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퍼시픽·LF·LG생활건강·아이소이 등 가치소비 중시하는 젊은 세대 중심으로 확산

19일 뷰티업계에 따르면 컨셔스 뷰티는 화장품의 제조에서부터 제품 이후까지 전체 과정에서 환경 오염까지 최소화하는 과정을 거쳐 지구 환경까지 생각하는 등 가치소비의 흐름을 타고 인기를 얻고 있다. 이는 미용과 개인 관리에 대한 윤리적이고 지속 가능하며 총체적인 접근 방식을 말한다. 이 개념은 단순히 비용이나 편의성보다는 소비자의 가치와 윤리에 따라 제품을 선택하는 가치 기반 소비와 깊은 관련이 있다.
이를 바탕으로 업계에서는 환경 보호에 대한 중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으며 ‘예쁜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다양한 뷰티 아이템을 선보이면서 ‘그린어스 밸류체인’(Green Earth Value Chain·지구를 위한 친환경 가치사슬)을 만들어가는 중이다. 뷰티업계는 이에 발 맞춰 비건뷰티 제품을 출시하거나 친환경 패키지 개발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먼저 아모레퍼시픽은 ‘대자연과의 공존’을 내걸고 지속가능한 경영과 함께 지구를 생각하는 뷰티 제품을 선보였다. 환경문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그린얼라이언스’ 프로그램 등이 협력사까지 퍼졌고 종이 고정재 개발까지 이루어졌다. 플라스틱 고정재를 대체할 종이 고정재를 풍년그린텍과 함께 개발해 ‘프리메라 오가니언스 세트’에 적용했다.
지난 4월 ‘비레디’(B.READY)에서 ‘블루 수분 선크림’을 출시하며 블루 비건 라인을 선보였다. 비레디는 블루 수분 선크림 외에도 블루 비건 라인으로 블루 세범 파우더, 비건 페이셜 솝을 출시했다. 선크림은 해양 생태계 및 산호초 보호를 위해 유해성분을 배제한 리프 프렌들리(Reef Friendly) 제품이며 선크림을 포함한 블루 비건 라인은 동물성 원료를 배제한 비건 성분으로 구성해 한국비건인증원의 인증을 받았다. 제품 상자 역시 FSC(국제산림관리협의회) 인증 지류를 사용해 클린 뷰티를 실천하고 있다.
또 지난 5월 16일 공식 런칭한 맞춤형 메이크업 전문 브랜드 ‘톤워크’(TONEWORK)’도 맞춤형 화장품 중 최초로 한국비건인증원의 비건 인증을 받았으며 FSC(Forest Stewardship Council·산림관리협의회) 인증 지류와 재활용 플라스틱(PCR)을 활용해 지속 가능한 패키지를 적용했다.
이와 함께 아모레퍼시픽 저자극 더마 보습 브랜드 일리윤의 민감 피부를 위한 ‘세라마이드 더마 6.0 클렌징 워터 폼’도 동물성 원료를 배제한 비건 성분으로 구성해 한국비건인증원의 인증을 받았으며 민감 피부를 위한 7가지 피부 적합 테스트를 완료했다.

LF는 비건 뷰티 브랜드인 아떼(athe)를 앞세워 비건 화장품 분야에 2019년 10월부터 일찍이 발을 들였다. 아떼는 ‘비건 뷰티’, ‘클린 뷰티’ 트렌드의 확대와 맞물리며 연 평균 204%의 매출 신장률로 꾸준한 성장세를 기록 중이다. 올해 1분기 매출은 전년 대비 2배 가까이 급증했다.
아떼가 올해 들어 새롭게 내보인 전략은 ‘컨템포러리 비건 뷰티 브랜드’다. ‘컨템포러리’, 즉 현 시대를 읽고 사람들이 현재 공감할 만한 요소들을 계속해서 발굴해 내면서 최신 유행의 흐름과도 맥락을 같이 한다는 의미다. 아떼를 담당하고 있는 LF의 코스메틱 기획팀은 비건 성분 연구는 물론이고 신제품 개발, 생산, 패키지 디자인, 마케팅까지 모두 전 팀원이 함께 뛰어들어 브랜드를 전개 중이다.
