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제분, 상표권 계약만료로 세븐브로이와 이별 선언…업계 반응 '냉랭'
IP 보유자와 제조사 간 줄다리기…양사간 냉기 흘러
IP 보유자와 제조사 간 줄다리기…양사간 냉기 흘러

컬래버 열풍 주역 ‘곰표밀맥주’가 시즌2로 돌아옵니다. 곰표밀맥주는 대한제분을 컬래버 ‘괴물’로 만든 장본인이죠. 시즌2는 기존에 협업을 이어온 세븐브로이 대신 제주맥주가 맡게 됐는데요. 이 때문에 유통업계에선 뒷말이 무성합니다. 엇갈린 시선이 존재하긴 하지만, 업계에선 세븐브로이가 뒤통수 아닌 뒤통수를 맞았다는 시선을 보냅니다.
상표권 계약이 지난 3월 말 종료되는 상황이긴 했지만, 유통업계에선 세븐브로이는 재계약으로 가닥을 잡았을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어 ‘배신’ 당했다는 해석이 지배적입니다. 익산에 300억원을 투자해 생산시설까지 증설해 곰표밀맥주 생산 캐파를 맞추려는 노력을 보여와서죠. 이로 봤을 때 세븐브로이는 계약 파행은 꿈도 못꿨을 것이란 분석입니다.
실제로 세븐브로이 전체 매출액 비중에서 곰표 브랜드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90%가 넘는 만큼, 다른 맥주 생산을 위한 결정으로 보긴 어렵다는 진단입니다.
특히 주류업계에선 세븐브로이의 뒤통수의 얼얼함에 공감하는 분위깁니다. 입찰에 뛰어든 경쟁자인 제주맥주는 상대가 ‘세븐브로이’라는 점을 알고 준비했기 때문인데요. 이와는 대조적으로 세븐브로이 측은 상대가 제주맥주인지 전혀 모르는 상태였다는 전언입니다.
물론, 이는 대한제분의 의도는 아닙니다. 이미 곰표밀맥주의 제조사가 ‘세븐브로이’라는 것은 업계라면 모를 수 없는 사실이라서죠. 주류업계 관계자는 “사실 업계가 워낙 좁아서 상대방이 예측 가능한 부분이 많아 세븐브로이 측에 불리한 게임이었다”면서 “맥주라는 특성상 사용하는 원자재 등이 뻔하고, 단가표를 비롯한 가격 경쟁력은 어느 정도 추측이 가능하다”고 귀띔했습니다.
특히 짧은 컬래버 역사 속 5800만캔을 팔아 치울 만큼의 ‘대작’은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어 유통업계에서도 고개를 갸웃합니다. 레트로 열풍에 대한제분의 곰표 마스코트 ‘표곰이’ 덕을 본 것은 사실이지만, 3년을 넘는 세월 동안 곰표밀맥주가 사랑받을 수 있었던 또 다른 이유는 ‘맛’ 때문이라는 것이 업계의 중론입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지금껏 이렇게까지 성공한 히트작은 손에 꼽을 정도인데 통상 제조사의 제조 노하우 때문에라도 재계약을 하기 마련”이라며 “제조사가 변해 맛이 달라지는 것은 사례는 극히 드물다”고 털어놨습니다.
업계에선 대한제분이 곰표밀맥주로 본 재미가 쏠쏠해지면서 계약 연장을 하지 않았을 것에 무게를 싣고 있습니다. 현재 대한제분은 곰표를 활용한 컬래버 제품만 30여 개를 내놓고 있는 상태인데요, 이를 통한 상표권 로열티가 두둑할 것이란 분석입니다. 때문에 업계에선 이번 사태를 컬래버 열풍의 어두운 이면으로도 해석합니다. IP 보유자의 줄다리기로 상품이 변경되는 초유의 사태이기 때문이죠.
업계 관계자는 “상표권으로 로열티를 받는 대한제분 입장에서는 손 안대고 코 푸는 격으로 브랜드 사용료를 받는 것이기 때문에 소득이 크지는 않더라도 효율적 수익”이라며 “사실상 시설에 투자하거나 제조하는 입장이 아니기 때문에 리스크가 없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일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 같은 해석에 대해 대한제분 측에서는 손사레를 쳤습니다. 대한제분 관계자는 “계약상 기밀에 해당돼 구체적으로 언급하긴 어렵지만, 상표권을 통하 수익이 크지 않다”며 “돈을 벌려고 했다면 로열티를 받지 않고 자체적 마케팅을 통한 사업을 했을 것”이라고 일축했습니다.
그럼에도 업계에선 의심을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습니다. 대한제분이 이번에 곰표밀맥주 제조사를 바꾸면서 CU 단독 판매에서 다른 유통 채널로 확대하기로 한 점과 지난해 3월 주주총회에서 주류 중개 및 판매업, 주정 제조 및 도매업을 정관에 사업 목적으로 추가했다는 점에서 향후 사업을 키우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고 입을 모읍니다.
이와 관련해서 대한제분 측은 “정관을 바꾸는 것은 어려운 게 아니기 때문에 미래를 대비해 추가해 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번에 곰표밀맥주를 시즌2로 선보이는 것은 더 많은 소비자가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즐거움’에 초점을 맞췄을 뿐”이라고 확대 해석에 대해 경계했습니다.
성공가도를 달리던 곰표밀맥주의 질주가 계속될지 여부는 지켜볼 일입니다. 소비자들이 ‘재미’를 택할지 ‘맛’을 택할지는 아직까지 불투명합니다. 세븐브로이는 곰 대신 호랑이 캐릭터로 새 옷을 입고 ‘대표밀맥주’라는 이름으로 대중 앞에 섭니다. 경쟁력은 단연 ‘맛’입니다. 대한제분은 ‘곰표’ 브랜드 철학과 스토리를 개성있게 담아내 승부수를 던질 예정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유행주기가 빠른 소비 시장에서 지난 3년간 브랜드 소구가 컸던 곰표가 얼마만큼의 성과를 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세븐브로이는 곰표밀맥주와 대표밀맥주와의 혼동을 어떻게 줄일 수 있을지가 관건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송수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sy1216@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