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닻올린 정용진號 풀어야 할 과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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닻올린 정용진號 풀어야 할 과제는?

부회장 오르고 18년 만에 회장 명함 받은 정용진
전례 없는 위기 속에 놓인 유통환경에 역할 막중
이마트 제친 쿠팡, 가파른 성장 보이는 中 이커머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 사진=신세계그룹이미지 확대보기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 사진=신세계그룹
지난 8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회장으로 승진했다. 2006년 부회장에 오른 후 18년 만이다. 신세계그룹은 전례 없는 위기 속에서 ‘강한 리더십’을 통해 시장 변화를 선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신세계그룹은 “녹록지 않은 시장 환경 속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룰 혁신 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최고의 고객 만족을 선사하는 ‘1등 기업’으로 다시 한 번 퀀텀 점프하기 위해 이번 인사를 단행했다”고 말했다.
정용진 회장에게 맡겨진 역할은 막중하다. 가장 시급한 문제는 수익 개선이다. 정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도 수익성 강화에 힘써 줄 것을 당부했다. 그는 당시 “기업 활동의 본질은 사업 성과를 통해 수익 구조를 안정화하고 이를 재투자해 사업 영역을 확장하는 것”이라며 “2024년에는 경영 의사결정에 수익성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어 “선제적이고 과감한 경영진단을 통해 핵심 사업의 수익 기반이 충분히 견고한지를 점검하고 미래 신사업 진출 역시 수익성을 중심에 두고 판단해달라”며 “2024년에는 조직은 성과를 내기 위해 존재하고 기업은 수익을 내야 지속 가능할 수 있다는 기본 명제를 다시 한번 바로 세우자”고 강조했다.

갈 길은 멀다. 신세계그룹의 주력사업인 이마트는 지난해 연결 기준 순매출 29조4722억원으로 사상 최대의 매출을 올렸지만, 영업손실 469억원을 기록했다. 사상 첫 적자다. 영업손실의 주요인은 신세계건설의 실적부진이다. 유통 분야도 부진하긴 마찬가지다. 이마트의 별도 기준 영업이익은 1880억원으로 전년 대비 48% 감소했다. 이커머스 계열사인 SSG닷컴과 G마켓도 적자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사이 경쟁사인 쿠팡은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다. 창립 13년 만인 지난해 첫 연간 흑자 및 매출 30조원을 달성했다. 유통 공룡인 신세계·롯데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것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최근에는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등 중국 이커머스의 성장세도 심상치 않다.

실제 지난달 알리익스프레스 앱의 사용자 수는 818만명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 쿠팡에 이어 국내에서 두 번째로 사용자 수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성장세도 무섭다. 전년 동월 사용자 355 만 명과 비교하면 130%나 증가한 수치이다. 테무 앱도 지난달 581만명으로 역대 최대를 경신했다.

이런 상황을 신세계그룹이 모를 리 없다. 신세계그룹은 현재 환경이 기존과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혁신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신세계그룹은 “빠르게 바뀌는 유통 트렌드 속에서 더욱 까다로워진 고객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한 박자 빠르고, 한 발짝 더 나아가는 전략이 필요하다”며 “신세계그룹 앞에는 기존 주력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미래 먹거리가 될 新사업을 끊임없이 발굴해야 할 과제가 놓여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신세계는 국내 유통산업의 변화와 혁신을 주도하며 고객에게 새로운 가치를 끊임없이 연구하고 제공해 왔다”며 “정용진 회장 승진으로 치열하게 변화하는 혁신기업으로 성장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피력했다.

한편 정 회장은 올해 초 ‘ONE LESS CLICK’을 핵심 화두로 제시한 바 있다. 그는 “최근 리테일 업계 전반의 지각 변동과 관련해 쇼핑할 때 생긴 ‘단 한 클릭의 격차’가 고객의 마음을 흔들고 소비의 패턴을 바꿨다”며 “사소해 보이는 ‘한 클릭의 격차’에 집중해야 경쟁사와의 차이를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로써 신세계그룹의 2세 경영이 본격화된다. 1968년생인 정 회장은 정재은 신세계 명예회장과 이명희 총괄회장의 장남이다. 고(故) 이병철 삼성그룹 창립자의 외손자이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동갑내기 사촌이다.

정 회장은 경복고등학교와 미국 브라운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한국후지쯔에서 사회생활을 했다. 신세계에는 1995년 전략기획실 전략팀 이사로 입사했다. 이후 신세계백화점 기획조정실 상무, 신세계 경영지원실 부사장을 거쳐 2006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됐다.

신세계그룹은 2015년 말 정 회장의 동생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부사장을 백화점 총괄사장으로 승진시키며 본격적인 ‘남매 경영’에 돌입했다. 정 회장은 이마트·식품·호텔 부문을, 동생 정유경 총괄사장은 백화점과 면세점, 패션 부문을 각각 맡고 있다. 이번 인사에서 정 총괄사장의 지위 변화는 없다.

지분 구조도 변동 없다. 신세계 계열 지분구조를 보면 정용진 회장과 정유경 총괄사장이 각각 이마트와 신세계 지분을 18.56% 보유하고 있다. 이명희 총괄회장은 이마트와 신세계 지분을 10.00%씩 갖고 있다.


김수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imk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