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8개월 만에 화해
햇반, 로켓배송 된다
햇반, 로켓배송 된다

1년 8개월 만이다. 쿠팡은 갈등으로 짐을 쌌던 CJ제일제당이 다시 돌아온다고 알렸다. 1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두 회사는 최근 직거래를 재개했다. 쿠팡을 통해 햇반, 비비고, 스팸 등 CJ제일제당의 인기 상품들을 다시 로켓배송으로 만나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앞서 두 회사에 감정의 골이 생긴 건 2022년 말이다. ‘햇반’ 마진율 협상에서 갈등이 생겼다. 쿠팡은 CJ제일제당에 납품가를 낮추고 공급 물량을 늘려 달라고 요구했고, CJ제일제당은 이를 거부했다. 결국 CJ제일제당은 쿠팡에서 모든 제품을 뺐다.
이후 CJ제일제당은 G마켓, 네이버, 컬리, 11번가, 티몬, 위메프 등 쿠팡 이외의 이커머스에 힘을 쏟았다. 지난해 6월에는 신세계그룹 3사(이마트·SSG닷컴·G마켓)와 파트너십을 맺고 협업 상품을 판매하기도 했다. 지난 3월에는 국내 이머커스 업계를 흔든 중국 플랫폼 알리익스프레스에 입점하기도 했다.
쿠팡 입장으로 보면 중국발 이커머스 알리와 테무 등 이른바 C커머스가 신경 쓰인다. 좁은 국내 시장에서 경쟁사가 느는 것이 마냥 반가운 소식은 아니다. CJ제일제당의 경우 판매채널의 확대를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CJ제일제당은 일찍이 좀 더 많은 온라인 채널을 활용해 자사의 다양한 제품을 알리기 위해 힘써왔다.
주춤하는 실적도 이유로 꼽힌다. 창립 이후 지난해 첫 연간 영업흑자를 냈던 쿠팡은 올해 2분기 342억원 영업손실을 내면서 가파르게 오르던 상승곡선이 꺾였다. CJ제일제당 식품사업부문은 2분기 매출 2조7051억원, 영업이익 1359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 영업이익은 4.8% 줄어들었다.
업계 1위 기업이 서로를 다시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일단 업계에 따르면 쿠팡이 먼저 손을 내민 것으로 보여진다. 지난 3월 20일 쿠팡플레이가 주최한 LA 다저스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미국 프로야구(MLB) 공식 개막전이 계기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강한승 쿠팡 대표는 손경식 CJ그룹 회장을 비롯해 강신호 CJ제일제당 부회장, 김홍기 CJ주식회사 대표, 신영수 CJ대한통운 대표를 초청해 나란히 경기를 같이 봤다. 손 회장은 경기장을 찾아 강 대표와 만나 악수하고 인사를 나누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결론적으로 지난 14일 쿠팡과 CJ제일제당은 다시 만났다. 쿠팡에 따르면 소비자 편의를 강화하고 선택권을 넓히기 위해 그동안 직거래 재개를 위한 협의를 지속해 왔다. 쿠팡과 CJ제일제당이 다시 손잡으면서 고객들은 순차적으로 CJ제일제당의 모든 상품을 로켓배송으로 간편하고 빠르게 받을 수 있다.
또 와우 멤버십 회원일 경우 주요 상품을 로켓프레시, 로켓와우를 통해 새벽배송 또는 당일배송으로 주문 후 단 몇시간 만에 배송 받을 수 있다.
이날 비비고 왕교자 판매를 시작으로 고메 피자·비비고 김치·행복한콩 두부와 콩나물·삼호어묵·다시다 등 냉장 및 신선식품 판매가 순차적으로 재개된다. 이후 햇반·스팸을 비롯해 맥스봉 소시지·맛밤·쁘띠첼 등 주요 가공·즉석식품도 판매될 예정이다. 해찬들 고추장·된장·쌈장 등 양념류를 비롯해 백설 식용유·밀가루·튀김가루·설탕·소금 등도 쿠팡에서 만나볼 수 있게 된다.
CJ제일제당의 대표 브랜드 전 상품은 각 사 준비 상황에 맞춰 9월말까지 로켓배송 판매가 재개된다.
이에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소비자 편의를 더욱 강화하기 위해 쿠팡과의 거래를 재개하게 되었다”며 “앞으로도 고객들이 CJ제일제당의 다양하고 품질 좋은 제품을 보다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쿠팡 등 다양한 온라인 채널을 활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수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imk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