‘패셔너블한 비건’, ‘개성 있는 비건’의 대표 사례가 아떼 ‘립밤’의 디자인 차별화다. 립밤 용기 부분에 핸들을 디자인해, 이 핸들에는 다양한 액세서리(키링, 리본 등)를 커스터마이징하며 ‘나만의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 유니크한 패션 아이템으로 활용할 수 있다. 이처럼 독특한 디자인으로 아떼 립밤은 MZ세대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며 카카오톡 선물하기 내 판매 1위를 기록하는 등 1000여건이 넘는 누적 후기와 함께 꾸준히 고객 호응이 높은 스테디셀러다.
올 한해 ‘아떼’는 △뷰티 트렌드를 선도하는 감각적인 신제품 출시 △MZ세대와의 접점을 늘리기 위한 유통망 확대 △진정성 있는 비건 뷰티 메시지를 알리기 위한 지구보호 활동 전개 등을 앞세워 ‘컨템포러리 비건 뷰티 브랜드’의 선두 이미지를 공고히 한다는 목표다.
LG생활건강은 지난 2021년 ‘클린뷰티 연구소’를 설립하고 지구환경, 건강, 과학, 상생 관점에서 트렌드 연구하고 있다. LG생활건강은 지구 환경, 인체 건강, 정직한 과학, 이웃과의 상생 등 4가지 기준으로 분류하고 12개의 세부 항목별 가중치를 더해 정량화한 ‘클린뷰티지수’(Clean beauty index)도 개발하고 있다.
LG생활건강은 지난해 5월 선보인 비건 메이크업 브랜드 ‘프레시안’은 분기별로 평균 약 68%씩 성장했다. 프레시안은 전 제품이 비건 인증을 받은 브랜드다. 사탕수수 유래 원료로 만든 바이오 페트 상자, 옥수수 전분으로 만든 퍼프 등을 적용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했다.
LG생활건강 비욘드가 최근 출시한 ‘엔젤 아쿠아 크림 2종 러브어스(Love us, Love Earth) 에디션’은 폐플라스틱 열분해유를 적용한 재생 100%(매스 밸런스 기준) 플라스틱 용기를 사용했다. 플라스틱 용기 재사용을 장려하고자 같은 용량의 리필 파우치를 포함했으며 제품 패키지도 책임 의식 있는 방식으로 관리된 숲에서 생산된 FSC 인증 종이 포장재, 식물성 잉크인 소이잉크를 사용해 ESG를 실천했다.

아이소이의 ‘스킨케어 비건 쿠션’은 동물 실험 및 동물성 원료를 배제한 비건뷰티를 실천한 쿠션이다. 유해의심성분을 일절 사용하지 않고 호호바씨오일, 히알루론산, 올리브오일, 캐모마일꽃오일 등 자연유래 보습성분을 함유했다. 여드름성 피부 사용적합 판정을 받아 민감피부도 걱정 없이 사용할 수 있다.
아이소이 ‘스킨케어 비건 쿠션’은 화사하면서도 자연스러운 커버력과 광채를 구현한다. 물방울 모양의 퍼프 엣지(가장자리)를 활용해 코양옆과 눈 밑, 입 주변 등 굴곡진 부위까지 꼼꼼하게 터치할 수 있어 정교한 피부연출이 가능하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전개하는 비건 뷰티 색조 메이크업 아워글래스의 올해 1~3월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20% 증가했다. 이 중 20~40대 구매 고객은 85%를 차지한다.
친환경 소재를 사용한 화장품 용기도 증가하는 등 친환경 가치사슬이 만들어지고 있다. 한국콜마는 비(非)목재 종이로 만든 스틱형 화장품 용기를 개발했다. 세계 최초로 상용화에 성공한 종이튜브(Paper tube)에 이어 약 3년만에 이뤄낸 친환경 패키지 연구개발 성과다.
