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6조~7조 중 80% 차지…지방은행 분산 등 지적 이어져
[글로벌이코노믹=김민주 기자] 신한은행이 법원 공탁금 보관은행 부문에서 50년 넘게 독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한은행은 전체 공탁금의 70~80%를 맡아 보관하고 있다.23일 대법원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올 7월 현재 서울중앙지방법원, 서울동부지방법원, 서울남부지방법원, 서울서부지방법원 등 13개 본원과 15개 지원, 15개 시・군 법원 등 총 43개소의 법원 공탁금 보관은행을 맡고 있다. 숫자상으로 가장 많은 법원의 공탁금 보관은행은 농협으로 서울북부지방법원과 7개 지원, 67개 시·군 법원 등 총 75개소의 공탁금 보관은행을 담당하고 있다. 그 뒤를 이어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이 춘천지방법원, 전주지방법원 등 4곳의 본원과 8개 지원, 4개 시ㆍ군 법원 등 16개소를, 광주은행이 광주지방법원 본원 1곳과 지원 2곳, 시ㆍ군 법원 5곳 등 8개소의 공탁금 보관은행으로 지정돼 있다. 우리은행은 4개 지원과 시ㆍ군 법원 2곳을, 하나은행은 본원 1곳과 2개 지원, 3개 시ㆍ군 법원을 담당하고 있다. 이밖에 경남은행이 5개소, 대구은행이 3개소, 부산은행 1개소, 전북은행 2개소 등을 맡고 있다. 이처럼 여러 은행이 법원 공탁금 보관은행으로 지정돼 있지만, 신한은행이 큰 규모의 법원을 담당하면서 공탁금의 70~80%를 관리하고 있다. 법원 공탁금이란 민·형사 분쟁 시 재판 결과에 따라 당사자 어느 한 쪽의 피해가 예상되는 경우 법원에 맡기도록 하는 금품을 뜻한다. 법원 공탁금 규모는 연간 6조~7조원으로 추산되는데, 보관은행으로 지정되면 별다른 조달금리 없이 큰 규모의 재원을 조달해 운용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법원 공탁금은 은행들에게 군침 도는 대표적인 저원가성 예금으로 수익 또한 짭짤하다. 예를 들어 신한은행이 전체 공탁금 7조원 중 80%를 확보해 이를 운용한다면 현재 신한은행의 평균예대마진율 1.77%를 적용해도 연간 1000억원가량의 수익을 얻고 있는 셈이다. 현재는 저금리시대 도입으로 금리가 낮지만 과거 고금리 시절에는 가만히 앉아 5~10% 이상의 예대마진을 챙겼다. 과거 5%대 예대마진을 적용하면 무려 연간 2500억원의 수익을 챙겨 왔던 셈이다. 공탁금으로 인한 구체적인 수익규모에 대해 신한은행 관계자는 "영업적인 내용이기 때문에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신한은행은 조흥은행 시절인 1958년부터 지금까지 57년째 법원 공탁금을 담당해왔다. 이 때문에 신한은행의 공탁금 독점에 대한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지난 2006년 9월 말 신한은행이 전체 법원의 공탁금 4조 5856억원 가운데 80.6%인 3조 6992억원을 유치한 것에 대해 당시 주성영 한나라당 의원은 "1년 만기 정기예금 이자율을 5%로 본다면 은행들은 영업비용과 세금을 감안해도 연 1.77%의 예대마진을 통해 396억원의 운용수익을 보는 셈"이라고 지적하며 공탁금 보관은행 분산 필요성을 제기했다. 또 지난 2011년에는 당시 이춘석 민주당 의원이 법원 공탁금이 중앙의 주요은행들이 독점하고 있다며 법원행정처 공탁금관리위원회가 예규를 개정해 공탁금을 지방은행으로 분산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2012년에도 권성동 새누리당 의원이 대법원 국정감사에서 법원 공탁금 현황을 공개하며 신한은행 독점을 문제 삼았다. 농협이 지역사회에 688억원을 지원했는데 정작 가장 많은 금액을 맡고 있는 신한은행은 172억원 지원했다며 “국민이 법에 따라 맡겨놓은 공탁금의 관리, 감독을 위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행정예규 제844호 제4조에 따르면 보관은행은 공개경쟁방식에 따라 공탁금관리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지정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시・군 법원의 경우 또는 지정 취소로 인한 재지정 시 공탁금 규모가 50억원 미만인 경우에는 제한경쟁방식 또는 수의계약방식으로도 보관은행을 지정할 수 있다. 또 공익성과 지역사회 기여도 등 해당지역의 특수성을 고려해 지방법원장의 의견을 듣도록 돼 있다. 이로 인해 일각에서는 지방법원장의 의견 등이 반영되기 때문에 평가에 주관이 개입되고 과거 법원의 주거래은행이 조흥은행이다 보니 신한은행이 유리한 위치에서 공개경쟁을 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대법원 관계자는 "공탁금관리위원회에서 5년마다 공탁금 보관은행 지정 심사를 하는데, 신한은행의 경우 조흥은행을 이어 받다보니 크게 부적격 문제가 없으면 적격 판정을 내린다"며 "공탁 보관은행은 법이나 시스템을 잘 알아야하기 때문에 계속 맡아온 신한은행에 맡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