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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저신용자 대출 좁은문②] 포용금융→건전성 강화… 오락가락 정책에 '자금줄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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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저신용자 대출 좁은문②] 포용금융→건전성 강화… 오락가락 정책에 '자금줄 말라'

당국 포용금융에서 건전성 제고로 방향 틀어... 중저신용자 대출 문 닫혀
인터넷 은행, 시중은행, 저축은행...금리 올리고 비중 줄여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금융당국이 지난해 포용금융을 요구하다 올해 건전성 제고로 방향을 틀면서 중저신용 대출의 문이 닫혀 취약층 자금줄이 말라붙었다.

당국은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를 주문했지만, 올해 들어 건전성 관리와 가계부채 급증을 막기 위해 중저신용자 대출 의무 비중을 축소한 것이다.

중저신용자 대출 비율 규제가 완화되자 인터넷 은행은 중저신용자 대출 규모를 줄이고 금리를 올렸다. 또 일부 저축은행은 중저신용 대출을 아예 받지 않기까지 하며 중저신용자는 갈 곳을 잃었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 중저신용자 대출 규제 방침이 오락가락하면서 중저신용자 대출이 막히고 있다.

금융당국은 인터넷 전문은행의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을 평균 30% 이상으로 완화했다. 2023년 연말까지 인터넷 은행 3사가 지켜야 하는 신용대출 비중 목표치는 카카오뱅크 30%, 케이뱅크 32%, 토스뱅크 44%였다.

2023년 말 인터넷 은행은 목표치를 채우기 위해 고신용자보다 중신용자 금리를 낮게 적용했다. 당시 고신용자 역차별이라는 말까지 들은 인터넷 은행은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이 완화되자 바로 중저신용자의 금리를 인상했다. 반대로 고신용자의 대출 금리는 인하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2024년 1월 케이뱅크 중저신용자 대출금리(KCB 기준) 850~801점, 800~751점, 750~701점, 700~651점 사이 평균 금리는 각각 7.30%, 7.41%, 7.17%, 7.48%로, 2023년 12월 5.83%, 6.06%, 5.85%, 6.43%에 비해 한 달 사이 상당 폭 올랐다. 작년 12월 1000~951점 신용대출 금리 7.32%보다 적은 4.29%의 금리를 부여하던 650~600점 사이의 대출 올해 1월 취급액은 0원이다.

시중은행과 저축은행도 홍콩 주가연계증권(ELS),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충당금 확보, 연체율 상승 등 건전성 위기로 신용대출의 문턱을 올리고 있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 신용대출 고객의 평균 신용점수는 1월 930.6점으로 작년 1월 평균 점수 915.2점보다 15.4점 상승해 중저신용 비중이 크게 줄었다. 지난 1월 새로 취급한 일반신용대출 중 연 7% 이상의 금리 평균 비중은 13.8%로 작년 1월 26.5%에 비해 반절 수준이다.

지난해 저축은행 민간 중금리대출 규모(사잇돌 제외)도 6조1598억원으로 전년보다 4조6244억원(42.9%) 감소했다.

작년 전국 79개 저축은행 중 민간 중금리 대출을 공급한 곳은 33개에서 올해 27개까지 줄었다. 저신용자에게는 더욱 힘든 상황이다. 작년 4분기 세람·웰컴·참저축은행 3곳만 신용점수 500점 이하인 저신용자들에게 중금리대출을 내줬다.

포용금융을 요구하던 당국이 건전성 제고로 방향을 틀자 중저신용 대출의 문이 닫히며 중저신용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하민지 글로벌이코노믹 인턴기자 minjiha@g-enews.com