종이스틱(Paper Stick)은 립밤, 멀티밤, 선스틱에 사용되는 플라스틱 용기를 종이로 대체한 친환경 화장품 용기다. 제품을 고정하는 뒷마개를 제외하면 전부 종이로 구성됐다. 뒷마개도 종이성분을 51% 포함시킨 HDC현대EP의 친환경 제품을 사용해 플라스틱 사용량을 최대한 줄였다. 이를 통해 기존 스틱형 용기 대비 플라스틱 사용량을 86% 가량 감소시켰다.
계열사에서 친환경 생분해 소재를 적용해 개발한 화장품 용기를 사용하기도 한다. CJ제일제당은 기존에 널리 쓰이는 PLA(산업 생분해)와 자체 개발한 PHA(해양 생분해)를 혼합한 컴파운딩 소재를 활용한 화장품 용기를 개발했다. 이를 CJ올리브영 자체 브랜드(PB·Private Brand)인 웨이크메이크의 ‘워터벨벳 비건 쿠션’ 21호에 적용했다. 화장품을 직접 담는 내부 용기와 거울을 제외한 외부 용기 전체에 생분해 소재를 적용해 국내에서 PHA를 활용해 용기를 만든 첫 화장품을 선보였다.

컨셔스 뷰티는 화장품 성분부터 용기까지 친환경적인 방법으로 생산된 제품을 말하며 ‘비건 뷰티’(Vegan Beauty)과 ‘클린 뷰티’(Clean Beauty)의 원칙을 확장해 지구 환경까지 전체를 고려하고 소비까지 이루어지는 뷰티트랜드다.
비건 뷰티는 동물 유래 성분이나 동물 부산물이 전혀 포함되지 않은 제품을 말한다. 많은 소비자들이 동물 복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비건 뷰티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반면 클린 뷰티는 잠재적으로 유해한 성분이 없는 제품에 중점을 둔다. 이는 합성 화학물질, 파라벤, 황산염, 프탈레이트, 인공 향료 등을 피하는 것을 의미한다. 클린 뷰티 운동은 투명성을 옹호하며 소비자가 자신의 몸에 무엇을 바르는지 정확히 알 수 있도록 명확한 라벨링을 지지한다.
컨셔스 뷰티는 이러한 원칙을 확장해 원료의 조달 및 생산부터 제조 공정, 포장, 제품의 최종 폐기 또는 재활용에 이르기까지 제품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까지 고려한다. 제품의 전체 라이프사이클과 지구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는 총체적인 관점이다.
그랜드 뷰 리서치의 2022년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유기농 퍼스널 케어 및 화장품 시장은 2025년까지 251억1000만 달러(약 33조3084억1500만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며 친환경적이고 윤리적으로 생산된 뷰티 제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음을 입증한다. Statista의 2021년 보고서에 따르면 18~29세 미국 여성의 65%가 천연 또는 유기농 뷰티 제품을 구매한다고 답해 이러한 트렌드에 대한 젊은 세대의 영향력을 반영했다.
메조미디어가 지난 4월 발표한 ‘2023 화장품 업종 분석 리포트’에 따르면 응답자의 70%가 ‘같은 가격이라면 컨셔스 뷰티 제품을 구입하겠다’고 답했으며 컨셔스 뷰티 제품을 사용해 본 응답자의 78%는 재구매 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식 있는 아름다움은 단순한 트렌드를 넘어 지구와 우리 몸의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을 반영하는 운동이다. 컨셔스 뷰티는 뷰티 업계의 투명성, 지속 가능성, 윤리를 옹호하며 기업이 제품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책임을 다할 것을 요구한다. 이는 소비자 행동과 가치관의 변화를 나타내며 소비자들이 구매 결정이 미치는 광범위한 영향에 대해 점점 더 많이 인식하고 우려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뷰티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소비자들이 자신과 지구에 모두 좋은 제품을 지속적으로 요구함에 따라 점점 더 많은 브랜드가 의식 있는 아름다움의 원칙을 받아들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추세는 기업이 모든 단계에서 지구의 건강을 고려하는 생산 및 소비 모델인 ‘친환경 지구 가치 사슬’을 만들 수 있는 잠재력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최양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luswater@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