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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내서 빚갚는다" 카드론 대환대출 급증… 카드사 연체율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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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내서 빚갚는다" 카드론 대환대출 급증… 카드사 연체율 비상

고금리·고물가의 장기화로 서민 자금난이 심화되면서 빚을 돌려막는 카드론 대환대출 잔액이 1년 새 50%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픽사베이.이미지 확대보기
고금리·고물가의 장기화로 서민 자금난이 심화되면서 빚을 돌려막는 카드론 대환대출 잔액이 1년 새 50%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픽사베이.
고금리·고물가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서민들의 빚 부담이 갈수록 커지면서 빚내서 빚을 갚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른바 ‘빚 돌려막기’로 불리는 카드론 대환대출 잔액이 1년 새 50%나 급증한 것이다. 상환 능력이 약화된 차주들이 증가하면서 금융시장의 부실을 키울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2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신용카드 9개사(롯데·BC·삼성·신한·우리·하나·현대·KB국민·NH농협)의 카드론 대환대출 잔액은 전년 동기 대비 47.5% 증가한 1조4903억원을 기록했다. 직전 달인 9월(1조414억원)과 비교했을 때는 6.3% 늘어났다.

카드론 대환대출은 카드사에서 대출을 받은 뒤 기한 내에 이를 갚지 못해 다시 같은 카드사로부터 대출을 받는 상품을 말한다. 대환대출을 받으면 연체 위기에 놓인 차주는 당장의 상환 부담을 줄일 수는 있지만 기존 카드론보다 금리가 높아지고 신용등급은 하락한다.

카드론 대환대출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은 채무 상환 여력이 떨어지는 취약차주가 늘고 있다는 뜻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는 신용점수 하락이나 금리 상승 등의 불이익을 감수해서라도 대환대출을 받아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는 서민들이 많다는 의미"라며 "상환 능력이 떨어지는 취약차주의 대거 유입으로 카드사들의 연체율이 연일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상환 능력이 약화된 취약 차주들이 늘면서 카드사들의 연체율도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이로 인해 일부 카드사의 경우 연체율 마지노선 2%대를 넘어섰다. 통상적으로 카드업계에서는 감당할 수 있는 연체율 수준을 2%로 본다.

올해 3분기 기준 연체율 2%를 넘긴 카드사는 우리카드, KB국민카드, 하나카드 3곳이다.

이중 가장 높은 연체율을 기록한 카드사는 하나카드(2.25%)로 우리카드와 국민카드는 각각 2.1%와 2.02%의 연체율을 기록했다.

연체율 2%를 넘어선 카드사들이 3곳 이상인 것은 지난 2015년 3월말 이후 8년 6개월 만이다.

문제는 고금리·고물가가 이어지면서 취약차주 비중이 높은 카드사들의 연체율 악화가 심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들을 중심으로 부실 위험이 커지면서 금융시장의 새로운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신용카드사의 다중채무자 비중은 57.1%로 전체의 60%에 육박한다.특히 카드사의 경우 차주 신용도가 은행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위에 있기 때문에 고금리 여파가 길어질수록 부실 위험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한편 서민들의 급전 창구로 불리는 카드론과 결제성 리볼빙 잔액은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달 기준 카드사들의 카드론 잔액은 38조7405억원, 결제성 리볼빙 잔액은 7조5832억원이다. 직전 달인 9월 기준 카드론 잔액인 38조4170억원, 7조6125억원과 비교했을 때 소폭 감소했다.

반면 조달금리 상승 등으로 인해 카드론 금리와 리볼빙 수수료율은 상승하는 추세다. 10월 기준 카드론 평균 금리는 14.42%로, 9월(14.07%)보다 0.35%p 올라갔다. 결제성 리볼빙 수수료율 평균은 16.65%로 전월(16.55%) 대비 0.10%p 상승했다.


손규미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bal4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