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3분기 국내 기업(법인·비법인) 대출이 크게 늘면서 예금취급기관의 산업별 대출금이 1875조7000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로 늘었다. 예금취급기관의 산업별 대출금은 전분기말 대비 32조원 증가하면서 2분기 연속 증가폭이 확대됐다. 대출금액이 증가한 주요 원인으로는 회사채 금리상승으로 인한 대체 수요 증가가 꼽힌다. 회사채 금리가 상승하면서 대기업을 중심으로 은행 대출을 선호하는 경향이 커졌다
한국은행이 6일 발표한 ‘3분기 예금취급기관 산업별 대출금’ 자료에 따르면 3분기 말 예금취급기관의 산업별 대출금 잔액은 1875조700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 분기말 대비 32조3000억 원 증가한 수치로 2분기 연속 증가한 수치다.
산업별 대출금은 지난해 2분기 68조4000억원을 정점으로 3분기 연속 증가 폭이 둔화됐다. 그러나 지난 2분기 24조8000억 원 늘어나면서 증가세가 가속화되기 시작했다.
서정석 한은 경제통계국 금융통계팀장은 “산업대출금 증가 폭이 확대된 것은 예금은행이 기업 대출 확대 노력을 강화한 가운데 회사채 금리 상승에 따른 대기업의 은행 대출 선호가 지속된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경제 규모가 늘어나고 경제가 성장하면서 대출이 늘어난 것”이라며 “금융이 발달하면서 금융 마찰이 줄어들고 금융 혁신 등을 위해서 금융 기술이 발전하면서 자금 공급이 늘어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라고 강조했다.
산업별 대출금은 제조업과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확대됐다. 서비스업은 16조9000억 원 증가하면서 전체 대출 증가세를 주도했다. 서비스업은 금융·보험업, 부동산업 등을 중심으로 증가 폭이 두드러졌다. 금융·보험업은 카드·증권사의 예금은행 차입 확대로 증가 전환됐고 부동산업은 상업용 부동산 거래가 늘어나면서 부동산 개발사업 진척 등으로 증가 규모가 확대됐다.
제조업은 반도체·석유화학 등 수출기업을 중심으로 시설투자와 운전자금 수요가 증가하면서 전 분기 대비 10조3000억 원 늘었다. 건설업은 운전자금 수요 증가로 전 분기보다 2조원 늘었다. 건설업 운전자금 수요는 건설 원가 상승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상업용 부동산 거래가 활발하지 않지만 거래량이 소폭 증가하고 기존 공사들이 진척되면서 운전자금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운전자금은 제조업, 서비스업, 건설업 모두 증가 폭이 확대되면서 14조6000억원 늘었다. 시설자금은 반도체, 화학 등 제조업종을 중심으로 시설 투자 수요가 늘어나며 증가 폭이 확대됐다.
업권별로는 예금은행은 대기업을 중심으로 완화적 대출태도를 유지하면서 30조4000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반면 상호저축은행을 포함한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은 전 분기 2조4000억 원에서 3분기 1조 9000억 원 증가로 증가폭이 축소됐다.
서 팀장은 “시중은행의 경우 주택담보대출보다는 기업 대출 확대를 위한 노력을 강화하면서 완화적인 태도가 많이 나타난 모습”이라며 “비은행 금융기관의 경우 자산건전성 및 수익성 저하 우려로 저신용 차주에 대한 대출을 줄이는 등 건전성 관리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훈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unjuroh@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