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백재현 의원은 박홍석 ㈜모뉴엘 대표이사가 허위수출혐의로 세관조사를 받고 농협과 기업은행의 대출이 연체되자 지난 20일 수원지방법원에 법정관리 신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25일 밝혔다. 모뉴엘은 매출액 1조, 순이익 600억의 수출 위주 가전제품업체다.
앞서 24일 금융감독원이 공개한 '모뉴엘의 은행 여신 현황'에 따르면 모뉴엘에 대한 10개 은행의 대출은 9월 말 현재 총 6768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돈을 회수할 수 없을 위기에 빠진 금융권은 비상이 걸렸다.이와 함께 무역보험공사가 백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총 여신 중 모뉴엘이 무역보험공사의 단기수출보험증권을 담보로 은행에서 빌린 돈은 약 2억9910만 달러(10월 24일 환율 기준, 약 3164억원).
하지만 백 의원은 "이와 별도로 모뉴엘이 한도 100억원의 무역보험공사 수출 신용 보증을 이용해 자금을 융통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무역보험공사가 최대 3264억원을 상회하는 보험 사고에 빠질 위기에 놓이게 됐다는 것.
현재 모뉴엘은 무역보험공사의 수출 채권 중 6700만 달러 규모가 만기 도래했으나 미결제 중으로 은행들은 보험사고발생을 미통지한 상태. 은행에서는 무역보험공사로 통지가 온 후에야 정확한 사고 규모를 파악할 수 있다.
무역보험공사는 지난 13일자로 금융기관 앞으로 모뉴엘과 관련, 수출 채권 매입을 중단할 것을 골자로 하는 공문을 발송했고 외국의 모뉴엘 제품을 수입처로 직원을 급파해 실태를 파악하고 있는 중이다.
모뉴엘 측은 "대표가 잠적한 가운데 정상적인 수출은 이뤄져 왔으며 단지 수입회사의 클레임 제기에 따른 결제 지연에 따른 사태일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백 의원은 "법정관리까지 신청한 것으로 비춰볼 때 은행에 매각한 수출채권의 실체 자체가 없을 가능성도 유력하게 제기된다"고 전했다. 사고 발생 시, 무역보험공사가 수출신용보증(선적전) 상품을 통해 보증을 한 100억원 한도에 대해서는 은행에 지급해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
오히려 백 의원이 중점적으로 살펴보고 있는 문제는 사고 금액의 대부분일 것으로 추정되는 단기수출보험 상품의 경우, 6개 금융기관과 무보의 입장이 확연하게 갈릴 것이라는 점이다.
백 의원은 "무역보험공사는 상품이 담보하는 위험은 외국에서 실시되는 환거래 제한 같은 비상위험이나 수입자가 수출 물품을 인수 거절하거나 대금 지급을 거절하는 경우와 같은 신용위험의 경우일 뿐, 이번 사태에서 의심되고 있는 모뉴엘의 수출 채권이 실체가 없는 경우까지 담보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할 것이다"고 전했다.
하지만 은행들은 사실상 무역보험공사가 위험을 담보해 줄 것을 신뢰하고 모뉴엘의 수출채권을 매입한 것이므로 사정을 놓고 볼 때 무역보험공사는 모뉴엘의 사정을 알면서도 은행들과 단기수출보험 계약을 맺은 것이므로 당연히 무역보험공사가 사고 금액을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할 것이라는 것.
백 의원은 "이런 상황이 발생할 경우, 최대 3,000억 원이 넘는 돈이 걸려 있는 사안이기 때문에 양쪽 모두 사활을 걸고 대응할 것이고 결국 소송으로 갈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송사로 비화될 경우 누구의 주장이 옳다고 선뜻 손을 들어주기 힘든 복잡하고 어려운 사안일 것이나, 문제는 무역보험공사가 소송에서 이기든, 지든 결국 정책 실패를 범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는 외통수에 빠지게 된다는 것.
백 의원은 "그런 일이 없기를 바라지만 확정되는 사고 금액이 적지 않고, 이를 둘러싼 소송이 이어져 무역보험공사가 패소한다면 현재에도 기금배수가 80~90배에 달하는 무역보험공사의 재무건전성은 악화될 것이다"며 "무역보험공사가 승소한다고 해도 이로써 손실을 입게 되는 금융기관들이 더 이상 무역보험공사의 보증 및 보험의 담보성을 믿지 못하겠다고 말하는 신뢰의 위기가 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무역보험공사는 발생할 수 있는 사고 금액에 대한 법적인 면책 여부와 관계없이 이와 같은 사태를 촉발한 점에 대한 일말의 책임은 인정될 것이므로 무거운 책임감을 가지고 중소기업 전체에 드리워진 신뢰의 위기라는 그림자를 극복할 특단의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