다.
지난 10여 년간 세계는 호날두와 메시의 이차원 퍼포먼스에 심취해 왔다. 그리고 앞으로 10년은 음바페와 홀란드의 차원 밖의 플레이에 꿈을 꾸게 될 것이다. 해마다 고도로 치밀하게 진화하고 있는 축구의 전술 속에서도 그것을 무력화시키는 파괴적인 개개의 힘. 그것을 목격하는 기쁨은 축구 매력의 원점이기도 하다.
예전의 펠레나 마라도나처럼, 그리고 호날두나 메시처럼 이들 둘은 앞으로도 범인들은 결코 넘볼 수 없는 이차원적인 플레이로 세계에 놀라움과 감동을 안겨줄 것이다. 지금도 진화하고 있는 ‘괴물’ 두 사람의 일거수일투족은 그래서 단 한순간도 놓칠 수 없다. 되풀이해서 두 사람의 축구영웅을 스타디움에서 직접 볼 수 없는 현실이 유감스럽기 짝이 없다.
김경수 글로벌이코노믹 편집위원 ggs07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