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그림자금융(비은행 금융기관)이 전 세계적으로 급증해 31경원 규모를 기록하며 경제 위험 요인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코로나19로 글로벌 유동성이 증가했는데, 통화 긴축과 지정학적 리스크로 그림자금융 위험성은 더 커지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중국발 부동산 위기가 부각되면서 중국 내 그림자금융에 관한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18일 금융안정위원회(FSB)에 따르면 전 세계 그림자금융 자산 규모는 239조 달러(약 31경6675조원)로 추정됐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인 2007년보다 무려 2.4배나 증가한 규모다. 유럽위원회에 따르면 그림자금융은 전 세계 금융 부문의 25~30%를 차지하고 있다.
그림자금융은 전통적인 은행과 달리 엄격한 규제를 받지 않는 비은행 금융을 말한다. FSB는 그림자금융을 전통적인 은행 체제 이외에서 신용중개 역할을 하는 금융기관이나 금융활동으로 정의하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은행들의 신용공급이 위축되면서 그림자금융이 시장의 수요를 충족시켜 주는 역할을 했다. 그러나 높은 레버리지와 은행과 높은 상호연계성 등 취약 요인을 내포하고 있어 금융시스템에 리스크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러한 현상에 따라 그림자금융 부실이 확대될 경우 금융시스템 전반의 위기로 번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최근에는 중국의 대표적인 부동산 신탁회사 중룽국제신탁이 그림자금융 관련 위기의 중심에 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불안이 확산되고 있다. 중룽신탁은 약 3조 달러(약 3975조원)에 달하는 중국 그림자금융 산업의 주요 업체다.
특히 중룽신탁은 전체 익스포저의 10% 이상을 부동산에 투자하고 있어 부동산 시장의 변동성이 금융시장에 파급될 가능성이 높다.
중국의 그림자금융 문제는 지방정부의 높은 부채와 은행 건전성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어 중국 경제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림자금융 기관들은 고수익 저축상품을 판매하고 그 수익금을 부동산 개발업체를 포함한 다양한 기업에 대출해준다. 그림자금융의 확대는 기업의 자금수요를 충족시키는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지만, 동시에 재무상태가 부실한 기업이 고금리로 자금을 조달하는 위험한 구조를 만들고 있다. 이는 그림자금융의 디폴트 위험을 높이고 시스템 리스크를 야기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부동산 분야와 밀접한 그림자금융이 급격히 확대되고 있다. 자본시장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부동산 관련 그림자금융은 지난해 9월 기준 876조원에 이른다. 2014년 말 246조원이던 금액은 8년 만에 약 3.6배 증가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부동산 그림자금융은 빠른 속도로 증가해 경제 규모 대비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며 "중소형 비은행 금융기관을 중심으로 부동산 그림자금융 취급 비중이 높아 부동산 가격이 급격하게 떨어지면 연쇄적으로 부동산 그림자금융의 부실화 가능성을 야기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국내에서는 비은행 금융기관을 중심으로 대출연체율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은행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일부 비은행 부문의 연체율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어 이로 인한 시장의 불안심리로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은은 "부동산PF 대출 부실화와 취약차주의 연체율 상승으로 인해 부실 위험이 잠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은은 취약차주 연체율은 코로나19 이전보다 더 높아졌다며 소득 충격이 발생하면 가계대출의 부실화와 소비 위축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그림자금융의 확대는 은행의 역할과 위치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에서는 규제 강화로 인해 대형은행들은 중소기업 대출에 신중해지는 한편 펀드 세력들은 신용도가 낮은 기업에 대한 대출을 늘리고 있다. 데이비드 솔로몬 골드만삭스 최고경영자(CEO)는 "더 많은 금융활동이 규제가 없는 비은행기관으로 이동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노훈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unjuroh@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