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이런 상황이 반복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금리 인상 시계가 빨라지면서 향후 원화 가치가 다시 하락하고, 그와 맞물려 외국인 자금 이탈, 국내 증시 악화라는 악순환이 계속될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 22일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상원 은행위원회에 출석해 "우리의 최우선 기조는 물가 상승률을 2%대로 낮추는 데 필요한 정책 수단을 동원하는 것"이라며 공격적 금리 인상 기조를 드러냈다. 그는 연준의 금리인상이 가져올 경기 침체 가능성과 관련해선 "그것은 우리가 의도한 결과는 아니지만, 확실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경기침체를 불사하면서 물가 안정을 최우선 목표로 둔 것이다.
이처럼 연준의 강경한 입장에 경기 둔화 우려도 확산됐다. 지난 24일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미국의 경제성장률을 기존 3.7%에서 2.9%로 크게 하향 조정했다. 그 결과 뉴욕 증시는 폭락했다. 특히 지난 23일 기준 미국채 2년물은 3.027%, 10년물은 3.088%로 전일 대비 2%포인트, 7.3%포인트씩 하락하며 금리 차를 좁혔다.
이에 24일 기준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는 104.44선까지 상승했다. 통상, 장단기 금리가 역전되는 것은 경기침체의 전조인 만큼, 대표적 안전 자산인 달러화 가치가 상승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달러화 강세 흐름에 원화 가치 하락세가 동반되면서 증시 부진을 부채질하는 모양새다.
달러 당 원화 환율은 종가 기준 올해 1월 3일 1191.8에서 지난 23일 1301.8원으로 반년 새 110원 가량 올랐다. 떨어진 원화 가치에 외국인이 자금을 빼면서 국내 증시는 고꾸라졌다. 금융투자협회와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들은 이달 들어(24일 기준) 유가증권 및 코스닥 시장에서 5조3739억원 어치를 순매도했다. 그 결과 24일 기준 코스피는 5월 말 대비 11.89% 하락했으며, 같은 기간 코스닥은 16.01%나 폭락했다. 이는 전 세계 대표 주가지수 40개 중 가장 가파른 하락세이다. 지난 23일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정부가 환율 상승에 따른 시장 불안 등 부정적 영향이 최소화 되도록 노력 중이다"고 구두개입에 나섰다. 장 중 당국의 미세조정으로 추정되는 물량 유입으로 환율 상승이 일시 억제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환율은 1300원을 재 돌파하는 등 상승세는 여전했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달 들어 일 평균 순매도 규모가 3568억원에 달하는 등 외국계 자금 유출 우려가 심화됐다"며 "7월에는 한미 금리 결정 회의가 있고 미 연준이 '자이언트 스텝'도 예고한 만큼 한·미 기준금리 역전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가계부채 리스크와 IT 업황 우려는 한국 주식시장의 낙폭을 키우는 요인"이라며 "당분간 주식시장은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라는 두 악재를 둘러싼 불확실성을 반영해 변동성을 이끌 공산이 크다"고 내다봤다.
반면, 외국인 매도 충격이 정점을 지났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난주에는 반대 매매, 개인투자자들의 디레버리징의 시장 영향력이 금융위기 이후 가장 강했다. 반면, 정점 부근에 도달했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원화의 일방적 약세가 진정된다면 외국인 수급 개선 가능성도 높아진다"며 "최근 코스피는 국내 수급 이슈, 반대 매매와 외국인 선물 매매의 영향으로 2300선마저 위협받았다. 금융위기 이후 최저치를 경신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하지만 코스피 급락으로 펀더멘털과의 괴리율이 과도하게 확대됐다는 점은 자율 반등 가능성도 높인다"며 "과거에도 코스피는 반대매매 충격 이후 단기적으로 10~15% 반등 시도가 전개됐다"고 덧붙였다.
신민호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o634@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